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시인 곁에는 아내인 해녀가 늘 있답니다”
“시인 곁에는 아내인 해녀가 늘 있답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8.09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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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시인 강영수 ‘해녀의 기도’ 펴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물질하는 해녀는 ‘귀한’ 직업이 됐다. 제주도 여성 가운데 수만 명이 물질을 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주 젊었던 여성들은 이젠 60대를 넘어, 혹은 70대이거나 80대의 나이에 물질을 하러 나선다.

사라지는 직업 여성인 해녀. 물질하는 이들은 차츰 사라지지만 그런 이들과 늘 붙어사는 이들도 있다. 우도 시인 강영수가 그런 사람이다. 해녀가 곧 그의 아내이다. 시인 강영수는 매번 바다에 나서는 아내를 생각해서인지 수필로, 시적 언어로 아내를 수없이 얘기한다.

시인 강영수는 ‘해녀’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지난해까지 6권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해녀의 기도》라는 시집도 선보였다. 7권째 해녀 이야기를 그린 셈이다.

물질은 하나의 ‘버릇’이다. 아니다, 해녀들에게 물질은 그냥 ‘몸에 밴’ 행위이다.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바다에 들어간다.

감기 몸살로
물질 가지 말라 했더니

‘기침’
감기가 아니면
괜찮다는 아내

나는 몰랐다

- ‘물질 못하는 병’ 전문

몸에 열이 돋아도 물질을 막진 못한다. 다만 ‘기침’을 동반한 감기일 때는 참는다. 자칫 기침을 하며 바닷물을 들이킬 수도 있고, 그러다 ‘물숨’을 삼킬 수도 있다.

겨울이어도 물질은 막지 못한다. ‘몸에 밴’ 걸 어쩌리. 바닥난 체력을 입술이 알아차리고 부풀어 터져도 물질은 감행한다. 몸살 감기에도 나서는 물질이 아니던가.

우도 시인 강영수의 아내는 일흔을 넘겼다. 그에게 아내는 ‘여자’보다 직업인 ‘해녀’가 더 익숙하다. 일흔을 넘겨도 356일 중에 130일 넘게 물질하는 아내는 ‘여자’에 앞선 ‘해녀’였다.

테왁망사리 신비스럽게 쳐다볼 땐 여자
테왁망사리 만들고 작업할 땐 해녀
손발이 보송보송하면 여자
손발이 꺼칠꺼칠하면 해녀
손발톱 기르고 치장하면 여자
손발톱 쪼개져 약 바르면 해녀
입술에 립스틱 바를 땐 여자
입술 부풀어 약 바를 땐 해녀
마음의 상처 아파할 땐 여자
몸의 상처 아파할 땐 해녀


- ‘여자일 때 해녀일 때 42’ 중에서

시인 강영수의 눈엔 해녀만 비친다. 무거운 테왁망사리를 이고 있는 아내, 몸이 성한 곳 없는 해녀로서 아내가 그의 눈에 비친다.

우도 시인 강영수는 지난 2013년 《내 아내는 해녀입니다》라는 시집을 내며 해녀라는 직업의 아내를 등장시켰다. 그러다 2016년부터 해마다 끊이지 않고 해녀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나 수필집을 내놓고 있다. 마치 연작처럼 아내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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