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가지치기
  • 문영찬
  • 승인 2022.05.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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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63>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옷깃을 여미며 빨리 겨울이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봄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여름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찬물로 손을 씻을 때도 차갑다기보단 시원하다고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작년 재작년의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가고 있음이 주변 분위기를 통해 느껴지고 있는 요즘이다.

​매년 여름이면 농장에 블루베리 수확을 위해 새벽이면 나가곤 했다.
여름 과실인 블루베리는 대낮 수확이 너무 힘들어 아침 일찍 나가 점심때 즘이면 하루 수확을 정리했었다.
그래봐야 1인 8kg 정도 수확하는 게 전부였다.
특히 나는 손이 느려 부지런히 해봐도 그 정도 밖에 안되어 아내에게 한소리 듣기 일쑤였다.
너무 많이 자란 나무라도 걸리면 블루베리 나무가 빽빽해 수확이 너무 힘들었다.
힘들다고 구시렁거리는 나를 아내는 놓칠 리 없었다.
“말할 시간 있으면 하나라도 더 따!”
매년 그렇게 여름 수확이 끝나고 이듬해 봄이 오기 전 가지치기를 해야지 해야지 다짐했었다.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탓에 블루베리는 너무 많이 자라 과일도 많이 달리지 못하고 수확도 힘들게 되었다.
결국 수확하면서 가지치기를 동시에 하는 두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이듬해 봄 가지치기가 끝난 나무들은 새로운 가지가 자라면서 다시 크기가 큰 맛있는 블루베리가 달리기 시작했고 그러지 못한 나무들은 서로 엉키고 햇빛도 제대로 받지 못해 엉망이 되기 십상이었다.

가지치기가 끝난 나무들은 새로운 성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는 무술 도장뿐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갑자기 배달업 등이 성황을 이뤘으며, 식당, 영화관, 실내 시설 등 특히 사람이 모이는 분야는 피해가 컸다.
성인 중심의 우리 도장도 그 화살을 필할 수 없었다.
처음엔 눈치 보며 나오다가 나중엔 대부분 코로나를 핑계 삼아 도장을 나오지 않는 단계로 진행되었다.
초심자 및 초단뿐 아니라 2단 이상 받은 유단자들도 대부분 도장과 멀어졌다.
그렇게 내 삶에 그리고 도장에 ‘가지치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면 가지치기를 당할 때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냈기에 이듬해 봄이면 더 크고 싱싱한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무술 수련이나 자기 개발은 나무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분재와도 같을 것이다.
자기 개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지치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원해서 가지치기를 할 때도 있지만 원치 않던 가지치기 같은 아픔을 겪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 고통 뒤 성장의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라는 긴 겨울의 끝자락에 와 있는 듯하다.
코로나를 통해 가지치기를 겪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 길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면 분명 새로운 성장을 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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