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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동굴 훼손 방관한 행정 반박문 살펴보니 "변명 급급"
용천동굴 훼손 방관한 행정 반박문 살펴보니 "변명 급급"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5.28 12: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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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용천동굴 관련 기사에 행정, 27일 해명자료 발표
행정 반박문 살펴보니... "거짓·기사 왜곡·논점 흐리기로 일관"

<미디어제주>가 지난 24일과 25일 연속 보도한 2개 기사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해명 내용을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부분이 보인다. 심지어 도입부부터 사실과 다른 거짓해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문제점을 짚어본다.

 

1. 언론사 요청으로 현장 설명? → 거짓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언론사 요청(5.24.화)으로 동부하수처리장 인근 현장에서 현장 설명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거짓이다.

<미디어제주>는 지난 23일 세계유산본부 관계자(이하 ‘관계자’)에게 용천동굴 관련 문의를 유선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미디어제주>는 기자의 취재 내용을 기사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관계자에게 전했다.

그러자 관계자는 “동굴의 위치가 잘못됐다, 이렇게 (기사가) 나간다는 것은. 만약에 저희 하고 같이 확인을 해보고, 말씀하시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바쁘시겠지만은”이라며 “조금 더 확인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서 그래요. 저희 입장에서는. 같이 한번 현장에서 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혹시 기자님 시간 어떠세요”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만남을 먼저 요청한 것이다.

이에 제주 세계유산본부의 해명(보도)자료 “제주 동굴,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있습니다”의 첫 문단 내용(언론사의 요청으로 현장 설명이 이뤄졌다 한 부분)은 거짓이다.

 

2. 용천동굴 주변 동굴 분포 파악 위한 조사 결과, 신규 동굴은 없었다? → 논점 흐리기

<미디어제주>는 용천동굴 외 주변에 가지굴 등 신규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관계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지역은 용천동굴 주변 동굴 분포 파악을 위하여 이미 2009년도에 지반조사를 실시”했다 해명하고 있다. 의심지역 13개소에 대해 시추를 했으나, 동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사의 핵심 논점을 흐리기 위한 해명에 불과하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주변, 동굴 발견을 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행정은 이에 대한 해명이 아닌, 다른 지역에 대한 시추조사 결과를 해명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A를 문제로 지적했는데, 엉뚱한 B 이야기를 근거로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제주>가 동굴 발굴조사가 필요하다 주장한 지점을 빨간색으로 칠했다.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크게 표시한 부분이 실제 제주도가 시추조사를 진행한 지점이다. 규모가 너무 작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미디어제주>가 27일 지적하자 관계자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한 바 있으니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상하수도본부에 자료를 요청해 둔 상태다. 자료를 받아 또다른 문제가 있다면, 추후 기사로 서술하도록 한다.

 

3. 동부하수처리장과 용천동굴 이격거리 115m,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 기사 왜곡, 거짓

동부하수처리장과 용천동굴 문화재지정구역 경계 사이 거리는 약 115m가 맞다. 이는 월정리 주민이 직접 실측한 거리다. 실측 지점의 기준에 따라 10m 내외 오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기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정은 “용천동굴 벽면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으며,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굴에 대한 진동 등 하수처리장의 각종 영향은 동굴 벽면으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사항”이라며 이격 거리가 “약 210m”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제주>와 행정의 거리 측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미디어제주>는 용천동굴 보호를 위해 설정된 ‘용천동굴 문화재지정구역’을 거리 측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문화재청에서 제공하는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GIS)’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용천동굴 벽면의 위치는 GIS 상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지정구역을 포함한 용천동굴 범위만 표시되어 있다.

반면, 행정은 용천동굴 자체 벽면을 거리 측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행정만의 자료로 거리를 측정한 것이다.

결국 행정의 해명자료는 <미디어제주> 기사의 핵심을 왜곡한 해명에 불과하다. 기자는 문화재청의 공식발표 자료(GIS) 상에 표시된 용천동굴 위치를 기준 삼아 기사를 작성했고, 기사에 거짓은 없다.

 

4. 지반이 침하한 지점은 동굴에서 12m 떨어져 있어 문제가 없다? → 논점 흐리기

<미디어제주>가 기사에서 다룬 “지반 침하 지점”은 용천동굴 문화재지정구역에 속한다. 문화재지정구역은 통상 문화재(동굴)로부터 100m 주변까지 설정된다.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0m 범위를 문화재로 지정하며, 문화재 보호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은 지반 침하 지점이 동굴에서 12m 떨어져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화재지정구역 내 위치해 있지만, 동굴과는 12m 이격되어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 해명한 것이다.

행정의 이 같은 판단으로 인해 해당 지반의 구멍은 계속 커지며, 무너짐이 가속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다음 위성지도를 통해 살펴본 지반 침하 현장. 시간이 갈수록 침하 수준이 심해지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다음 위성지도를 통해 살펴본 지반 침하 현장. 시간이 갈수록 침하 수준이 심해지고 있다.

 

5. 도로 통행 차량 진동에 따른 용천동굴 영향은 미미하다? → 근거 부족

행정은 ‘제주도 천연동굴 보존관리방안 연구 및 조사(2019~2020)’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용천동굴 위 차량 통행이 동굴훼손과는 무관하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20년 발간된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진동영향에 관한 실험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장굴과 용천동굴 대상, 진동속도가 큰 경우 동굴을 포함한 구조물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연구 과정에서 진동으로 인한 문화재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발파 장악량을 작게 하였으며, 발파시험 횟수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다”라고 나와있다.

동굴 훼손을 우려해 조사 자체가 축소 진행되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연구 결과 차량 통행 진동으로 인한 동굴 훼손은 “지반상태가 양호할수록” 더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용천동굴이 위치한 월정리 지역은 오랫동안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농경으로 동굴이 잘 보전되어온 곳이다. 이에 주변 지반상태와 동굴의 보전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지반상태가 양호한 용천동굴 주변, 월정리 지역은 차량 통행으로 인한 동굴 훼손이 염려되는 곳”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해당 내용은 추후 기사를 통해 좀더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용천동굴 내부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용천동굴 내부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의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런데도 세계유산본부는 동굴 옆 대규모 공사(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를 옹호하며, 세계자연유산 훼손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는 행정에 당부한다. 언론의 지적에 해명자료를 제시할 것이라면, 본질을 왜곡해선 안 된다. 언론이 지적한 내용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제주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의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세계자연유산 보호를 위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듯한 이 같은 해명자료는 더는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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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2022-05-28 15:40:14
세게자연유산 용천동굴보호보다 분뇨하수처리장 보호가 더 중요한 사안으로 행적이 알아서 움직인듯한 느낌은 저만 드는 것일까요? 분뇨하수처리장은 인공구조물이니 옮길 수 있어도 용천동굴은 그 자리에서 계속 보호 받도록 세계적으로 지정된 희귀 자연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