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일노래에는 제주의 정신이 들어 있어요”
“일노래에는 제주의 정신이 들어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7.24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노래상설공연 집행위, 인화초기자단과 인터뷰
고영림 위원장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담겨 있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 미디어제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 일노래는 3천 개가 된다고 들었어요.”
“우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팽나무 그늘 밑. 매주 토요일이면 이곳에서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이 펼쳐진다. 일노래가 상설 형태로 불린 건 올해로 3회째다.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일노래 상설공연을 만들었고, 제주일노래상설공연집행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일노래 상설공연은 무더위도 물리친다. 지난 23일도 그랬다. 특히 이날은 인화초등학교 기자단 어린이들이 취재를 하겠다며 나섰다. 어린이 기자들은 일노래 공연을 관람하고, 제주일노래상설공연집행위원회 고영림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도 가졌다.

인화초기자단 어린이들은 일노래에 대한 궁금증을 고영림 위원장에게 쏟아냈다. 인터뷰 과정 중에 “일노래가 몇 개나 되느냐”는 질문도 나왔는데, 고영림 위원장의 입에서 “3천 개”라는 단어가 나오자 어린이 기자들이 놀랄 수밖에.

그렇다면 왜 제주 일노래는 3천 개에 달할까.

인화초등학교 기자단 어린이들이 일노래에 대한 궁금증을 고영림 집행위원장(왼쪽)에게 물어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인화초등학교 기자단 어린이들이 일노래에 대한 궁금증을 고영림 집행위원장(왼쪽)에게 물어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일노래 공연을 보면서 취재에 열중인 인화초기자단 어린이들. 미디어제주
일노래 공연을 보면서 취재에 열중인 인화초기자단 어린이들. ⓒ미디어제주

“제주 일노래를 연구하고 있는데, 지역마다 달라요. ‘해녀 노 젓는 소리’인 경우에도 화북이나 조천에서 부르는 노래와 법환 쪽 해녀들이 부르는 게 다르다고 해요. 지역마다 방언처럼 달라요. 노래의 가락이, 스타일이 달라요. 가사도 조금씩 달라요. 재밌죠?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이 노래도 다른 거예요.”

일노래 상설공연은 토요일은 제주시에서, 일요일은 서귀포에서 만날 수 있다. 8월 27일까지 만날 수 있는데, 일노래 상설공연은 왜 열리게 됐을까. 인화초 어린이 기자들의 질문에 고영림 위원장은 자신의 유학 경험을 이야기했다.

“30년 전이었어요. 여러분들이 태어나기도 전이죠. 오스트리아 비엔나 알죠? 모차르트의 고향. 거기 여행을 갔는데, 모차르트처럼 금색 가발을 쓰고 모차르트 같은 의상을 입은 청년이 티켓을 파는 거예요. 오페라 상설공연 티켓이었어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에 유명한 아리아 대목을 간단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티켓이었어요. 문화충격이었어요. 그때 나도 고향에 돌아가면 그런 공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유학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판소리도 좀 배우고, 3년 전에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해서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을 하게 된 겁니다.”

30년 동안 품었던 소망이 이뤄졌다. 일노래 상설공연은 첫해인 2020년은 탐라문화광장에 있는 고씨주택에서 진행됐고, 차츰 규모가 커졌다. 어린이 기자들이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힘든 점은 없냐고. 인화초 기자단 어린이들의 눈엔, 상설공연을 펼치는 게 무척 힘들게 보였던 모양이다.

“야외공연이어서 날씨에 굉장히 민감해요. 다행히 하늘이 도와줘서인지 공연할 때는 비가 오질 않았어요. 여기는 오픈된 공간이어서 관광객들이 지나가다가 잠깐 보고 가버리는 게 조금 섭섭하긴 해요. 관광객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참 좋겠어요. 민속자연사박물관을 택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서 그래요. 멋진 팽나무가 있는 무대잖아요.”

일노래는 흔히 말하는 노동요다. 제주 사람들의 삶이 담겼다. 일노래를 부르며 밭을 일구고 바다를 일구던 제주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 제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노동이라는 일을 하면서 거기에 음악을 덧댄 문화인이기도 했다. 인화초기자단 어린이들은 일노래가 지닌 가치를 궁금해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왔던 우리 조상들의 희로애락이 일노래에 고스란히 담겼어요. 민초들, 그러니까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정말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여기에 스며 있어요. 일노래의 사설(가사)을 보면 제주의 정신을 제대로 알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일노래의 가치가 아닐까요. 일노래엔 우리의 정신, 제주의 정신이 들어있어요.”

인화초기자단 어린이들에게 일노래 취재는 전통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하루였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일노래를 접하거나 하질 않는다. 고영림 위원장도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공연이 끝난뒤 고영림 집행위원장과 인화초 기자단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공연이 끝난 뒤 고영림 집행위원장과 인화초 기자단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것을 모르고 살았어요.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며 그런 반성을 많이 했어요. 바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질 않아서 그래요.”

인화초기자단 어린이들은 일노래를 통해 제주다운 이야기를 맛봤다. 이날 하루 취재와 공연 감상만으로 끝내기가 너무 아쉽기만 하다. 고영림 집행위원장이 ‘찾아가는 공연’도 계획중이라고 하자, 인화초 어린이 기자들은 “인화초로 와달라”고 제안도 했다. 10월에 인화문화축제가 열린다니, 곧 학교에서 일노래 공연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