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몰래 강행 안 한다" 주민 투쟁 성과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몰래 강행 안 한다" 주민 투쟁 성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2.11 12: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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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주민 협의 과정 진행하는 동안 공사 강행 않기로
주민들, "문화재 훼손 등 문제 여전... 환경영향평가 필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전경. 월정리 해녀들과 마을 주민들이 실태조사 전, 증설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입구 앞에 태왁을 놓아둔 모습이 보인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해녀 등 주민들이 입구 앞에 태왁을 놓아둔 모습이 보인다. 건물 앞으로 보이는 흰색 포대자루에는 슬러지가 들어있다. 외부로 반출되지 못해 그대로 쌓인 모습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 월정리에 위치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과 관련, 그간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주민들의 투쟁이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동부하수처리장에 쌓인 슬러지 반출 허가를 조건으로 주민 측과 11일경 일정 부분 협의가 이뤄졌다. 이에 당분간 공사 강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동부하수처리장 앞에는 하수처리 후 나온 슬러지(찌꺼기, 오염물질 등)가 한가득 쌓여 악취가 진동한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 차량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하수처리장 입구를 지키고 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작년(2021년) 10월 15일부터 하수처리장 진입로를 차량, 해녀들의 태왁 등으로 차단하고, 24시간 돌아가며 보초를 서고 있다. 주민과 협의 없이 증설공사가 강행될까 두려워 겨울 내내 추위 속에서 보초를 섰다는 것이다.

진입로를 막아선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딱 하나. 공사를 강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으로 예상되는 문제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제주도에 요구하고 있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은 현재 규모(하루 하수처리용량 1만2000㎥)보다 두 배(2만4000㎥) 가량 규모를 키우는 내용으로, 대규모 공사가 예상된다. 이에 인근 환경 및 문화재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함께 재해영향도 있을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주민들은 증설사업을 반대하며, 동부하수처리장 설립 이후 파괴된 월정리에 대한 환경 조사 또한 시급하다 외치고 있다.

월정리 해녀들이 "동부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내보내는 오수 때문에 소라 수확량이 줄었다"면서 제주도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12월 14일, 월정리 해녀들이 "동부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내보내는 오수 때문에 소라 수확량이 줄었다"면서 제주도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주민들의 증설사업 반대 활동은 ‘슬러지 반출 문제’로 이어졌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슬러지가 외부로 반출되지 못해 그대로 쌓여갔고, 악취를 진동케 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 협의 전까지 공사를 일단 중단해달라’는 요구를 제주도 측에 재차 전달해왔는데, 제주도는 오랫동안 ‘공사는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 2022년 2월 11일. 주민들의 투쟁이 성과를 보이게 된다. 제주도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동부하수처리장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일단 공사 차량 진입을 중단키로 했다 밝혔다. 주민들은 슬러지 반출을 할 수 있도록 하수처리장 길목을 터 주기로 했다. 양측은 이번 약속을 서로 이행하는 동안,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주민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을 마련, 공사를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어찌됐건 당장 공사 차량 진입이 어렵게 되었으니, 공사 자체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황. 제주도의 사업 의지는 확고하나, 인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훼손 논란 등이 공사와 얽혀 있어 무작정 강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은 2017년 고시된 사업으로, 지역 공감대 형성에 실패해 삽을 뜨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사업과 관련,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세계자연유산(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의 훼손 문제다. 대규모 공사가 시행되면, 지반이 약한 곳은 무너져 동굴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에 관련 <미디어제주>는 관련 문제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측에 문의했고, 유네스코 측은 주민 민원 등에 따라 관련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 또한 주민 민원을 받아 답변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유네스코와 제주도는 현장 실사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영산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에도 주민 민원이 접수되어 있는데, 아직 답이 없는 상황이라, 문화재 훼손 및 환경 파괴 등 논란은 쉬이 가라앉히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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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2022-02-11 12:55:51
인구 19만 서귀포시 권역에 하수처리장 5개시설. 인구 2,5배나 많은 제주시 권역 처리장 3개소는 애당초부터 설계, 정책이 잘못된것으로 보여지니 발생지별 인구밀집 지역 인근에 하수처리장 신설하여 처리해 나가야지 기존 시설에 집중화는 처리 방류수 증가로 그 바다는 해녀들의 터전을 황폐화 시킬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김승일 2022-02-11 12:50:37
월정리 하수처리장 문제를 심도있게 취재하고 진실하게 보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세계적 희귀 용천. 당처물동굴 보호구역도 하수처리장 경계로 이상하게 지정해놓고 그동안 운용되 왔는데 이제 문제점들이 하나들 밝혀졌으니 증설은 커녕 철거를 논할때 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