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홍석준] 한여름 제주에서 금빛 관악 선율로 만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첫 만남의 어색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2022 제주국제관악제 이틀째인 8일 오후 제주학생화원 인근 수운근린공원 야외무대.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이곳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빚어내는 멋진 관악 선율이 울려퍼졌다.
올해 처음 제주국제관악제에 참가한 여수북초등학교 관악단이 경연에만 참여하고 여수로 돌아가면 아쉬울 것이라 생각한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 측의 권유로 제주광양초등학교 관악단과 협연을 하게 된 것이다.
여수북초등학교는 천성산과 만성리 검은모래 해변을 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학교다. 지난 2008년에는 전교생 36명으로 줄어들면서 통폐합 위기에 내몰렸었다. 하지만 같은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돼 2008년부터 관악부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국 관악경연대회에서 동상 수상을 시작으로 금상과 은상을 두 차례씩 수상할 정도로 일취월장하면서 예술대 진학은 물론 한예종 입학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전교생 50여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3학년 이상 37명 전원이 관악부에 참여할 정도다. 말 그대로 ‘악기에 진심’인 아이들의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일부러 다른 학교에서도 악기를 배우기 위해 여수북초등학교로 전학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 온 범준영 지도교사는 “제주와 여수를 잇는 항공편이 하루 한 편밖에 없어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리허설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연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면서도 “조직위에서 이렇게 협연 무대를 마련해줘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도 “모처럼 만난 자리인만큼 두 학교간 교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수운근린공원에서 마련된 교류연주회는 제주오카리나앙상블의 연주로 무대를 연 데 이어 제주광양초 관악단과 여수북초 관악단이 차례대로 무대에 오른 뒤 마지막 곡으로 제주광양초와 여수북초 아이들의 ‘제주 회고록’ 협연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