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강심장' 강경남이 돌아왔다
'강심장' 강경남이 돌아왔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9.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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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강경남·옥태훈 19언더파로
연장 승부…강경남 우승해
통산 11승, 옥태훈 첫 승 실패
환한 미소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강경남. [사진=KPGA 제공]
환한 미소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강경남. [사진=KPGA 제공]

 

배짱 있는 한국 남자 골퍼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강경남(38)을 언급한다. 그의 별명 '강심장'을 소개하면서다.

강경남은 별명만큼 두둑한 배짱을 자랑한다. 8년 전인 2013년,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해피니스 컨트리클럽 휴먼·해피 코스(파72·712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제1회 해니피스 광주은행오픈에서 그의 '강심장'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목전에 둔 박현빈(34)과 친분이 있는 선수들은 축하해 주기 위해 언덕 위 연습그린에 옹기종기 모였다. 18번 홀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드디어 첫 승이네, 고생 많았다" "우승 축하해"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때 17번 홀(파5) 쪽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강경남이 2온에 성공했다. 공은 깃대와 10㎝ 거리에 떨어졌다. 또 다시 환호, 역전 이글.

박현빈은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순식간에 역전을 당했기 때문이다. 18번 홀(파4) '강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파로 점수를 지키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 점수는 20언더파 268타.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같은 골프장에서 2회를 맞이한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총상금 6억원)이 열렸다.

5일 최종 4라운드에서 강경남은 버디 4개, 보기 1개를 엮어 3언더파 69타를, 옥태훈(23)은 버디 6개, 보기 1개를 엮어 5언더파 67타를 때렸다. 두 선수는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연장 승부를 펼쳤다. 연장 1차전에서 강경남이 버디를 낚으며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강경남과 옥태훈은 함께 1번 홀(파5)에서 출발했다. 강경남은 통산 11승을, 옥태훈은 생애 첫 승을 향해 걸었다.

2번 홀과 4번 홀(이상 파4) 강경남이 버디 2개로 앞서 나갔다. 옥태훈이 4번 홀부터 6번 홀(파4)까지 3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뒤따랐다. 8번 홀(파3)에서는 옥태훈이 보기를 범했다.

11번 홀(파4) 두 선수는 나란히 버디를 적었다. 14번 홀(파4)에서는 강경남이 실수로 보기를 범했다. 17번 홀 두 선수 모두 버디를 기록했다. 이렇게 1타 차로 강경남이 우승하나 싶었다. 그러나 18번 홀 옥태훈이 그린 주변에서 칩인 버디에 성공했다. 극적으로 동률이 됐다.

스코어 카드 접수처에서 강경남은 "어떻게 그게 들어가냐"라고 물었고, 옥태훈은 "정말 재밌네요"라고 웃었다.

두 선수는 18번 홀에서 연장 승부를 펼쳤다. 둘 다 2온에 성공했다. 옥태훈은 오르막, 강경남은 살짝 내리막이다. 먼 거리에 떨어진 옥태훈이 먼저 퍼트를 시도했다. 홀에 미치지 못했다. 강경남이 퍼트를 시도했다. '강심장'이라 불리던 시절보다 신중했다. 퍼트를 굴렸다. 환호성이 터졌다. 갤러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50개월 묵은 굉음이다.

이 대회 우승으로 강경남은 통산 11승을 쌓았다. 2004년 투어에 데뷔한 그는 2006년 토마토저축은행 제피로스오픈 우승으로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10승을 쌓은 것은 2017년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에서다. 마지막 우승으로부터는 50개월 만이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순위는 5위(2억5452만6578원)가 됐다. 제네시스 포인트는 2659.81점으로 3위에 위치했다. 2위인 박상현과는 약 1100점 차이다. 1위는 부동의 김주형(19·4580.56점)이다.

기자회견에 임하는 강경남. [사진=KPGA 제공]
기자회견에 임하는 강경남. [사진=KPGA 제공]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경남은 "10승을 한 지 4년 2개월이 됐다. 압박이 많았다. 고향 근처에서 우승하게 돼 기쁘다.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나이 이야기를 했다. 강경남은 "20대에는 흐름을 타면 우승을 이어서 했다. 이제는 나이가 찼다. 내 아이가 아침에 나를 깨운다. 전에는 선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려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주형, 장이근과 함께 치면서 즐거웠다"며 "나도 모르게 나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라운드를 즐기면서 선수들과 대화한 것은 6년 정도 됐다. 사람이 항상 어릴 순 없다고 본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재밌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남에게 2013년 17번 홀 이글과 2021년 연장 1차전(18번 홀) 버디의 차이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그때는 18번 홀이 남아 있었다. 압박은 이번이 더 심했다.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저 내 게임에 집중했다"며 "전날 밤 18번 홀에서 3퍼트를 했다. 그래서 이날은 샷을 할 때마다 집중했다. 라이가 좋아서 옥태훈의 칩인 버디가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승부를 결정지은 버디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그린에 올라오고 나서 긴장이 됐다. 지난 10번의 우승을 돌이켜봤다. 침착하게 라인을 확인했다"고 이야기했다.

강경남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다음 주 인천 청라에서 열리는 대회(신한동해오픈)에 대해서는 "연습 라운드를 다녀왔는데 너무 어렵다. 그린 플레이보다 샷 메이킹을 잘해야 한다. 오늘 올라가서 내일부터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회부터 제네시스 챔피언십까지 3~4개 대회 출전을 예고했다. 이후에는 일본골프투어(JGTO)로 향할 예정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먼 미래를 내다봤다. "15승까지 가보고 싶다. 이제 4승이 남았다."

 

아주경제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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