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6:27 (금)
제주의 봄 향기
제주의 봄 향기
  • 정경임
  • 승인 2022.05.3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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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Happy Song] 제11화

제주에는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그 유명한 동백꽃과 매화꽃이 흑백의 겨울풍경에 화려함을 뽐낸다. 4월이 되면 서귀포에는 거리에 향수를 뿌려놓은 듯하다. 만감류 나무들이 하얀꽃을 피워올리기 때문이다. 온주밀감이나 하귤, 천혜향 등의 만감류 나무들에는 하나같이 하얀꽃이 가득하다. 하귤은 귤의 크기가 큰 만큼 꽃도 크다. 온주밀감의 앙증맞은 하얀꽃은 아기자기 귀엽다. 하얀꽃들은 보기에도 좋고, 그 꽃들이 내뿜는 향기는 사랑의 속삭임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제주의 봄 향기는 서귀포에 거주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4월에 찍은 귤나무의 하얀 꽃봉오리. ⓒ정경임

# 골목길 접어들 때에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

제주 서귀포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인데, 2차선 도로든 4차선 도로든 심지어 6차선, 8차선 도로든 도로를 벗어나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양쪽으로 얕은 돌담이 쌓인 골목길이 나온다. 그 골목길을 따라 또 조금만 들어가면 귤밭이 나온다. 물론 도로변에도 귤밭이 있지만, 골목길을 걷다가 만나는 귤밭은 반갑다. 똑같은 햇빛을 받아도 골목길 너머에 있는 귤나무들이 더 애틋해 보인다. 아마도 햇빛이 따사로이 비치는 귤밭은 요즘 유행하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혜택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고, 구석진 곳에 자리한 옹기종기 작은 귤밭은 예전에 유행했던 ‘금수저 은수저’가 아닌 ‘흙수저’에 해당하는 것 같아 이러한 감정이 드는 걸까? 회사 동료가 ‘부캐’로 하는 공천포 부근의 귤밭에 가보았다. 이 역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 곳에 있다. 약간 넓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여는 순간 싱그러운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감귤나무의 하얀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귤꽃 향이다.

 

# 감귤과수원이 아니라 감귤숲?

제주에서 귤이 잘 자라는 이유를 어느 원예학과 교수는 바다와 돌담에서 반사된 햇빛 덕분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귤은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귤은 제주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 그때의 귤은 야생귤인 타치바나(홍귤)로, <일본서기>에 “신라 초기에 상세국에서 감귤을 수입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상세국은 제주를 말한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귤나무들이다. 그런데 제주의 귤나무들이 제대로 서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예전에 제주를 방문했던 일본의 원예학 연구자들이 “제주의 귤밭은 감귤과수원이 아니라 감귤숲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귤나무를 빽빽하게 심은 데다 전정(가지치기)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비꼰 말이다. 제주의 봄 향기를 전해주는 귤나무의 하얀꽃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기를 바라본다.

활짝 핀 감귤꽃, 너무 앙증맞아 찰칵찰칵~. ⓒ정경임

# 귤나무에게 전하는 사랑의 말

작년 봄 귤밭에는 하얀꽃이 만발했다. 꽃핀 자리마다 열매를 맺으면 나뭇가지가 크게 휠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래서 귤밭 주인들은 6월에 꽃적과를 하고, 7월에 적과(나무를 보호하고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이 달린 과실을 솎아내는 것)를 한다. 올해 봄 귤밭에는 하얀꽃이 듬성듬성하다. 아예 꽃이 피지 않는 귤나무도 있다. ‘해거리’를 해서 그렇단다. 해거리는 과실의 수량이 많았던 해의 이듬해에 수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정말 하얀꽃이 듬성듬성 핀 것이 해거리 때문만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도 있을 것이고, 전정을 아무렇게나 하는 농부연하는 이들 탓도 있을 것이며, 귤나무를 향한 사랑이 적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매년 제주 서귀포의 봄 향기를 맡으려면 귤나무를 잘 키워야 한다. 그래서 필자도 빨리 귤나무를 키우는 농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귤나무야, 조금만 기다려. 너에 대해 잘 알아야 너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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