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있는 날엔 숲에 가면 더 안전하죠”
“미세먼지가 있는 날엔 숲에 가면 더 안전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9.16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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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공간] <9> 미세먼지는 정말 공포일까

주변의 나뭇잎은 ‘생물학적 환경정화’로 적절
국제적 학술지 “나뭇잎은 화학물질 흡수해”
아이들을 나무가 있는 공간에서 놀게 해줘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미세먼지는 누구에게나 공포로 인식된다. 인구증가로 인한 도심의 팽창, 에너지 소비를 부르는 산업화, 그에 따른 산림파괴 등이 눈에 보이는 대기를 오염시킨다. 여기에다 기후변화는 더더욱 대기층에 변화를 일으키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다행이랄까. 코로나19가 불어닥치자 각국의 생산성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공장 가동도 줄고, 차량이동도 줄어들자 오염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적 팬데믹이 불러온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러나 ‘맑은 하늘’이 줄곧 보장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라는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다시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가고, 경제활동도 차츰 예전 모습으로 귀환중이다.

숲은 미세먼지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 사진은 청수곶자왈. 미디어제주
숲은 미세먼지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 사진은 청수곶자왈. ⓒ미디어제주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인간에만 있지 않다. 꿀벌에게도 위협이다. 미세먼지는 꿀벌이 꽃에서 꿀을 얻기 위해 식물을 찾는 시간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올해 초 세계적 국제저널인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세먼지가 꿀벌의 꿀찾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한다.

꿀벌의 생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아인슈타인은 인류도 종말을 고한다고 했다. 세계 첫 규명이라는 환호가 그리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미세먼지는 어린이들의 바깥 활동도 멈추게 만든다. 아이들은 바깥에서 놀아야 몸과 마음이 활성화된다. 실내에서 좋은 장난감으로 놀더라도, 바깥 활동의 놀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둔 부모의 심경은 이와 다르다. 미세먼지가 온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아이들은 실내에 갇히고 만다. 마치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기를 기다린 듯, 아이들을 실내로 가둬버리는 엄마·아빠들의 행보는 너무 빠르다.

미세먼지가 우리 주변을 찾아오면, 정말 아이들은 바깥에서 놀지 못하게 되는가. 전문가들은 “아니다”고 한다. 초미세먼지가 오지 않는 이상 나무가 많은 숲은 얼마든지 나가서 놀아도 좋다고 권장한다. 어쩌면 우리는 과도한 ‘미세먼지 공포주의자’인지도 모른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 있을테고, 다른 하나는 ‘생물학적 환경정화’다.

미세먼지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려면 미래를 대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와 국가 단위, 세계적인 상호관계가 제대로 유지되어야 작동된다.

논문 ‘대기 오염의 필로레메디에이션(Phylloremediation of Air Pollutants)’에 실린 나뭇잎의 유기화합물 분해과정.
논문 ‘대기 오염의 필로레메디에이션(Phylloremediation of Air Pollutants)’에 실린 나뭇잎의 유기화합물 분해과정.

‘생물학적 환경정화’는 원천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행위와는 다르다. 생물학적 환경정화는 바로 우리 곁에서 찾을 수 있다. 가깝게는 집안에서, 집 주변에 있는 나무를 통해 그 방법을 배우게 된다. 좀 더 생물학적 용어를 쓴다면 ‘필로레메디에이션(phylloremedia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사전에 나오지는 않는다. 2007년 아마르요티 산두라는 학자가 처음 썼다고 한다. 잎을 뜻하는 ‘필로(phyllo)’를 접두어로 붙인 단어로, ‘필로레메디에이션’은 ‘나뭇잎 정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식물의 광합성을 일으키는 나뭇잎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 아마르요티 산두는 나뭇잎에 붙어 있던 페놀이 제거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후속 논문을 만날 수 있는데, 2017년 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 2017년에 실린 논문 한 편을 참고하면 나뭇잎이 지닌 효과를 읽게 된다. ‘대기 오염의 필로레메디에이션(Phylloremediation of Air Pollutants)’이라는 논문은 “잎의 밑부분에 있는 기공은 표피세포층이 있고, 세포들 사이의 공기 공간은 가스 교환을 촉진시킨다. 기공은 잎사귀 안팎으로 기체의 흐름을 조절하고, 다른 화학물질을 흡착하거나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또 “나뭇잎과 잎과 관련된 미생물이 대기 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미생물이 오염물질에 적응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개발하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은 미생물 생분해, 오염물질 생분해도 포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던 오염물질이 나뭇잎에 붙게 되면 분해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있더라도 나무 곁에 가라고 한다. 특히 나무가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숲이라면 미세먼지에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진다. 미세먼지는 나뭇잎에 걸리게 되고, 미세먼지에 포함된 오염물질은 분해되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베이징인 경우 2002년 조사에서 도시 중심부에 있던 240만 그루의 나무가 대기 중 오염물질 1261톤을 제거했다고 나온다. 2010년엔 미국의 사례인데, 1740만톤의 대기 오염을 해결한 당사자는 ‘나무와 숲’이었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미국 사례를 인간에 미치는 건강효과로 분석하면 68억 달러에 달한다고 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조 규모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동반자로서 자연이 요구된다. 자연은 파괴대상이 아니라, 친구이다. 대기오염 관련 연구물을 보면 나무와 숲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곁에 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숲을 조성하는 일이 생존과 직결된다. 아울러 어른들은 미세먼지 공포 때문에 아이들의 바깥활동을 자제할 일이 아니라, 나무가 많은 공간에서 놀게 해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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