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재심 법정에서 나온 비판 목소리 "검찰 항고는 제2의 가해"
4.3특별재심 법정에서 나온 비판 목소리 "검찰 항고는 제2의 가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6.21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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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아버지(박경생)를 잃은 유족 박부자 씨의 법정 증언 모습.

“아버지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못했던 어린 소녀가 지금 80대 중반입니다. 어렵게 지난 번 재심청구를 했는데 기각됐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중략) 아버지가 무죄판결을 받고 새사람이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더 이상은 남을 원망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려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입니다. 그동안 모든 것을 챙겨 주시고 보호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주4.3 당시 아버지(박경생)를 잃은 유족 박부자 씨의 소감이다.

2022년 6월 21일 제주지방법원 제4-2부(재판장 장찬수)는 제주4.3 일반재판 피해자 박경생 씨 등 14명 피고인에 대한 특별재심을 진행하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14명 피고인은 모두 고인이 되어, 유족들이 재판장에 대신 참석했다.

이들 14명 피고인은 제주4.3 당시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가 구타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내란음모, 국가보안법위반 등 누명으로 수형인이 된 후 행방불명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70여년이 흐른 뒤 열린 이들 14명 수형인에 대한 재심재판. 검찰은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 또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14명 피고인 모두가 누명을 벗었다.

6월 21일 제주지방법원 제4-2부가 진행한 제주4.3 일반재판 수형인 14명에 대한 재심재판에 참석한 유족들.

하지만 이날 재판장에선 '무죄 판결'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제기됐다. 검찰의 '즉시항고'와 관련한 비판이다.

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했다. 법원이 지난 3월 3일 이들 14명 제주4.3 수형인에 대한 재심개시를 결정한 후, 검찰이 불복해 즉시항고한 사건이다.

검찰의 항고사실이 알려진 시점은 지난 3월 10일. 제20대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의 당선 확정 시점과 겹쳐 검찰의 항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절묘한 타이밍’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관련기사: 2022.3.11 윤석열 당선 당일 검찰, "제주4.3 특별재심개시결정에 즉시항고"

당시 검찰은 항고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을 거론했다. 14명 수형인 사건 관계인의 의견 청취가 이뤄지지 않았고, 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 심리가 이뤄진 점이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고,  검찰은 재항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6월 21일 드디어 개시된 재심재판에서 제주지법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 이후 70여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 이들 14명 ‘죄 없는 죄인’에게 씌워진 누명은 벗겨졌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는 남는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설마’ 했습니다. 재심재판을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피가 마를 지경이었습니다. 신경안정제도 복용했을 정도입니다.” /제주4.3 피해자(수형인) 김천종 씨의 아들 김성운 씨의 법정 증언 중 일부 발췌

“피해자는 가해자인 국가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방치의 세월을 넘어 제2의 가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검찰의 항고 이후, (법원) 기각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유족의 입장에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난 것입니다. 유족에게는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이 사건 재심청구인들은 평생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았습니다. 희생자들의 한이 얼마나 될 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재심 청구인들은 특별재심을 통해 최소한의 억울함을 풀려는 것입니다.” /피고인 측 문성윤 변호사의 법정 발언 중 일부 발췌.

“재심 청구한 사람들, 유족들이 왜 재심을 청구한 지 아시나요? 재심으로 우리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자기 돈 들여서 힘들게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하는지 검찰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재심을 청구하는 이유는 ‘이제라도 우리 아버지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서’예요. 지금 우리 아버지는 죄인으로 기록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살아있을 때 그 ‘죄인’이라는 낙인이라도 지우고 싶어서, 재심을 청구한 겁니다. 이 간절한 마음은 그 누구도 짓밟으면 안 되는 겁니다.” /제주4.3 피해자(수형인) 박경생 씨의 딸 박부자 씨에 대한 <미디어제주>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

법정에서의 심리, 판결 등은 응당 그에 따른 관련법에 근거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사람의 고통 앞에 법을 들이밀며 더욱 고통을 준, 검찰의 항고 행위는 어떤가. 법적 절차를 근거로 밟은 행위(항고)라 하더라도, 이를 정의로운 행위로 보긴 힘들 테다.

이에 검찰의 항고 소식 직후, 지난 3월 1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성명을 통해 "검찰이 항고를 제기한 것은 우리 유족들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여 4·3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해 온 그 동안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재심을 청구한 고령의 유족들은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검찰이 이 같은 유족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6월 21일 열린 재심재판장에는 70~80대 고령의 어르신 유족들이 상당수 방문해 방청석을 채웠다. 70여년 전 어린아이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 됐다. 

피고인 측 문성윤 변호사가 법정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말 극악무도한 일이 제주에서 벌어졌습니다. 우리는 나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아무리 잘 산다 해도,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와서 (아버지에 대한) 무죄 판결을 들으니 응어리가 풀립니다.” / 제주4.3 일반재판 수형인 고한수 씨의 딸 고춘자 씨의 법정 증언

때때로 미디어에서, 정치권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문구가 보이곤 한다. 제주4.3이 ‘화해’와 ‘상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안심하긴 이르다. 2022년 3월, 제주4.3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재심개시를 지연시킨 검찰의 즉시항고 사례처럼. 이 같은 일이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4.3을 다루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한편, 제주4.3 당시 일반재판을 받고 ‘유죄’ 선고를 받은 피해자(수형인)는 오늘날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주4.3특별법에 따라, 직권재심 청구대상은 군법회의(군사재판)으로 인한 제주4.3 수형인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의 즉시항고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번 14명 제주4.3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졌다. 70여년 한 많은 세월을 견뎌왔건만, 2022년 검찰의 항고는 다시금 유족의 가슴에 상처를 냈다.

이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 측은 “제주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일반재판 수형인 또한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강조한다. 국가의 폭력으로 희생된 수형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국가가 직접 나서 풀어야 함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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