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14 (금)
우리 동네 자연재해 대책, 도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
우리 동네 자연재해 대책, 도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9.15 12: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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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10년 자연재해 대책 담은 계획, 현재 수립 중
최근 공청회 진행했지만, 상세 내용은 "온라인 공개 불가"

제주도청 방문해야 볼 수 있는 '자연재해저감 대책 계획안"
도청 찾아도 내용 파악에 한계... "도민 '알 권리' 침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매년 제주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자연재해. 특히 태풍 때마다 침수되는 ‘상습침수지역’ 주민들은 폭우 소식이 들릴 때면 긴장 속에 산다. 예를 들면, 화북천 하류 곤을마을 지역이 그렇다. 이곳은 거의 ‘매년’이라고 단언해도 무방할 만큼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곳이다.

*관련기사1: "화북천 매립이 인재 낳았을까" 10월이 두려운 주민들

*관련기사2: 화북천 매립 인한 수해 인정됐는데... "대책은 저류지 확대?"

그렇다면 이러한 자연재해를 제주도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제주도의 자연재해 지역과 대비책을 설정하는 계획이 현재 수립 중이다. ‘제2차 자연재해 저감 종합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수립되는 이번 계획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10년 마다 수립되는 법정 계획이다.

앞으로 향후 10년은 이 계획 내용에 따라 제주도내 자연재해 대책이 수립되고, 사업이 진행되고, 특정 지역이 집중 관리된다. 도민의 안전과 생명, 생존권이 달린 매우 중요한 계획이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8월 11일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제주도의 △하천 △내수 △사면 △토사 △바람 △해안 △대설 △가뭄 △기타재해 9개 유형에 대한 위험지역과 저감대책을 요약해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청회가 진행됐음에도 불구, 막상 내가 사는 동네에 수립된 자연재해 저감 대책을 주민은 알기가 어렵다. 공개된 자료를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존재한다. 도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

 

우리 동네 자연재해 대책, 주민의 ‘알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

제주에서 유난히 침수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들이 있다. 이곳들에 대한 자연재해 대책은 어떻게 꾸려지고 있나. 이는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에 담겨 있다.

기자는 계확안의 상세 내용을 알고 싶어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통해 제주도에 자료 요청을 했다. 그리고 제주도로부터 “직접 제주도청을 방문하면, 문서를 공개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문서 파일을 전자적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청회를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이건만, 문서를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답변. 왜일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 문서를 요청했으나, 제주도는 온라인을 통한 문서 공개는 '불가'하다 답변했다. 도청에 와야만 문서 공개가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계획안 내용을 전자파일로 받아볼 수는 없나. 기자는 제주도에 유선 상으로 재차 문의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계획이 수립 중인 단계라 온라인으로 문서 공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이미 제주도는 공청회를 통해 계획안의 요약본을 공개한 바 있다. 기자도 환경단체 측을 통해 요약본을 문서 파일로 받아 가지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의 논리대로라면, ‘제2차 자연재해 저감 종합계획안’은 ‘일부 내용(요약본)’만 온라인으로 공개가 가능하고, ‘상세 내용(원문)’은 온라인 공개가 불가능한 문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환경, 복지, 개발사업 등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 보호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은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 제1항 각 호의 사본ㆍ출력물ㆍ복제물ㆍ인화물 또는 복제된 파일을 우편ㆍ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보낼 수 있다”. 계획안 또한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통한 (전자파일 문서) 공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는 불가하고, 도청으로 와야만 내용을 보여 준다니.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 종류와 규모, 대책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가 행정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방대한 내용의 계획안, 서면으로 특정 자료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어찌됐건 도청으로 오면 공개를 해 준다고 하니 도청을 찾았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벽에 부딪힌다. 책자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 책자에 수록된 사진이나 글자가 너무 작을 뿐더러, 민원인이 원하는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선 온종일 책자를 들여다봐도 파악이 어렵다.

제주도청에서 확인한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 책자.
책자 위에 올려진 손은 성인 남성의 손이다. 계획안은 이처럼 두꺼운 책자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원인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동네 관련한 자연재해 대책은 이 책자로 찾기가 힘들다. 도청에 앉아 하루종일 이를 찾아 볼 여력이 되는 주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기자조차 책자 내용이 워낙 방대해 자료 찾기가 버거운 수준이다. 내용 파악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자와 함께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있다. 화북천 매립으로 인한 상습수해지역(곤을마을) 주민들이다.

이들 주민들 역시 원하는 자료를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책자의 글씨가 너무 작아 보기 힘들다”, “내용이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우리 동네 자연재해 대책 내용만 보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할 지 모르겠다”라는 것이 주민 입장이었다.

전자파일 문서로 계획안이 공개됐다면, ‘특정 단어 찾기’ 기능을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만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화북’ 지역의 자연재해가 궁금하다면? ‘화북’이라고 검색하면 문서에서 해당 단어가 있는 페이지만 찾아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주민의 ‘알 권리’ 또한 충분히 보장해줄 수 있을 텐데. 제주도는 이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라는 입장이다.

쉽게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거부하는 제주도정.

자연재해대책법 제3조에 따르면, “국가는 기본법 및 이 법의 목적에 따라 자연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과 주요 기간시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재해의 예방 및 대비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를 지며, 그 시행을 위한 최대한의 재정적ㆍ기술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시·군 등 풍수해저감종합계획 세부수립기준에 따르면, “기초현황 조사를 위한 지역주민 의견수렴 시,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기초조사 단계에서 지역주민 면담, 설문조사 등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 및 시장·군수가 인정한 경우 이장, 통장들의 의견을 설문조사로 갈음할 수 있다”라는 부대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곧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하지 않아도 무방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화북 지역의 경우, 화북동 주민센터의 책임자(센터장)조차 해당 지역의 자연재해 저감대책 계획안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청회 후에도 도청으로부터 계획안 전체 문서는 물론, 요약본 자료조차 전달받은 바가 없다는 것이다.

마을 행정의 책임자에게 조차 공유되지 않은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안’. 지역의 자연재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지역 주민이다. 그런 주민 의견이 배제된 채 수립되는 계획안을 우리는 믿을 수 있나.

물론, 화북 지역의 사례가 제주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민이 매우 파악하기 힘든 형태로,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주민들이 나서서 도청에 요구하지 않아도, 도청이 능동적으로 주민의 목소리를 살피고, 자연재해 대책을 알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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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3 2022-09-16 09:23:28
행정당국 은 도민을 우롱하는지모르겠다
자연재해 저감대책 공청회 을 하는데도
자연재해 지역주민도 모르게 공청회 를하는 행위는 무슷해뮈인가요
무슷 잘못을햇길래 자연재해 지역주민들몰게 공청회 를 하나 행정당국 조금정신차리세요

별도 2022-09-15 19:04:16
-뭐가 구려서 공개를 못하나?
-투명한 행정은 언제 가능한가?
-공무원들 정신 차릴 때가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