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의 가슴에 영원히 솟는 샘물, 김통정1
제주인의 가슴에 영원히 솟는 샘물, 김통정1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9.30 15:07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미아의 독서 칼럼] <5>
뭉게구름으로 나타난 김통정 장군. 장영주
뭉게구름으로 나타난 김통정 장군. ⓒ장영주

두둥실, 항파두리 주변에 슬며시 뭉게구름이 떠오른다. 유적지에 서 있는 팻말은 근엄하고도 비장하다. 삼별초의 의지를 기리는 얼굴들이 간간이 잔디밭의 고요함을 깨뜨린다. 뭉게구름은 드론과 사진기 속으로 찰칵, 어느 설화 연구가의 깊은 애정 속으로 빨려든다. 오늘은 분명히 김통정 장군이 도술을 부려서 뭉게구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주는 이들의 사랑을 모두 담아가겠다는 것처럼 그렇게 잠시 왔으리라.

사람들은 현실에서 보이는 나와 내면 깊숙이 묻어 둔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로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가 가끔은 그 무의식의 공간에 숨겨진 채 이루지 못했던 바람을 슬쩍 꺼내며 화해를 시도하기도 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 정신적 유대감에 따라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정체성은 무의식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그 속의 다양한 감정과 결핍의 요소들은 고스란히 설화 속에 반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해 줄 영웅이 필요했던 것일까. 제주인은 역사 속 김통정과의 대립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를 설화 속 영웅으로 탄생시켰다. 이는 탄생에서 몰락까지, 제주인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설화 속 영웅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되는 이유가 된다.

이 글에서는 역사 속 김통정의 삶을 알아본다. 더불어 자료 채집 작품을 중심으로, 그가 어떻게 설화 속 인물로 전승되어 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다양한 장르로 재조명되는 작품들을 분석해 보고, 김통정의 항몽에 대한 신념이 어떻게 청소년 독자들에게 가치를 내면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 보며 다양한 텍스트 매체와 비교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역사 속 김통정이 설화에서는 어떻게 구비 전승되었을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서 지배층에 의해 주로 전승된다. 반면 설화는 민중의 시선이 녹아있는 구비 전승물이다. <고려사>에 의하면, 삼별초는 원종 11년(1270) 몽골과의 강화와 개경 환도에 반대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려 정부와 몽골에 저항하며 강화도에서 진도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듬해 5월, 고려와 몽골의 연합군에 의해 진도의 용장성이 함락되었다.

진도에서 패한 삼별초는 김통정의 지휘 아래 제주로 근거지를 옮겼다. 애월읍 고성리에 항파두리성을 만들어 고려 정부에 들어가는 세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등 중앙정부의 입장을 거스르는 행적을 취한다. 1273년, 여원연합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삼별초가 저항한 지 4년, 김통정 장군이 제주에 들어온 지 약 2년 6개월 만에 완전히 패한다. 여기서 김통정의 역사는 끝이 난다. 이러한 역사 속 김통정은 제주인에게 어떻게 설화적 인물이 되었을까.

항몽유적지. ⓒ송미아
항몽유적지. ⓒ송미아

설화에서 김통정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영웅성을 드러낸다. 당시 제주 민중들은 왜 영웅의 출현을 고대했던 것일까?

김통정이 신비스러운 인물임을 강조하면서도 그가 제주에 들어와 제주 민중과 빚어진 대립과 갈등 또한 설화 속에 고스란히 표출했다. 이것은 설화가 민중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또한 제주인들은 중앙정부로부터 당한 소외감과 혹세무민에 대한 불만 등 제주인의 고충을 해소시켜 주는 통로를 찾았던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김통정의 설화 속 영웅적 인물로 거듭난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는 김통정의 1차 구비 채록 설화연구가 현용준, 진성기, 장영주의 기록 중 장영주의 일부 설화 모티프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어서 1차 자료 및 채록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고봉선, 양순진의 설화 동화, 손영순과 김성률의 재조명 설화시를 통해 주제 의식을 분석해 본다. 아울러 김통정의 탄생, 대립, 협력, 몰락, 사랑 등 역사 속 김통정이 설화 속 인물로 전승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 신비한 탄생 구조 모티프

김통정 설화는 제주만의 지역적 색깔을 반영한 전설이 되어 당시 도민들과의 갈등 양상과 현실적 요소들을 담아 재해석 되며 전해진다. 제주인들은 김통정 장군을 신비스러운 인물로 설화 속에 투영했다. 그것은 출생, 성장, 활동, 죽음이라는 생애의 과정을 통해 다양하게 등장한다.

때는 고려 말이었다. 어느 마을에 홀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홀어머니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없는데 아기를 가졌다는 소문은 금방 이웃 마을까지 퍼졌다. (중략)

“오늘 밤 어떤 남자가 들어오거든 그 사람의 발에 실을 묶어 두게나” 홀어머니는 노인의 말에 따라 그날 밤 잠자는 어떤 남자의 발목에 실을 묶어 두었다. (중략) 거기엔 지렁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지렁이와 매일 밤 같이 잠자리를 했던 것이다. 날이 갈수록 홀어머니의 배는 불러오고 열 달이 되어 아기를 낳았다. “허허, 이런 괴상할 데가…….” 아들을 낳았는데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고, 겨드랑이에는 날개가 돋아 있었다. 동네 사람이 일러 준 대로 이런 사실을 숨기고 아기를 키웠다.

출처: 장영주, 『설문대 할망』, 김통정 장군 설화

장영주의 김통정 장군 설화를 보면, 김통정은 한 여인과 지렁이의 통정에서 잉태된다. 매일 밤 들어와 동침하던 남자는 지렁이였고, 잉태된 아들이 김통정이었다. 이는 설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탄생 구조인 천손강림이 아닌 동물교합 모티프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신비한 출생과정을 보여주는 반면, 제주만의 지역 특색이 드러낸 부분이라 하겠다.

온몸에 비늘이 있다는 것과 날개가 돋아 있는 것을 숨기고 길러졌다는 사실 역시 김통정이 비범한 인물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제주인들은 그에게 아기장수 설화의 역장 모티프를 투영하여 대립적인 갈등 양상을 드러낸다. 갈등과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비범함은 그에 대한 인식이 단지 역장의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견인한다. 자신들의 아픔과 결핍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영웅적 인물로 형상화하고 싶다는 제주인의 의지다.

 

# 토성을 쌓는 제주인들과의 대립 구도

당시 제주는 삼별초의 입도, 관군의 싸움, 토성 구축 및 군비 강화 등에 따른 일반 백성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많았다. 역사적 명분을 생각하기 이전에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김통정 장군이 백성을 시켜 토성을 쌓을 때는 극심한 흉년이었다. 역군들이 배가 고파 인분을 먹을 지경이었다.

출처: 현길언, 『설화와 주변부 사람들의 생활 양식』, 불운한 장수들

올해는 보리농사도 조 농사도, 콩 농사도 망쳤다. 그야말로 흉년인데, 지방관들은 뭍에서 온 사람들과 손을 잡고 우리를 괴롭혔다. 툭 하면 세금이라며 곡식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중략) 배고픔을 이기지 못했던 우리는 쥐까지 잡아먹었다. (중략) 성 쌓는 일에 나갔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아버지는 좁쌀 한 톨 받아오지 않으셨다. (중략) 순동이와 나는 숨을 숙이며 그 남자의 행동을 살폈다. 동네 사람은 아니었다. 그 남자가 쪼그려 앉더니 무언가를 긁어모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고인 물에 가서 씻었다. 무엇일까? 개똥이와 난 이미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심장만 터질 듯이 뛰었다. 잠시 후, 남자는 씻어낸 것을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더니 꼴깍 삼켰다. 무엇일까?

출처: 고봉선 설화 동화, <개똥이와 김통정 장군>

고봉선의 설화 동화 속 이야기를 보면 김통정 장군이 백성을 시켜 토성을 쌓을 때는 극심한 흉년이었다. 그리고 며칠째 토성 쌓는 일을 해도 백성들은 좁쌀 한 톨 받아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먹을 것이 없고, 쥐를 잡아먹는다든지 인분을 먹는 모습까지 처절하게 설화 동화 속에 그려진다. 이는 당시 주민들의 형편이 매우 어려웠다는 것과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상존했음을 알 수 있다.

 

# 삼별초군과 제주도민의 협력

제주도민이 삼별초군에 협력한 이유로 삼별초군의 항몽의식과 제주도민이 고려 정부에 대한 반감의 결과를 들 수 있다. 제주도민은 삼별초군의 입도와 관계없이 중앙 정부에 대한 불만이 내재하여 있었다는 것이다.

문순덕, 『구비문학의 역사적 의미』, 항몽 김통정 설화를 중심으로

“여봐라, 세금을 재와 빗자루로 받아라.” 김통정 장군은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돌아갈까 봐 재와 빗자루를 세금 대신 받았다. “재를 성 위에 뿌리라. 그리고 말의 꼬리에 빗자루를 묶어라” 김통정 장군은 여러 마리의 말에 빗자루를 묶게 하고는 재를 뿌린 성 위를 달리게 했다.

출처: 장영주, 『설문대 할망』, 김통정 장군 설화

설화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고 있는 대목이지만, 장영주의 설화에서는 백성을 생각하는 김통정의 마음이 그려져 있다. 제주도민은 중앙정부의 혹세무민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기에 삼별초군이 자신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절실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는 삼별초와의 협력관계 구도를 수용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 김통정의 몰락 과정 설정

아기업개의 도움으로 김통정 장군을 죽인 김방경 장군은 그 공을 갚으려고 아기업개를 찾아갔다. 아기업개는 임신해 있었고, 그 아이가 김통정 장군의 아이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기업개를 죽이고 배를 갈라보니 비늘이 달리고 날개가 돋은 아이가 한참 파닥파닥 뛰더라 한다.

출처: 장영주, 제주도 역사스토링텔링 『애월읍』, 김통정

장영주의 스토리텔링에서 보면 김통정은 신비한 탄생과 날개의 비범성을 지닌다. 그리고 사회에 수용되지 못한 채 거부당하고 있는 부분과 배 속에 든 아기까지 죽임을 당한다. 이는 역적의 자식은 역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아기도 낳기 전에 죽여버려야 된다는 비극적 요소를 드러내는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아가들이 그렇게 걱정되느냐? 그럼 저 성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아니냐? 내가 들어가게 해주마, 그런데 저 성안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말해다오.”

“그것도 몰라요? 저 쇠문 아래 불을 때면 철문이 녹을 것이고 그때 성문을 부수고 쳐들어가면 될 것 아닌가요?”(중략) “장군, 성문이 다 녹아내렸습니다. 지금 쳐들어가면 적기입니다.” (중략) “그러니, 아기업게의 말도 들어야 하느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소리 같았어요. 그러나 김통정 장군을 잡는 일은 쉽지가 않았어요. 이번에 다시 아기업게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하면 김통정 장군을 잡을 수 있느냐?”

“에, 분명 저쪽 토성에서 성 밖으로 뛰어내릴 것입니다. 그때 그물을 쳐서 잡으면 되지요.”

출처: 양순진 설화 동화 <왕의 운명을 바꿔버린 아기업게와 장수물 이야기>

김통정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모든 백성을 들여놓고 철문을 잠갔다. 너무 급히 서두른 바람에 배 속에 김통정의 아이를 밴 아기업개를 들여놓지 못했다. 양순진의 설화 동화 중 ‘아기업게’(※양순진은 '아기업개'가 아닌 '아기업게'로 표현하고 있다) 등장 부분에서 아기업개는 김통정의 적군인 김방경을 돕는 인물로 설정된다. 여기서 김통정은 아기업개와의 관계가 격리되어 대립적인 구조로 갈등을 심화시킨다. 양순진은 아기업개와 배 속 아이, 김통정 모두가 적수에 의해 몰락하게 되는 비운을 모티프로 삼별초의 몰락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김통정이 남긴 사랑의 발자국

김통정 장군은 죽어 가면서 ‘내 백성일랑 물이나 먹고 살아라’하며 홰(靴)를 신은 발로 바위를 꽝 찍었다. 바위에 홰 발자국이 움푹 패고 거기에서 금방 샘물이 솟아 흘렀다. 이 샘물이 지금도 있는데 ‘횃부리’ 또는 ‘횃자국물’이라 한다. 이 샘물을 고성리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음료수로 이용한다.

출처: 현용준, 『제주도 전설』, 서문당, 2002.

“탐라 사람들이여! 죄송합니다. 저들에게조차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렵니다. 그러나 당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죽는다고 죄를 씻겠습니까마는, 제 도술로 발자국에 샘물 하나 남겨놓습니다. 부디 이 물 마시며 오래오래 사시옵소서.”

출처: 고봉선 설화 동화, <개똥이와 김통정 장군>

고봉선은 설화 동화에서 김통정 장군의 좌절과 실패로 끝을 맺는 아픔을 재조명하면서, 김통정의 제주인에게 남겨진 사랑을 표출한다. 김통정은 제주인들에게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마음을 표현하며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고봉선은 결말에 ‘죽는다고 죄를 씻겠습니까마는, 제 도술로 발자국에 샘물 하나 남겨놓습니다.’에서 장수물 설화 모티프를 대입시켜 동화의 주제를 강조한다. 그동안 대립과 갈등에 놓여 있었던 불가피한 상황들과 화해를 시도하는 김통정 장군의 절실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부디 이 물 마시며 오래오래 사시옵소서.’라며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남긴 김통정의 마음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제주인의 가슴에 영원히 솟는 샘물, 장수물. ⓒ고봉선
제주인의 가슴에 영원히 솟는 샘물, 장수물. ⓒ고봉선

# 재조명 문학으로 들여다본 김통정의 항몽 의지

김통정의 삶을 채록한 설화를 시로 재구성한 현대 작가들은 다양한 장르에서 김통정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김성률과 손영순은 설화 채록의 내용을 시로 재구성하여 김통정의 항몽 의지를 재조명하고 있다.

별점을 쳐 보아라
배수의 진을 찾아 떠나는 길

떠나온 곳은 돌아보지 말자

어여차 노를 저어라

개밥바라기 등지고 샛별을 향하여

출처: 김성률, 설화 시 <장성 3>

김성률은 몽골과 끝까지 항쟁하기 위해 삼별초 군대가 강화도에서 진도를 거쳐서 제주도까지 와서 항전하고 있는 상황을 설화 시로 재탄생했다. ‘용장성 1’은 진도에서의 의지, ‘용장성 2’는 진도 패전의 대안, 위에 제시되는 3편에서는 제주에서의 현실과 항몽 의지를 그렸다.

‘배수의 진을 찾아 떠나는 길’은 진도에서 실패했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제주로 향한 김통정의 항몽 의지를 표명하는 길이다. ‘개밥바라기 등지고 샛별을 향하여’ 에서 시적 화자는 김통정의 항몽 의지를 소환하며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향해 주체적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극락봉 북쪽에는 화살이 박힌 큰 돌이 하나 서 있는데 이를 ‘살 맞은 돌’이라고 불렀다. 이곳은 삼별초군이 무술을 익히던 곳이다. 이 돌은 그들이 돌도 뚫을 정도의 강인한 항몽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피 흘리며 이 한 몸 모두 내주었더니

새살이 올랐어요, 오늘까지 살아남아

항파두리 역사문화제 나도 오라 하네요

출처: 손영순, 설화 시 <살 맞은 돌>

삼별초의 아픔과 저항 살맞은 돌. ⓒ송미아
삼별초의 아픔과 저항 살맞은 돌. ⓒ송미아

손영순은 설화 시에 김통정의 불타는 저항 의지를 드러내며, 제주인의 가슴에 새기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냈다. ‘피 흘리며 이 한 몸 모두 내주었다’는 시적 표현에는 삼별초의 아픔과 저항 의지가 녹아있다.

이러한 삼별초의 항몽 의지는 제주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것은 김통정의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고, 그를 회생시켜 품어주는 제주인의 마음이다. 손영순은 새살로 올라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남은 삼별초의 항몽 정신을 뚜렷하게 시로 보여준다.

 

# 역사에서 설화 속 인물이 되다

제주지역에서는 삼별초 군과 김통정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김통정을 다룬 설화가 곧 삼별초의 대몽 항쟁과 관계된 설화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김통정 설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제주인의 의지에 의해 탄생, 대립, 협력, 몰락, 사랑의 발자국 등에서 진솔하게 표출되고 있다. 제주인들은 그들의 각박한 삶에서 탈출시켜 줄 영웅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리라.

김통정을 역사 속 인물로 평가해 보면 당시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역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지켰던 항몽에 대한 신념은 중앙정부 관점의 역사적 해석을 반전시킬 만큼 소중한 가치였다. 제주인은 김통정의 가치를 읽은 것이다.

인간은 문학 작품을 읽으며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세계를 인식하며 보다 바람직한 인생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다. 김통정 설화 모티프를 재조명한 작품 분석을 통해 그의 항몽 의지에서 꺼낼 수 있는 덕목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주체적 신념 기반으로 하는 삶의 방향이었다.

주체적 신념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영원불변한 보편적 가치로 제주인을 넘어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가치이다. 특히 가치관을 함양하는 절정기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작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자아정체성 확립의 절정기인 청소년들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고 적용해 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통정은 ‘부디 이 물 마시며 오래오래 사시옵소서.’라며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후대에 남긴다. 김통정 설화에 대한 채록 자료의 분석을 통해 그가 제주인의 가슴에 영원히 샘솟는 사랑의 징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김통정은 역사적인 인물에서 설화 속 인물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깊은 울림을 주는 손영순의 시를 김통정에게 바치며 제주인의 마음을 갈음한다.

새살로 올라온 항몽 정신. ⓒ고봉선
새살로 올라온 항몽 정신. ⓒ고봉선

피 흘리며 이 한 몸 모두 내주었더니
새살이 올랐어요, 오늘까지 살아남아
항파두리 역사문화제 나도 오라 하네요

 

송미아 .....         

한우리 제주지부장
독서지도사양성과정 전문강사
독서지도사, 부모교육 강사
온라인설화문화연구소 활동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논문
“소그룹과 가정에서의 독서지도를 통한 독서습관의 형성 방안 연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경아 2021-10-06 21:41:00
한국사 책에서 그저 한줄의 설명으로 끝나버리는 제주 삼별초의 한서린 삶이 장구한 시간의 벽을 넘어 이 글을 읽는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합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잼잼 2021-10-03 20:03:53
나라가 뺏기는 상황에서 왕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여몽연합군에 맞선 삼별초의 의지가 제주도민의 깊은 곳에 내재된 우국충정의 마음을 끌어올렸나 봅니다. 외지인으로서 제주도민이 가지는 토속적인 문화를 잘 알지 못하지만 설화나 역사를 통해서 비춰 본다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사를 자격증이나 시험만을 위해 공부하며 그 참된 목적과 의미를 잊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네요. 역사속의 인물을 통해 제주도의 면면을 느끼게 되는 글을 써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다음 시리즈가 너무 기대 됩니다!!!

노꼬매 2021-10-02 06:16:11
제가아는 애월항파두리으ㅣ 김통정장군이 이렇게 의미있는 가치를 남겼군요~~~생각지도못한 설화작품들을 잘 감상하고갑니다.

화수분 2021-10-01 21:10:25
설화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김통정 장군의 항몽의지를 새삼 깊이 되새겨지곤 하네요. 게다가 작가가 이렇게 직접 역사탐방을 하면서 사진자료도 세심하게 올려주니 재미도 있고 가물가물하던 제주역사도 쏙쏙 공부하게 되어 좋네요.ㅎ
"지금 그대가 가는 이 길이 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