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인증샷을 남기면 곶자왈 공유화 기금이 만들어져요”
“인증샷을 남기면 곶자왈 공유화 기금이 만들어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1.02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곶자왈공유화재단, ‘곶자왈 워킹 챌린지’ 진행
11월말까지 SNS에 글 올리면 제주농협서 기부
게시물 하나에 1만원…목표 금액은 1000만원
교래곶자왈의 풍경. 미디어제주
교래곶자왈의 풍경.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까마귀가 운다. 이즈음 교래리를 찾는 까마귀는 떼까마귀들이다. 텃새가 아닌 겨울 철새이다. 벌써 겨울인가?

곶자왈은 다양성의 땅이다. 거대한 숲이다. 어떤 이는 ‘제주의 허파’라고도 한다. 20년 쯤 되었던가? 곶자왈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 취재를 한답시고 교래리 인근 곶자왈을 헤집었는데 지금은 ‘교래곶자왈’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람들을 맞는다.

간만의 발걸음. 얼마 전에 들른 청수곶자왈과는 다르다. 발을 딛는 곳은 자연 그대로다. 아뿔싸! 복장이 문제다. 숲에 오면 숲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복장은 근엄한 취재 복장에 가깝다. 양복에 구두라니. 일단은 곶자왈 맞보기만 해야겠다.

곶자왈을 들른 이유는 있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추진하는 ‘2021 곶자왈 공유화 릴레이 캠페인’ 취재를 위해서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고 있는 ‘곶자왈 워킹 챌린지’가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고, 경험도 해보려고.

교래곶자왈은 오전 9시부터 탐방할 수 있다. 짧은 코스인 생태관찰로와 좀 더 긴 코스인 오름산책로가 있다. 오름산책로는 큰지그리오름을 오가는 코스로 3시간을 잡아야 한다. 너무 길다. 시간도 그렇지만 복장 불량(?)이기에 엄두를 낼 수 없다.

가볍게 취재를 온 핑계로 짧은 코스인 생태관찰로를 점찍었다. 생태관찰로는 45분이면 돌 수 있고, 사잇길로 들어서면 20분만에 곶자왈 내음을 즐기는 기쁨도 준다.

영국 역사가 윌리엄 캠든이 정리한 <브리타니아에 관한 유산>이라는 책에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속담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의기양양하게 곶자왈에 들어섰더니, 기자보다 더 빨리 새를 잡는 이들이 보였다. 부지런한 관광객이 많구나. 하지만 아니었다. 인근 숲속휴양관에서 숙박을 하는 이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곶자왈의 생명체처럼 바쁘다. 어쨌든 속담은 틀리지 않는다.

생태관찰로에 들어서는데 부스가 보인다. 곶자왈 워킹 챌린지를 하려면 이곳에 먼저 들러서 가벼운 인사를 해주면 된다. 우선 마음 속으로 “도전!”을 외쳤다.

‘곶자왈 워킹 챌린지’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인증샷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면 된다. 부스 곁에 있는 배너에서 인증샷을 찍거나 부스에서 나눠주는 ‘곶자왈 워킹 챌린지’ 카드를 들고 찍으면 된다. 혹은 곶자왈에 있는 포토존에서 찍고 올려도 된다.

인증샷을 찍고 있는 기자. 미디어제주
인증샷을 찍고 있는 기자. ⓒ미디어제주

셀카에 익숙지 않다. 셀카에 나오는 내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다행이라면 ‘마스크’가 낯선 내 모습을 가려준다.

사진을 찍고 그동안 잘 쓰지 않던 SNS에 사진을 올렸다. 이걸로 끝일까. 그렇게 하면 안된다. 사진을 올리면서 반드시 해시태그를 달아야 한다. 달아줄 해시태크는 모두 3개(#곶자왈워킹챌린지, #제주농협, #곶자왈공유화재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내가 SNS에 올린 글을 누가 알 것이며, 기부는 누가 할 것인가. 자신의 SNS에 올렸으면 ‘곶자왈공유화재단’ SNS에 들어가서 댓글을 남겨야 한다. 이건 필수 절차이다. 그렇다면 기부는 누가 하지? 기부는 제주농협이 해준다. 게시물 하나에 제주농협이 1만원을 기부하는 식이다. 목표금액은 1000만원이다.

그런 정보를 머리에 모두 담고 곶자왈 탐방에 나섰다. 일색고사리가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다. 낮은 자세로 지천에 널려 있다. 그러고 보니 곶자왈은 아직 겨울이 아니다. 나뭇가지 위로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모습이지만, 탐방객의 발길이 닿는 곳은 여름인지 가을인지 구분이 어렵다.

양치식물을 벗삼아 좀 더 걸으면 수백년 된 고목이 반긴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교래곶자왈을 들렀던 태풍에 몸이 꺾였다. 예전엔 이 일대에서 양잠도 많이 했던가? 산뽕나무도 많이 보인다. 참, 곶자왈을 둘러보기만 해서는 안되지. 인증샷. 1000만원 중 1만원.

교래곶자왈 풍경. 미디어제주
교래곶자왈 풍경. ⓒ미디어제주

‘곶자왈 워킹 챌린지’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30분 가까이 손을 내밀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손의 감각이 30분 전과는 다르다. 이걸 ‘곱다’라고 표현하지. 초등학교 때는 곱은 손등이 갈라지고 피가 나기도 했다. 갑자기 그때가 떠오른다.

곶자왈 상층으로 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떼까마귀도 다시 운다. 맞아! 겨울 철새의 울부짖음. 손이 곱은 이유가 있네. 곶자왈은 벌써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다양성이 있는 곶자왈. 제주사람들이라면 꼭 지켜야 하는 곳. 그러니 ‘곶자왈 워킹 챌린지’에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