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와 시민이 마주하는 자리가 많아지기를”
“건축가와 시민이 마주하는 자리가 많아지기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4.26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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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서귀포시 남성마을에서 열린 행사를 보며

천지동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 홍보전시’ 기획전
“작은 규모지만 앞으로 도시건축이 나갈 방향성 제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은 무한한 힘을 지녔다. 우리가 늘 살고 있는 집이 건축행위의 결과물이며, 출퇴근을 하면서 만나는 갖가지 구조물도 그렇다. 따라서 건축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건축은 무한한 힘을 지녔음에도, 아쉽게도 무관심 대상이다. 세계 곳곳의 이름난 건축물에 환호를 보내는 우리를 보자. 환경을 무시한 건축,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려는 건축이 판을 친다. ‘건축은 문화’라고 떠들면서도,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건축은 건축물이라는, 눈에 보이는 형상만 있는 건 아니다. 건축과 건축사이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도 건축이다. 좀 더 시각을 넓혀서 건축을 바라본다면 숨 막히는 도시를 값진 도시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공공건축가의 역할에 눈이 간다. 공공건축가 제도는 2012년부터 등장했다. 제주는 그보다 다소 늦은 2019년에 공공건축가를 출범시켰다. 공공건축가는 획일적인 공공건축을 지양하고, 질적인 공공건축물을 만들려는 이들이다. 시민들의 귀엔 아직도 공공건축가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들리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역할을 많이 해오고 있다.

제주도내 공공건축가들은 그들이 해둔 작업을 ‘공공성지도’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공공성지도는 ‘건축물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보고서가 아니라, ‘도시공간을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서다.

공공성지도엔 좋은 제안이 넘친다. 아쉽다면 행정이 그들의 제안을 수용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디어제주>는 공공건축가들이 제안한 공간 이야기를 지면에 실은 적도 있다. 공공건축가들이 올해 2월에 연 ‘걷고 싶은 도시 공간 만들기’ 기획전이었다. 그 기획전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원도심 일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표현했다. 제안대로 만들어지면 도심이 확 바뀔만한 내용도 많았다.

서귀포시 남성마을 제주공생에 마련된 '2022 서귀포시 천지동 도시재생 홍보전시' 기획전. 미디어제주
서귀포시 남성마을 제주공생에 마련된 '2022 서귀포시 천지동 도시재생 홍보전시' 기획전. ⓒ미디어제주

아쉬웠다면 기획전은 한번 열리고 더 이상의 확산이 없었다는 점이다. 건축이 문화로서 대접받으려면 건축을 쉼없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단 한 차례로 끝난 기획전을 부활시킨 장면이 등장했다. 지난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2022 서귀포시 천지동 도시재생 홍보전시’ 기획전이다. 천지동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이번 기획전은 서귀포시 남성마을에 있는 제주공생에서 열리며, 오는 29일까지 만날 수 있다.

천지동도시재생지원센터가 의욕을 지니고 열고 있는 기획전은 올해 2월에 열렸던 기획전을 들고나왔다. ‘서귀포시 도심을 이렇게 바뀌고 싶다’는 다양한 제안이 여기에 있다. 2월에 반짝했던 기획전을 다시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전시만 연 건 아니다. 지역주민과 공공건축가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도 마련됐다. 작은 규모의 토크 콘서트였지만, 건축가와 시민이 건축을 주제로 대화하는 보기 힘든 자리였다. 도시재생은 무엇인지,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 걷는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보다 앞서 도시재생을 들여다봤던 프랑스는 어떠한지.

건축이 문화가 되려면 자신의 생활에 자리 잡아야 한다. 부동산 이야기로 떠드는 도심이 아니라, 도시의 가치와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라야 건축은 문화가 된다. 그런 면에서 천지동도시재생지원센터가 추진한 작은 전시와 작은 토크 콘서트는 앞으로 도시건축이 나갈 방향을 제시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작은 마을에서, 작은 규모로, 건축가와 시민이 마주하는 자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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