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지켜만 보던 관찰자에서 오늘은 당골이 됐어요”
“굿을 지켜만 보던 관찰자에서 오늘은 당골이 됐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6.1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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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제주착한여행, 11일 힐링여행
‘영등할망 ᄇᆞ름질 걷기’로 제주굿 제대로 이해하기
기메를 직접 만들어보고 자신만의 소원도 빌어보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음력 2월에 온다는 영등할망. 제주바다에 풍요를 가져다주는 여신이다. 바닷가 마을은 영등굿을 하며 할망을 반긴다. 그렇다고 제주굿이 음력 2월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영등철이 아닌 때는 잠수굿도 있고, 제주큰굿도 펼쳐진다. 물론 가정에서도 심방을 모시고 굿을 하곤 한다.

굿은 하늘과 인간의 중간에서 변호인 역할을 하는 심방이 있어야 하고, 심방에게 굿을 의뢰하는 이들도 굿에서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때문에 심방만 있어서는 굿이 성사되질 않는다.

굿이 펼쳐질 때 참여하는 이들을 우린 ‘당골’이라고 부른다. 굿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상당골, 중당골, 하당골로 나뉜다. 하지만 요즘은 당골을 찾기 쉽지 않다. 제주에서 열리는 수많은 굿에 직접 참여하는 당골보다는, 굿을 멀리서 바라보는 관찰자들이 더 많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인 경우 세계인류유산으로 등재는 됐으나, 직접 굿에 참여하는 이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영등할망을 맞는 손맞이, 할망을 보내는 송별제를 치르는데 상당골에 해당하는 해녀들은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어쩌면 새로운 당골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11일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에서 열린 ‘무아지경 신(神)바람 영등할망 ᄇᆞ름질 걷기’ 행사. 미디어제주
11일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에서 열린 ‘무아지경 신(神)바람 영등할망 ᄇᆞ름질 걷기’ 행사. ⓒ미디어제주

마침, 당골이 직접 되어보는 행사가 열렸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와 제주착한여행이 공동으로 마련한 역사문화생태관광이다. 11일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에서 첫 행사가 마련됐다. ‘무아지경 신(神)바람 영등할망 ᄇᆞ름질 걷기’라는 이름의 첫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풍요의 신 영등신과 함께하는 제주힐링여행’이라는 부제도 달렸다. 16명의 참여자들은 영등굿보존회의 이용옥 전승교육사로부터 제주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굿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익힌 뒤 행사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당골이 되어보는 경험이다.

당골이 되는 첫 체험은 ‘기메를 활용한 바람등 만들기’였다. 기메는 신을 상징하기도 하고, 어떤 공간이 되기도 한다. 기메는 아울러 심방이 굿을 진행할 때 쓰이는 도구도 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지닌 기메로 바람등을 만들고, 밤에는 바람등을 들고 달빛을 걸으며 소원도 빌게 된다.

바람등이 될 기메를 만드는 이들은 낯선 체험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이날 하루만큼은 당골로 변했다. 그들이 만든 기메는 다양했다. 오름을 표현하기도, 마음이 가는대로 만들었더니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가 되기도 했다. 사자모양의 기메도 등장했고, 삼나무 숲에서 세 식구가 거니는 모습의 기메도 탄생했다. 제주바다가 청정해지게 해달라며 미역을 표현한 기메도 있었다.

16명의 참여자 가운데 가장 어린 8세 어린이도 있었다. 강재인 어린이는 아빠·엄마랑 이날 체험에 참여하며 기메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

기메를 만드는 경험을 해본 참가자들. 미디어제주
기메를 만드는 경험을 해본 참가자들. ⓒ미디어제주
기메로 만든 바람등. 미디어제주
기메로 만든 바람등. ⓒ미디어제주

“기메를 만드니까 재밌어요. 다음에 이런 게 있으면 또 오고 싶어요.”

제주굿은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다. 당골은 차츰 사라지지만 제주 고유의 문화를 알려는 새로운 당골은 늘 있게 마련이다. 이날 참여한 이들처럼.

굿판이 열리면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당골이 만들어오는 돌래떡이다. 돌래떡은 쌀가루로 만드는 하얀떡이다. 돌래떡은 소금간이 전혀 들어가지 않지만, 굿판에 참여하는 이들의 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골들은 돌래떡과 과일 등을 차롱에 담아오는데, 이날 체험에 참여한 이들도 자신들의 소망을 담은 차롱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한편 2일차 프로그램은 12일 열린다.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에서 굿 사진을 보고 당골 해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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