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올래는 길이 아니라 온전한 사적 공간이라고요”
“올래는 길이 아니라 온전한 사적 공간이라고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5.2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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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송일영, <제주도 올래와 정낭>에서 주장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올래(여기서는 ‘올레’가 아니라 ‘올래’를 중점적으로 쓴다)와 정낭에 푹 빠져 사는 건축가가 있다. 얼마나 그 세계에 빠져있는지는 건축사사무소 이름만 봐도 안다. 건축가 송일영은 ‘올래와정낭’이라는 이름을 지닌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활동중이다. 그런 그가 ≪제주도 올래와 정낭≫이라는 따끈따끈한 책을 내놓았다.

제주 토박이 건축가인 그는 건축을 본업으로 하면서 올래와 정낭을 그의 품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올래가 보이면 사진을 찍고, 정낭을 만나서도 그랬다. 30년 넘게 올래와 정낭을 깊게 들여다봤다.

그가 올래와 정낭에 눈길을 둔 계기가 있다. 지난 1996년 티베트를 둘러보고, 1997년 실크로드 인근까지 오간 여행 때였다. 그는 티베트 오지 마을에서 정낭을 만났다.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정낭이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을 줄이야.

그는 올래를 제주민가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본다. 걷기 열풍을 불러온 제주올레가 생기면서 ‘길’로 치부하는 현상에 반박도 한다. 네어버 국어사전에 담긴 ‘올레’의 의미는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 비슷한 길, 제주 지방의 방언이다”고 돼 있다. 그는 그러지 않다고 반박한다. ‘길’은 공유의 공간이지만, 올래는 ‘사적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건축가 송일영은 “올래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 ≪제주도 올래와 정낭≫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문헌을 통해 바라본 제주의 모습. 2장은 이 책의 핵심부분인 올래를 다룬다. 3장은 올래와 관계를 맺는 정낭을 다루고 있다.

그는 책에서 누누이 설명한다. 올래는 길이 아니다. 올래는 ‘사적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을 들어보자.

잣굽담 올래를 설명하는 저자.
잣굽담 올래를 설명하는 저자.

“올래가 길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당연히 ‘올래는 내 땅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건축법 용어로 설명하면 도로가 아니고 대지이다. ‘올레길’과 관련된 세미나에서 ‘올래는 길이 아니다’고 방청석 발언을 했더니 바보가 된 적도 있었다. 당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레길’에 익숙한 수많은 대중들에게 ‘길이 아니다’고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낸 이유는 놀림을 당하지 않을만큼 올래와 정낭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오는 28일 오후 4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제주도 올래와 정낭≫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저자는 이날 노동요를 부르면서 입장을 하고, 제주대 건축학부 이용규 교수가 서평을 보탠다. 아울러 양정원 제주어 가수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문의는 ☎ 010-5373-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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