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이후, 홍수가 발생했다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이후, 홍수가 발생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9.14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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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첫 번째 이면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있듯, 사건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여러 이면을 통해 본질을 보게 되는 여정, 어쩌면 조금 더딜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이면을 보다> 주제는 화북천,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월류수 처리시설 공사)와 관련된 이야기로, 여전히 기사는 진행 중입니다.

그런 가운데 두 번째 주제로,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이야기를 합니다. 좁은 제주 지역사회 특성을 고려하고, 일부 주민 요청을 반영해 발언인 '익명'으로 기사를 게재합니다.

 

2021년 9월 14일 오전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예정지(공사장)에서 찍은 강정마을, 침수된 도로 모습.
오른쪽에 쌓인 흙은 수해 신고가 접수된 이후 14일 임시조치된 제방이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강정마을에 유례없던 비 피해가 2년째 발생하고 있다.

2020년 9월 강정천이 범람하며 마을에 홍수가 났고, 2021년 9월 3일에 또 물난리가 났다. 특히 지난 3일에는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장(이하 ‘공사장’) 인근 비닐하우스와 농가주택이 침수로 인한 수해를 겪으며 가장 많은 피해가 있었다.

강정마을의 홍수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또 발생했다. 지난 13일 서귀포 지역 일 강수량 72.7mm 많은 비가 내리면서, 14일 새벽부터 공사장 주변 곳곳에 물이 차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주민 사이에선 “행정의 안일함이 인재(수해)를 낳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에 ‘찬성’하던 주민들도 이번 수해는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인한 것’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왜 그럴까. 자세히 살펴보자.

 

 

강정천, 범람하다

강정마을의 수해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시점은 작년(2020년) 이맘때 즈음이다. 2020년 9월 2일 서귀포 지역에 일 강수량 235mm의 폭우가 내리며, 강정천이 범람한 것이다.

당시 주변 밭은 모래로 뒤덮이는 피해를 입었고, 약 500년 수령을 자랑하던 강정의 ‘신목(神木)’은 거대한 줄기 하나를 통째로 잃게 됐다. 이 신목은 천연기념물 제544호(제주 강정동 담팔수)로,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보호받는 문화재이기도 하다.

제주 천연기념물 제544호, 제주 강정동 담팔수.
사진은 2020년 10월 9일에 찍은 것으로, 왼쪽 아래편에 부러진 나무 줄기를 볼 수 있다. 

당시 주민들은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증언을 했다. “마을에 이토록 큰 홍수가 난 것은 처음 본다”라고.

*관련기사: <미디어제주> 2020.12.10.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이후,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주민들은 마을에 닥친 홍수가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일까. 제주도에 물었다. 당시 제주도 관계자는 “이례적인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며,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와 마을의 홍수는 무관하다고 했다.

 

 

또다시 범람한 강정천, 이번엔 더 큰 피해

비닐하우스를 지탱하던 큰 돌들이 물길에 밀려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1년여 시간이 흘러 2021년 9월 3일, 또다시 홍수가 발생했다.

공사장보다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4동과 농가주택이 침수된 것이다.

“제가 50년 동안 여기(강정)에서 농사를 지었는데요. 이렇게 물이 많이 넘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물길이 거셌는지 비닐하우스를 지지하던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져 나가버렸어요. 하우스 철골을 지탱하는 토사까지 다 유출됐고요.” /주민 A씨

공사장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귤 농사를 짓는 주민 A씨는 이번 수해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다.

비료를 뿌리고, 흙을 덮어 가꾼 농작물의 토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물에 속절없이 쓸려 내려가 유실됐다. A씨는 약 10cm 이상 흙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밭, 혹은 비닐하우스 안 토사의 유출은 농가 피해와 함께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강정처럼 인근에 하천(강정천)이 있는 경우, 토사가 전부 하천으로 유입돼 바다로 흐르게 되는데 이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화북천 하류의 경우, 빗물에 떠밀려 온 토사와 오물이 해안가에 쌓여 바닷가 모래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지난 3일 비 피해를 겪은 후, 계속 행정에 도와달라고 했어요. 비닐하우스를 지지하는 석축이 계속 흔들려서, 혹여 태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날아갈까 걱정됐거든요. 그런데 지금(14일)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태풍이 오니까, 2차 피해가 예상되니까 어떻게 좀 해달라고 했는데도 계속 무시하더라고요. 농민은 힘이 없습니다." /주민 A씨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찍은 사진. 하우스를 지탱하는 흙이 모두 상당수 유실되어 위험한 모습.
2021년 9월 14일 오전, 강정 주민 B씨의 집 내부 모습. 
물이 찬 흔적과, 물을 퍼다 만 흔적을 볼 수 있다.

“저는 집 안으로 물이 들이닥쳤습니다. 지난 3일 처음 피해를 입었고요. 그때 물을 다 퍼내고, 해가 나오기에 이제 좀 괜찮나 싶었는데. 태풍 소식에 어제(13일)부터 비가 오더니, 오늘(14일) 새벽에 또 물이 차기 시작했어요.” /주민 B씨

<미디어제주>가 주민 B씨를 만난 시점은 14일 12시 전후. 새벽부터 물을 한참 퍼냈다는 그는 이미 ‘반 포기’ 상태였다. 이틀 연이은 폭우가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물을 퍼내더라도 폭우가 시작되면 물이 들이닥칠 것을 알기에, 그는 더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차피 이따 비 오면 또 방에 물이 찰 텐데요. 오늘은 다른 곳에 피신해 있다가, 내일 와서 보던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속상하고, 슬픕니다.” /주민 B씨

주민 B씨의 집은 해군기지 진입도로가 생기면, 철거해야 할 대상지에 속한다. 토지가 도로 예정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씨는 토지 보상을 모두 받은 상태다.

하지만 그는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엔 보상액이 턱없이 적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끊긴 배수로'가 수해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수해가 발생한 원인은 뭘까.

<미디어제주>는 14일 공사장 현장에서 제주도청 및 공사 감리 관계자를 만났다.

감리 담당자에 따르면, 이번 수해는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때문에 배수로가 끊겨서” 발생한 사고다.

감리 담당자는 공사장 주변에 ‘비닐하우스’가 대거 포진한 점을 언급했다. 비닐하우스가 많은 곳은 불투수층 비율이 대수층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불투수층이란, 수분이 지하로 스며들어 침투하기 어려운 지층이다. 반대로 대수층은 물이 잘 통하는 지층이다.

비닐하우스는 불투수 물질인 ‘비닐’로 감싸 있기에, 인위적으로 배수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우 시 비닐하우스는 주저앉아 무너지게 된다. 이에 비닐하우스 상단 부분에는 늘 빗물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배수관이 있으며, 하단에도 별도의 물길(배수로)이 존재한다.

강정마을 내 비닐하우스 모습. 파란색 아래로 뻗어있는 관을 통해 빗물이 아래로 흐른다. 아래로 흐른 빗물은 배수로를 타고 다시 바다 쪽, 저층지대로 흐른다.

문제는 공사장 주변 배수로가 중간에 끊어졌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이 언제부터 끊어진 것인지 명확한 시기를 알기 어렵지만, 감리 담당자에 따르면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인한 것임은 분명했다.

감리 담당자는 “(원래는) 농로 배수로를 타고 빗물이 (흘러내려)갔었는데, 도로공사 때문에 배수로가 끊기니까” 그 물이 갈 길을 잃어 흘러 넘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이 흘러넘친 곳의 지대보다 낮은 위치에 비닐하우스가 밀집해 있었고, 하우스 아래로 농가주택이 있어 일시에 피해를 입은 것이다.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끊긴 배수로 모습.

그렇다면 이를 미리 예견할 길은 없었을까? 배수로를 끊기 전에, 이 같은 재해를 예상하고 물길을 다른 쪽으로 텄어야 하지 않나.

이 같은 질문에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방을 쌓고, 웅덩이를 파고, 조치를 했다. 어제도 일부 작업을 했고, 오늘도 후속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도청 관계자의 말을 듣던 주민 C씨가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마을에 물난리가 난 이후, 그가 도청, 시청, 동사무소 등 행정 각 기관에 사실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일주일 이상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C씨는 도청 관계자가 말하는 ‘제방’은 폭우 시 제 역할을 못할 거라며 불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주도청 관계자가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쌓았다고 말하는 '제방'.

그러면서 C씨는 “12일 공사장에서 퇴근하던 포크레인 기사에게 사정을 해 저수지 역할을 할 웅덩이를 팠고, 그나마 그 덕에 13일 큰 피해를 덜 수 있었다"면서 "여기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말을 해보시라”고 감리 담당자와 도청 관계자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뉴스를 보니 13일부터 비가 500mm 이상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행정은 아무런 조처가 없었습니다. 무서웠어요. 그러다가 공사장에서 퇴근하는 포크레인 기사님을 보고 사정을 했죠. 저수지(웅덩이) 좀 파 달라고요. 조금만 더 깊게, 더 깊게 파달라고 계속 요청해서 그나마 이만큼 판 거고요. 이후에도 행정에 배수로를 따로 빼 달라고 계속 요청했는데 다 무시당했어요.” /주민 C씨

이와 관련, 감리 담당자는 배수로를 따로 설치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배수로를 만들려면 흙을 파는 작업을 필수로 해야 하는데, 인근에 문화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문화재가 있는 현 상태로는 도로 완공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물었다. 감리 담당자는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현재 문화재청의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이후... 홍수, 시작되다
인재? 자연재해?

공사 감리 담당자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수해의 원인은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다.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과정에서 △주변 비닐하우스의 기존 배수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배수로가 끊기자 폭우 시 빗물이 빠져나갈 길이 없어져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와 주택이 수해를 입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인재’라고 주장한다.

또 주민들은 유독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시행된 이후, 이 같은 수해가 발생했다고 증언한다. 이전에는 이런 일이 결코 없었다면서.

하지만 행정은 ‘자연재해’라는 입장이다. <미디어제주>가 이번 수해가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때문인 건 맞지 않느냐’ 물었을 때, 감리 담당자는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지난 3일 강수량을 한번 보자. 이례적으로 강수량이 많았다면, '자연재해'라는 행정의 입장이 성립할 수도 있겠다. 

기상청이 밝힌 2021년 9월 서귀포 지역 강수량.

서귀포시 일 강수량 통계를 보면, 지난 3일 강수량은 87mm 정도다. 지난 3일보다 피해는 적었지만, 마을 곳곳 도로마다 물이 가득 찼다는 13일 강수량은 72mm 수준이다.  

이는 '폭우'라고 지칭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매년 태풍 철마다 흔히 보이는 강수량이다.

이에 주민 A씨는 부연했다. “일 강수량 265mm 이상 폭우가 쏟아진 태풍 나리(2007년 9월) 때도 이런 물난리는 없었다”라고. 심지어 강정천 범람으로 교량 주변 밭과 천연기념물이 훼손되는 피해가 있던 작년(2020년)에도 그의 비닐하우스는 무사했었다.

각각 2018년 9월 13일, 2017년 8월 14일 서귀포시 일 강수량.
모두 비 피해가 있던 2021년 9월 3일보다 강수량이 많다.

이같은 이유를 들며 주민 A씨는 이번 물난리, 수해가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인한 인재'라며, "행정은 더이상 농민, 마을 주민을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기상청은 제14호 태풍 ‘찬투(CHANTHU)’ 영향으로 제주에 오는 15일까지 300mm 이상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일 오후 7시 기준,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위치한 제주도 남부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2021년 9월 14일 오전, 비가 잠시 그쳤지만 강정천에는 여전히 물이 상당량 차올라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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