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환경영향평가법 개정하자 "행정은 시민 외침 들어야"
무용지물 환경영향평가법 개정하자 "행정은 시민 외침 들어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1.1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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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난개발 논란 현장 속 환경영향평가법, 그 허점을 보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책임지는 이 없이 사업은 강행"
"쪼개기 발주로 환경영향평가 피하는 편법 허용... 개선 필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 난개발 문제와 관련한 현안. 매일 쏟아지지만, 이를 방지할 수단인 ‘관련법 개정’에 대한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이에 모처럼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1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2층에서 열린 <환경영향평가와 제주의 문제 현장들 – “그럼에도 사업은 추진한다”는 것에 대하여> 토론회다.

주최는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발제자들은 모두 각자 제주 난개발의 현장에서 활동해 온 시민들이다. 제주 곳곳에서 시행 중인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환경영향평가법의 허점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공유됐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 제주도는 책임지지 않아”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 김순애

김순애 씨가 비자림로 공사의 타당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의 김순애 씨는 2018년 8월부터 비자림로 지키기 운동을 해오며 느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환경청이 자체 조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환경청과 제주도는 해당 평가서가 사실임을 전재로 협의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평가서의 적정성이나 정확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평가서 작성 업제(늘푸른평가기술단)만이 3개월 업무정지, 500만원 과태료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이에 김 씨는 “현재 제주도는 멸종위기종 포획 및 이주, 가림막 설치 등 인간 중심의 대책으로 (환경청과) 협의를 마쳤고, 이에 대한 보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의 허점을 지적했다. 평가서가 ‘부실’하다 판명됐지만, 제대로 된 대책 없이 공사 개재를 허가한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도 김 씨는 “거실, 부실 작성에 대한 관리, 감독 주체로서 제주도의 책임이 배제되어 있는 점”,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거의 불가능한 점” 등도 문제로 거론했다.

김 씨를 비롯한 시민들과 녹색당은 현재 비자림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공사에 대한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 대표자증명서’를 제주도가 내어주지 않고 있는 점과 관련해서도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거친 이후라도, 문제 발견된다면? “사업 원점 재검토해야”
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 – 엄문희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사업의 문제점을 오랫동안 추적해 온 엄문희 씨가 사업 경과를 공유하고 있다.

시민단체 ‘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의 엄문희 씨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난개발 사업에 적법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대체로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엄 씨는 제주 강정마을 인근에서 진행 중인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사업’이 상수도보호구역 취수장으로부터 300m 위에서 진행된 사실을 알렸다.

해당 사업과 관련, 강정천을 가로지르는 교량공사가 시작된 후 인근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도 있다. 천연기념물 원앙 사체가 수 차례 발견되고, 인근 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유충’이 발견되는 등 이례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엄 씨는 이것이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별 문제없이 통과되며 불거진 문제임을 지적한다. 당초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면, 해당 사업은 허가가 나기 어려웠을 거라는 입장이다.

이에 엄 씨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에 아래 8가지 개선점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1. 환경권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해야 한다.

2. 환경이익의 부당침해 방지권 및 유지청구권을 적극 선취해야 한다.

3. 평가를 거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4. 식수 오염을 위협하는 사업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항이 필요하다.

5. 자연환경 훼손에서 ‘경관’ 또한 중요한 항목임을 인정하고, 법률로 ‘경관 권리’를 규정해야 한다.

6. 환경평가의 재무 규정을 강화하려면, 조사범위 항목과 범위, 조치 등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7.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8.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사업 또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실함’이 드러나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엄 씨는 “동, 식물상 조사범위 500m를 300m로 축소해 진행한 점”, “절대보전지역을 누락한 채 조사를 진행한 점”, “원앙 서식지인 강정천임에도 ‘원앙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평가서에 거짓 기재한 점” 등 문제를 거론하며 “환경영향평가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공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 형’이다.


“환경영향평가 재평가 대상 확대해야”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 선흘2리 이상영 이장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선흘2리 이상영 이장이 토론회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선흘2리 이장 이상영 씨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 “환경영향평가 재평가가 필요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 필요성을 피력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는 2005년 실시되어 2006년 마무리된 바 있다. 당시 평가서에 따르면, 동식물상 조사는 3~4차례에 그쳤으며, “사업지는 종의 풍부도가 낮고, 멸종위기 동식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흘2리 주민들의 말은 다르다. 이 조사 내용이 ‘의도된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2021년 여름 실제 조사한 결과, 사업지 주변에서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비바비뱀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들이 대거 발견됐다. 반면, 환경영향평가 조사에서는 5월에서 8월말, 여름 철새가 도래하는 시기에 현장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는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멸종위기종을 누락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재평가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41조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발생하여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나 환경영향평가서의 중대한 거짓이 있을 때는 재평가를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씨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법상 재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로 재평가가 이루어진 사례를 찾아보긴 매우 힘들다”. ‘중대한 거짓이 있을 때는’이라는 식으로 법이 모호하게 명시되어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씨는 “환경영향평가재평가 대상을 명확히 하고 범위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의 경우 반드시 ‘재평가’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해야 함을 밝혔다.

끝으로 이 씨는 ‘환경영향평가 공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행법상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발주하는 시스템이다. 용역 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을 따야 돈을 벌 수 있으니, 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이 씨는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환경영향평가 공탁제가 개선 방법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다”며 “부실함이 드러난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퇴출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쪼개기 발주’ 편법 허용하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해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 – 서신심

서신심 씨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에서 '쪼개가 발주' 문제가 발견되었다며, 내용을 밝히고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서신심 씨는 ‘쪼개기 발주’의 편법을 허용하는 환경영향평가법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 씨는 왕복 6차로로 예정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을 예시로 들었다.

제주도는 4.2km 구간의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을 시행하기 전, 3개 구간(1.1km / 1.5km / 1.6km)으로 쪼개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중 가운데인 1.5km 구간만을 우선 시행하겠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2km 미만의 도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협의 기간이 단 30일, 평가 항목도 환경영향평가의 절반에 불과해 환경청의 동의를 얻기가 비교적 쉽다. 이에 서 씨는 “제주도가 ‘쪼개기 발주’의 편법을 사용해 환경영향평가를 피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서 씨는 ‘쪼개기 발주’가 가능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이 시급한 점을 알렸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또 있다. 환경영향평가 시 주민의 ‘학습권’과 ‘건강권’ 침해 대책이 전무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예정지 주변에는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학생문화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서귀포도서관, 서귀포여중, 서귀중앙여중, 서귀포고, 동홍초, 동홍초 등이 위치한다. 일명 ‘서귀포시의 교육밸트’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 왕복 6차로가 만들어지면, 매연과 차량의 소음, 도로 주변으로 들어설 건물 등에 의한 공사 소음 등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 침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따라서 서 씨는 “‘교육환경권’ 관련 내용을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살펴야 한다”면서 현행법의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끝으로 서 씨는 해당 구간 공사는 주변 교차로의 교통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임을 알렸다. 제주도가 우선 발주 중인 1.5km 구간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공사가 진행될 경우 오히려 주변 도로는 정체가 심해진다.

결국 제주도가 ‘필요 없는 도로’를 ‘꼼수’로 무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이 품은 허점을 정비하기 위해, 시민들은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말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인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한 사실이 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에 있어 도민이 참여할 방법이 없고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함이 드러나더라도 사업이 강행되는 현실이다. 시민의 목소리는 금세 힘을 잃고, 묻히기 일쑤다.

오늘날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이미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자연훼손을 가속화하고, 멸종위기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업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이다.

행정이 원하는 사업은 대부분, 결국 강행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외친다. “난개발 사업을 허용하는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민 목소리를 무시한 채 강행하는 ‘인권 유린’의 행태를 이제는 그만 멈춰 달라고.

대통령 선거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행정과 정치권은 시민의 목소리에 어떤 답을 줄 것인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저 무시할 텐가. 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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