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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안전 관점에서 재검토 필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안전 관점에서 재검토 필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1.02 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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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서귀포 도시우회도로 사업과 관련, 안전 문제를 우려하며 재검토의 필요성을 알렸다.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미디어제주>와 신년 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 2022년 제주 교육의 현안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우선 <미디어제주>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과 관련한 질의를 던졌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란, 제주도가 진행 중인 도로사업이다. 해당 도로는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서귀포시 교육벨트’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에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석문 교육감은 “사업예정지에는 제주유아교육진흥원, 도서관, 외국어학습관, 학생문화원 등이 있다”며 “지금 사업 계획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관련해서 이 교육감은 “제주유아교육진흥원이 들어서기 전, 교육의원으로서 각종 논의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회상한다. 당시 제주도의회 서귀포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만약 도로가 개설된다면 지하(도로)로 갈 것으로 협의를 마친 바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협의가 이뤄진 까닭은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주도가 밝힌 사업내용에 따르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는 ‘지상차도’로 계획되어 있다.

이에 이 교육감은 “도민들이 안전한 통학길 조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이기에, “사업 계획 수립 당시와 지금의 도민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의 관점에서 사업 내용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육감은 “서귀포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를 제주도에 요청했지만 수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놀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가칭)제주유아체험원은 2024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옛 회천분교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이 시설은 자연을 놀이터 삼아 다양한 문화, 체험 등을 하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놀이’가 곧 ‘교육’이 되는 자연학습의 장이다.

그리고 <미디어제주>는 이 교육감에게 “이 같은 놀이공간이 제주 도심과 읍면 지역 곳곳에 생겼으면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에 이 교육감은 공감을 표하면서도, 도민들의 관심과 지원, 제주도의 협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에 놀이터가 많다고 하지만 정형화되고 인공적인 놀이 시설물이 대부분”이라며, “도시 구조가 온전히 자연을 즐기며 놀 수 있는 공간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 교육감은 2022년 기대할 만한 교육계 새바람으로 ‘IB학교’가 만들어갈 ‘평가 혁신’을 꼽았다.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주체적 성장’을 위한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육감은 “IB가 만드는 긍정적 흐름을 일반 학교에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평가와 수업들이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IB학교와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지배움학교’, 일반학교의 연계를 더욱 긴밀히 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다음은 신년 인터뷰 전문.

Q. 2022년 새해,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한 해가 될 텐데요.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2년(2020~2021년) 간의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에서 학교의 소중함을 여실히 확인했다. 아이들 성장에 있어서 교사와 친구들을 만나며 교류하는 과정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에서 공유한 과제는 ‘교육 본질의 회복’이다. 교육은 ‘교사와 아이가 사랑으로 눈을 맞추며 일어나는 따뜻한 변화’다. 교육의 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특히 소외되고 힘든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학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Q. 2021년 특별히 내세울 만한 성과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반면, 목표했던 정책 중 아쉬운 성과 부문이 있다면?

2020년과 달리 2021년 3월에 정상적으로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원격수업을 반복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안정적으로 치렀고 2학기 학사 일정도 비교적 원만히 마무리했다. 표선고등학교가 한국 공교육에서는 처음으로 학급 단위가 아닌 학교 단위로 IB월드스쿨을 인증받았다. 청렴도도 13년 연속 1~2등급을 유지했다. 읍면 지역 학교 진학 성과도 골고루 좋다. 어린이전문도서관 '별이 내리는 숲'도 개관했다. 아쉬운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신체 활동이 줄어들어서 비만과 정서 위기가 늘었다. 지원 방안을 더욱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Q. 기후위기 문제가 더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제주의 경우 지역 특성상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문제들이 많은데요. 기후위기 교육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아쉽게도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함덕초등학교선흘분교가 건강, 생태학교로 운영된 뒤 학생 수가 늘어 새해에 본교로 승격된다. 21세기 학교 발전 모형은 '건강, 생태'가 돼야 한다. 이 방향에 맞게 작은학교들부터 건강 생태 가치를 확산하는 데 노력하겠다. 또한 다양한 교과와 연계한 '多가치 주제 통합 수업'을 진행하고, 탄소중립 시대를 반영해 '탄소중립 프로그램 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다.


Q. 청소년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기 쉽지만, 막상 가정에서도 알아채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가 바빠지고,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청소년 우울증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관련해서 2022년 내세울 만한 도교육청 차원의 대책이 있나요? 이를 위해 도청 및 사회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 보시는지요?

건강 문제에는 정서위기, 생계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얽혀있다. 이에 새해부터 기초학력, 정서위기, 생계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교육복지 통합 지원’을 시행한다. 건강 지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과단위 한시기구였던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2022년 1월부터 정규 기구화한다. 2022년 신규 사업으로 '정신건강증진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다. 학교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자율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이나 선입견이 여전히 있다. 문제에 일찍 개입해 선제적․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학생만이 아닌 도민들의 건강 치유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기반도 확충돼야 한다. 이를 위한 지자체와 도민들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Q. 놀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칭)제주유아체험원이 2024년 개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유아체험원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며, 이런 체험원 기능을 하는 놀이공간이 도심 곳곳에, 읍면 곳곳에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생각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을 제주의 자연과 생태, 다양한 문화 자원 등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제주시 회천동에 있는 옛 회천분교에 들어설 예정인데 주변에 ‘새미숲’도 있어서 이를 연결해 놀이‧문화‧체험‧교육의 공간으로 조성하려 한다. 유아체험교육원의 핵심은 제주 자연과 생태 환경, 마을‧문화 자원을 그대로 살리는 데 있다. 자연 중심 놀이터를 확산하는 데 유아체험교육원이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체험원 같은 놀이 공간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도민들의 협력, 지원이 있어야 한다. 시내에 놀이터가 많다고 하지만 정형화되고 인공적인 놀이 시설물이 대부분이다. 놀이 시설 기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땅을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다른 읍면 지역과 시내에 자연 중심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논의와 지원,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도시 구조가 온전히 자연을 즐기며 놀 수 있는 공간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Q.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2구간 중 700m 구간에 대한 공사 발주가 진행 중입니다. 800m 가량 도교육청과 협의가 필요한 구간은 일단 제외하고 나머지 구간 공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인데요. 해당 사업에 대한 도교육감님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지상차도를 고집할 시, 이에 대한 대책도 궁금합니다.

사업예정지에는 제주교육유아진흥원, 도서관, 외국어학습관, 학생문화원 등이 있다. 유아교육진흥원이 들어설 당시, 교육의원으로서 각종 논의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도의회 서귀포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만약 도로가 개설된다면 지하로 갈 것으로 협의를 마친 바 있다. 지금 사업 계획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이제는 도민들이 안전한 통학길 조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사업 계획 수립 당시와 지금의 도민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이번 사업도 안전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귀포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제주도에 요청을 했지만 수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


Q. 오늘날 청소년이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갈 텐데요. 이를 위한 교육에서, 도교육감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가 있다면? (ex. 사랑, 화합, 소통 등등...)

'사람'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출산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람이 해왔던 일들을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영역도 더 넓어질 것이다. 미래는 인공지능 기술과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 공존의 범위가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공적으로 관리‧통제할 주체는 ‘사람’밖에 없다. 결국 교육은 ‘사람 다운 사람’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람만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키워야 한다. 고유성은 공감과 협업 능력, 창의와 상상력, 예술적 감수성, 인류애 등이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독서’가 습관돼야 한다. 자연환경과 지형을 기반으로 한 비정형화된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다양한 도전과 모험,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와 놀이는 아이들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매우 도움된다.


Q. 교육감께서 생각하시는 제주 교육의 미래 모습은? 이를 위해 단기, 중기, 장기적 관점에서 각각 어떤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보시나요? 또 이를 위한 2022년 주력사업에는 무엇이 있는지요?

교육의 처음과 끝은 ‘학생관’이다. 삶과 배움의 주체로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지켜보고 따뜻하게 존중하는 흐름들을 뿌리내려야 한다. IB수업에서 학생들은 일상에서 얻은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한다. 스스로 질문과 답을 만들면서 삶의 주체로 성장한다.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핵심도 ‘아이들의 주체적 성장’이다. 아이들이 진로에 맞게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고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아이들을 삶의 주체로 키우는 방향으로 평가와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제주는 이러한 목표를 IB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IB가 만드는 긍정적 흐름을 일반 학교에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평가와 수업들이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IB학교와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 일반 학교의 연계를 더욱 긴밀히 하겠다.

새해에는 우선 3월 새 학년 등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시작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 3월 이후 모든 학교가 정상적으로 등교수업을 이어가도록 방역과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비만과 정서위기 해소 등에 지원을 늘리겠다.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맞춘 기초 학력 지원을 강화하겠다. 다문화, 탈북학생 등 ‘느린 학습자’를 원인별, 유형별로 맞춤 지원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AI 및 소프트웨어 교육 기반도 확충한다.


Q. 마지막으로 2022년 새해를 맞이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교와 지역 사회가 아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읍면 학교들이 고루 좋아지면서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성과들도 나오고 있다. 전국 최초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 등 교육 복지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높은 청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행정의 믿음이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다. 4‧3평화인권교육의 성과들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민들과 함께 이룬 성과들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감사함을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교육’으로 보답하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 새해는 ‘범의 해’다. 대한민국 기상을 닮은 호랑이 기운을 가득 담아서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기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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