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옆 하수처리장의 존재 "유네스코는 몰랐다"
세계자연유산 옆 하수처리장의 존재 "유네스코는 몰랐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4.11 21: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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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세계자연유산의 위기1.

하수처리장 착공 사실 누락한 채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
월정리 주민들, "국제협약 위반" 의혹 유네스코 제소 예정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있듯, 사건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여러 이면을 통해 본질을 보게 되는 여정, 어쩌면 조금 더딜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이면을 바라볼 첫 사건은 제주시 화북 지역, 화북천 위에 지어진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위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주]

용천동굴 내부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용천동굴 내부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유네스코 자연유산위원회와 협의 없이 세계자연유산 인근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심지어 등재 심사 당시 착공이 이뤄지고 있었음에도 유네스코 측에는 보고가 없었다. 이에 “국제협약을 무시한 개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 정부와 문화재청은 2006년 2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본부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2007년 6월 27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하게 된다.

문제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심사 당시, 유네스코가 모르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월정리 용암동굴 인근에서 진행 중이었다는 점에 있다. 월정리 지역에서 진행된 동부하수처리장 준설 공사가 그렇다.

그림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순으로 이어지는 용암동굴의 위치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동굴과 200m 내외 거리에 위치하며, 문화재호보구역에 속한다.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용암동굴(당처물동굴, 용천동굴 등)로부터 약 200~250m 떨어져 있다. 하수처리장 굴착 등 공사 과정에서 ‘동굴 훼손’이 불가피해 보일 만큼 육안으로 보아도 가까운 거리다.

그리고 이 거리는 지도에서 보이는 축적 상으로 대략 측정한 거리지만, 직접 실측을 진행한 이가 있다. 월정리 주민이자 세계자연유산용천동굴보호대책위원회의 부형율 공동위원장이다.

부 위원장은 실측 기계를 직접 사용해 동굴과 하수처리장 사이의 거리를 측정했다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동부하수처리장 부지가 시작되는 경계면과 동굴 간 거리는 약 100m. 현재 제주도가 증설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신축부지와의 거리는 약 200m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유네스코 측은 몰랐다.

문화재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준공(1만2000㎥/일 규모) 및 증설 계획(2016년까지 2만4000㎥/일 규모로 증설 예정이었음)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

세계자연유산용천동굴보호대책위원회와 제주동부하수처리장철거를위한월정리대책위원회 측(이하 ‘월정리 주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아래 답변을 참고하자.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존재를 모른 채 세계자연유산 등재 심사가 이뤄졌음이 증명되는 서류.
월정리 주민 측이 문화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위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제주도에 따르면, 동부하수처리장 준설공사가 진행된 기간은 1997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심사가 진행된 기간(2006년 2월 ~ 2007년 6월)이 포함된다.

즉, 동부하수처리장 공사 진행 사실이 누락된 채, 세계자연유산 등재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월정리 주민들은 이것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취소’까지 우려되는 중대한 하자라고 지적한다.

세계자연유산용천동굴보호대책위원회 황정현 공동위원장은 “동부하수처리장 준설공사가 시행 중인 사실이 2006~2007년 심사 당시 알려졌다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실패했을 지 모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황 위원장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서에 따르면, 환경 악화가 우려되는 시설은 반드시 사전에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동부하수처리장의 존재 자체가 보고되지 않은 사실은 국제협약을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4월 7일 오전 11시, 월정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4월 7일 오전 11시, 월정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문제를 인지한 월정리 주민들 측은 유네스코 측에 해당 문제를 제소할 예정이다.

세계자연유산(당처물동굴, 용천동굴)과 인접해서 지어진 하수처리장의 존재를 유네스코 측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공개 질의로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12일 오후, 관련된 기자회견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끝이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용암동굴 등과 관련, 국제협약 위반이 의심되는 항목들이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사로 후술한다.

한편,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에 인접한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지구과학기념물이다. 특히 용천동굴은 제주도 용암동굴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면서도, 대규모 동굴호수 등 독특한 모습을 보여 학술적·경관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이들 동굴은 보호를 위해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관리 및 학술 목적 등으로 출입하고자 할 때에도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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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희 2022-04-12 05:55:22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월정리 하수종말처리장을 철수하고 잘못된 도행정의 행태를 반성하여 그 실태를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본부에 보고하고 월정리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을 온전히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