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그들만의’ 평화와 세계평화의 섬
해군, ‘그들만의’ 평화와 세계평화의 섬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9.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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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화활동가 최성희씨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때쯤이면 악몽처럼 그 날이 떠올랐다. 올해 9월 2일은 강정 마을 구럼비 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해군이 기지 건설을 위해 강제로 펜스를 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 날 저항으로36명이 체포되고 4명이 구속되었다. 그 다음해 3월 7일 구럼비 발파가 시작되었다. 그 날을 직면하여 기억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 날 이후 10여년간 확장된 폭력의 무게 때문이다. 한 때 구럼비로 불린 해안은 이지스 구축함, 잠수함, 강습상륙함등의 국내 군함들과 때로 미핵잠수함을 비롯한 외국 군함들의 날카로운 직선들로 대치되었다. 구럼비는 해군이 가장 먼저 지워버리고 싶어했을 이름이었고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는 강정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되는 단어가 되었다.

갈갈이 찢긴 것은 구럼비 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찢겨 너덜거렸다. 민관군상생협약이란 허울 좋은 말은 상처들을 더욱 헤집어 칼집을 내었다. 기지의 완성은 그렇게 마을의 식민화, 마음의 식민화로 완결될 수 있었다. 기만적 협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요식적 사과와 돈이었다. ’상생’이란 단어 만큼 ‘식민’이란 단어를 은폐하기 좋은 단어는 없다. 그러나 겉과 속이 완연히 다른 말들처럼 폭력이 되고 미래의 재앙을 예고하는 말들은 없다. 지난 10 동안 화려하나 기만적인 베일을 쓴 말들은 강탈과 탄압을 동반하지 않았나. 통곡과 눈물과 질병과 감옥을 동반하지 않았나. 그것을 감당해야 했던 것은 누구인가. 폭력에 의해 원치 않는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맡게 된 이들은 누구인가.

‘평화’는 그렇게 왔다. 해군의 ‘평화’는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단어를 보자 상처들이 다시 떨렸다.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해군이 최근 22년 만에 개정한 자체 목표에 들어간 내용이다. 2021년 7월 14일 개정된 해군의 목표는 얼핏 단순 명확했다. ‘대한민국 해군은 국가를 방위하고 뒷받침하는 핵심군으로서 (1)전쟁을 억제한다 (2)해양전에서 승리한다 (3)국가이익을 수호한다 (4)세계평화에 기여한다’ 이다. 그렇다. 해군은 단지 전쟁을 억제하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해군은 해양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고 이기기 위해 전쟁훈련으로 학살되는 해양생물들의 생명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 이익이란 이름아래 군함을 비롯한 무기 체계에서 나오는 오염과 탄소 배출은 부수적 피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국토방위를 넘어 원해로 그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해군에게 ‘기후 위기’는 우선적 관심 사항이 아니다. 그들은 기후 위기와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겪는 대다수 국민을 생각하기에 너무나 먼 ‘그들만의’ 세상에 있다.

해군의 세계평화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6기를 장착할 수 있는 3천톤 중형 잠수함과 함께 왔고 미해병대 주력 수송기인 오스프리의 이착함이 가능할 1만 4천5백 톤 마라도함과 함께 왔다. 이 마라도 함은 2033년 까지 완성계획인 3만톤 한국 첫 경항모의 원형이 될 것이고 이 경항모에는 스틸스 기능과 수직 이착륙 능력을 갖춘 F35B가 운용될 것이다. F35B를 운용하는 미국과 일본에게 한국 경항모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최근 6만 5천톤 퀸 엘리자베스 영국 항모의 방한은 작년에 국회에서 대폭 예산 삭감 되었던 경항모 예산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최적의 기회였다. 퀸 엘리자베스는 8월 31일 한국 해군과 동해에서 합동 훈련을 했다. 그 훈련은 겉으로는 양국 훈련이었지만 영국의 항모에는 미국과 네덜란드 군함이 각각 배속되어 있었다. 해군은 이 경항모를 향후 3개 기동 전대로 편성될 기동함대사령부의 지휘함으로 쓸 계획을 갖고 있다. 경항모 운용에 30~40조의 돈이 든다 한다. 제주도 올해의 예산이 6조가 채 안되는 것과 비교해 보라. 2021년 국방 예산은 약 53조원이었다. 이 기동함대사령부의 모체는 현재 제주해군기지의 제 7기동 전단이다. 올 해 9월 1일 국방부가 발표한 22~26 국방중기계획에 의하면 해군은 2026년 까지 현재 4개의 함대를 6개로 늘리는데 각각 기동함대사령부와 항공사령부이다. 해병대는 항공단을 창설한다.

해군이 ‘세계 평화’를 이야기 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8년 국제 관함식에서 해군은 ‘제주의 바다, 세계평화를 품다!” 라는 기치를 내세웠고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연설했다. 그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김태환 전 도지사는 해군기지가 평화의 섬과 양립가능하다 말했다. 그러한 사고 자체가 정신분열적이지만 이 때만 해도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과 별개의 것으로 언급되었다. 관함식을 계기로 해군기지는 평화로 둔갑되었다. 사람들은 속지 않았다. 사람들은 기어코 마을회를 회유하여 ‘제주의 군사기지화 선포식’ 이나 마찬가지인 국제관함식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은 민군복합센터 건물에 ‘해양강국, 대양해군’ 이라 쓰여진 거대한 배너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양’을 향해 ‘도전’한 콜럼버스를 연설에 언급한 그 다음 날인10월 12일, 10만톤이 넘는 미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은 이른바 민군복합관광미항 크루즈 터미널에 유유히 입항한 첫 ‘공식’ 함선의 되었다. 526년 전 바로 그 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땅에 상륙하였고 이는 원주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그 날은 원주민들에게 제국주의 침략의 날이었다. 해군의 ‘세계평화’는 제주에 그렇게 암운을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거슬러 가보자. 2005년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당시의 선언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가 삼무(三無)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했다. 여기에는 도민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평화’에 대한 정의가 없다. 30년 전 양용찬이 죽음으로 저항한 특별법은 제주국제자유도시란 무소불위의 거대한 발톱 아래 진화되어 왔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 4장 세계 평화의 섬 지정에도 역시 ‘평화’의 내용에 대한 정의가 없다. 더 나아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지역발전계획 수립’이란 항목까지 포함하고 있다. 세계 평화의 섬이 민군복합이란 탈을 쓴 제주해군기지를 정당화하고 포용하고 있다. ‘평화’는 그 안에서 내장을 뺏기고 거죽만 남았다. 그것은 어머니를 죽이고 어머니의 거죽을 쓰고 어머니 인양 행세하는 약령이 나오는 한 공포 영화와 끔찍하게 닮아 있다. 그러나 2013년 평화실천사업에 대한 제주도민의 인식과 평가 조사에서 세계평화의 섬 사업 관련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 해군기지 반대 의사표시를 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세계평화의 섬 100주년 기념 백서 부록 5참조)

평화는 어떻게 군사기지로 둔갑하는가. 여기에는 ‘힘의 논리’가 있다. 이 논리는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 기조인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와 멀지 않다. 이러한 패권의 논리에서 법과 국제적 규약, 합의는 절대적 준수 사항이 아니게 된다. 올 해 8월 15일 대한민국 해군, 해병대, 해양경찰이 공동 발행한 ‘해양력에 기반한 번영과 평화를 위한 구상’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다. “바다는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속성이 있으며 우리를 둘러싼 안보정세도 국제법만으로 번영과 평화를 유지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다양한 합의와 해양법을 지키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해군-해병대-해양경찰을 중심으로 한 해양력이 필수이다." 같은 책자의 42페이지에는 “강한 해양력을 구비하는 것이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2018년 관함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말하지 않았던가.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입니다. 그 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그가 연설한 날은 그 해 9월 19일 남북정상이 만나 ‘군사적 대결을 끝내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기로 한 지 3주 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올 해 해군 군사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일부 주민들의 집과 밭이 태풍을 맞아 침수된 다음날이었다. 9월 15일 뉴스는 시끄러웠다. 북한의 열차 미사일 발사 시험과 2시간 간격으로 문재인 대통령 참석 아래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이 강행되었다. 2018년 남북 정상 회의에서 합의되었던 ‘단계적 군축’은 군비증강과 군사적 대결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해군은,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이야기 하지만 분열과 분단이 강화되고 있다. 그것은 ‘그들만의 평화’이다.

해군은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강정주민을 비롯한 도민들은 ‘평화권’을 박탈당한 지 오래이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이 전 세계적이었으니 평화권을 박탈당한 것은 평화를 위협받은 전 세계인으로 확대된다. 평화권, 또는 평화적 생존권에 관한 유엔 등 국제 기구 차원의 오랜 논의들은 평화가 인권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그 결과물임을 말해주고 있다. 군축과 양심적 병역 거부, 억압과 차별에 대한 저항 등이 진지하게 평화권의 요소들로 고려되었고 제안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비록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으나 2016년 유엔의 평화권 선언조차 그 제 1 조에서 ‘모든 사람은 평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평화권이 단지 평화를 위협받지 않을 권리만을 말하는 것일까. 평화권의 깊은 의미는 가해자가 되지 않을 권리까지, 그리고 그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인식하고 가해에 저항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1930년대 원치 않는 가해의 섬으로 운명지워진 제주에게 이러한 해석은 특히 의미가 있다. 알뜨르에 거대한 비행장을 세운 일제 해군 항공대는 난징에 폭격을 가하여 수많은 난징의 사람들을 학살하지 않았던가.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해군의 평화를 거부한다면 또다른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고르바초프와 노태우 대통령이 만나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 물꼬를 튼 1991년을 돌아보자. 9월 17일은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이기도 하다. 그 해 10월, 제주국제협의회의 토론장에 참석한 세계 정치 전문가들은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한 다섯 가지의 중요한 원칙을 정립하였는데 그 중 첫번째는 “제주도는 비무장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는 그 원칙이 거론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원칙은 그러나, 오랜 세월 잊혀졌다. 돌이켜 보면 제주 평화의 섬 정책 최초 입안자였고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였던 문정인 교수는 한 때 제주의 '비군사화(비무장화)'와 '중립화'를 국제적으로 선언할 것과 "장기적으로 군사목적의 선박 및 항공기의 기항과 기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추진 원칙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2013년 창립 취지문 참조). 그러나 이 글을 마무리하는 오늘 9월 18일 아침, 비무장평화의 섬을 갈구한 송강호는 구속 수감 538일째를 맞았다.

1986년 유엔의 발전권 선언 제 7조는 주목할 만하다. “모든 국가는 국제 평화와 안보 구축, 유지, 강화를 추진해야 하며 그러한 목표를 향해 효과적인 국제 통제 아래 포괄적이고 완전한 군축을 이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군축 조치들에 의해 풀려진 자원들은 특히 개발도상국 국가들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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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반대꾼~~ 2021-09-18 13:39:30
무장해제하고 북한에 항복하면 당신이 원하는 평화가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