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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실천으로 바꾸는 힘-환경 읽기
생각을 실천으로 바꾸는 힘-환경 읽기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12.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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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의 독서 칼럼] <4>

# 변화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에서부터

우리가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에는 늘 행동이 따른다. ‘불편하다’ 혹은 ‘불합리하다’라는 생각은 하기 쉽지만 목소리를 내어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부조리에 맞서 행동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이 더 큰 가치를 지니는지도 모르겠다. 앞서 행동하고 기꺼이 불편함을 넘어 희생을 감수한 행동이 있었기에 뒤따르는 용기도 생겼고, 현실에서의 변화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훨씬 유용하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은 ‘앎’은 결국 모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에 책읽기를 통해 알게 된 환경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누구나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내 생활에 불편을 감수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삶을 지향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최근에 많이 체감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다. 그러나 기후변화라는 말에 걱정이나 불편을 감수할 각오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에는 기후변화라는 말이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하여 기후위기라는 말로 대체되어 사용된다. 그럼에도 그 역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소식을 시작으로 뉴스를 접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종일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 지내면서도 이 모든 것이 지구 환경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심각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근본은 무시된 채 당장 보이는 현상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그들만의 문제일까? 그동안 너무나 안일하게 편리와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소비습관이 만들어낸 결과들이 새로운 소비형태로의 변화를 요구하는데, 우린 방관하고 눈치 없이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치로 보이는는 사망 소식을 접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위기와 마주해야 절박함을 갖게 될까, 눈앞의 죽음을 목격하면 좀 더 절박해지게 될지는 모르겠다.
 

# 습관의 힘

어린 시절 농사일에 부모님을 도왔던 기억이 있다. 오래도록 남아있는 장면 중 하나는 논 모퉁이 한구석에 놓여있던 농약병들을 보며 가졌던 생각이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병들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그 병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를 고심했던 생각이 난다. 썩지도 않을 거고, 그렇다고 쉽게 재활용도 안 될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은 쌓여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주변은 온통 쓰레기로 넘쳐날 거라는 생각.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어린아이다운 발상일 수도 있는, 남들이 보면 참 쓸데없어 보이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습관들이 몸에 배어 남들이 지나치는 풍경들에 대해 혼자 가슴앓이를 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살 때 남들보다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경향이 생겼다. 당장 쓰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라, 쓰고 나서 쓰레기 문제까지 예상하고 구매하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너 하나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가 현실이 되더라도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천에서 오래도록 환경운동을 해 온 한 친구는 소비를 할 때, 환경을 고려한 구매를 하는 것은 물론,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며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을 한다. 환경에 대한 실천이 몸에 배어 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만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 환경책 읽기가 주는 변화

아이들과 함께 환경에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나름의 목표가 정해진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지구 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생각에 머물지 않고 작은 실천이라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가끔 환경책을 읽고 독서토의를 하고 난 후 만나는 아이들이 “저 플라스틱 들어있는 음료 사 먹지 않았어요”라든가, “군것질을 할 때 고민했어요”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목표에 다가갔음에 뿌듯해질 때가 있다.

한 번은 수질오염과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아이가 눈물을 글썽인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엄마가 새로운 샴푸를 사 오셨는데 샴푸향이 마음에 안 들어서 빨리 써서 없애고 새로운 걸로 바꾸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감을 때마다 듬뿍듬뿍 덜어서 사용했고 심지어는 배수구로 멀쩡한 샴푸를 흘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깨달았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 아이의 눈물 앞에서 혼자 속으로 흐뭇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어깨를 토닥토닥하며 “앞으로 안 그러면 돼”라고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 적어도 이 친구는 앞으로 향 때문에 샴푸를 과하게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책을 읽고, 생각이 실천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또한 그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덧붙여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읽었던 내용에 대한 의미로 문제를 바라보고 판단하게 된다. 이는 필요하고 시급한 문제일수록 책읽기를 통한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보책이 주는 정보전달의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접경험의 일환으로 내 삶에 접근하여 실천을 유도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의지를 굳힐만한 행위들이 반복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습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혼자보다는 함께 인식하고 실천해 보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함께 읽는 독서가 실천력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오래된 미래를 꿈꾸며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책에 보면, ‘환경문제는 너무 크고, 너무 절박하고, 너무 막막하니까. 조금이라도 거기에 가까워진 것이라면 생각해보는 것이다. 완벽할 수도, 완벽할 필요도 없기에 다만, 깨어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나와 있다.

지구 온난화가 임계점에 이르지 않도록 방향을 전환하는데 남은 시간은 고작 10여 년이라고 한다. 그 시간 안에 우리가 생각을 전환하고, 생각에서 실천으로 바뀌지 않으면 되돌릴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미래를 대비할 여력도 없이 당장 눈앞의 변화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목소리 내길 주저하지 말고 깨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목소리 내길 주저한다면 나 혼자라도 그저 묵묵히 생활에서 실천만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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