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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도 없이 치료비도 본인 부담” 제주 관광업계의 열악한 현실
“휴일도 없이 치료비도 본인 부담” 제주 관광업계의 열악한 현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2.10.1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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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토론회 “실태조사 정례화 필요”
“서비스 노동자 인권 보호 법적 장치 및 가이드라인 제정돼야” 지적도
제주지역의 열악한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13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지역의 열악한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13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지역의 열악한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13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관광레저산업노조 주관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귀연 노동연구소 소장의 ‘제주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장귀연 소장의 발제 내용을 보면 우선 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 수준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특히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하루 노동시간도 사업장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80%가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100인 미만 사업장은 43%가 하루 8시간 미만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장 소장은 이 부분에 대해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하루 일하는 시간이 짧은 대신 주 5일 근무가 아닌 6~7일 근무하면서 주 40시간을 맞추는 사례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본이 많지 않아 이 특징을 일반화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인력을 전일제로 넉넉하게 고용하지 않고 업무량이 많은 특정 시간대에 파트타임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해당 노동자의 일주일간 근무일수를 늘리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주 휴일 이틀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업무 중 다쳤을 때도 산재 처리나 공상 처리를 하는 것도 대규모 사업장과 달리 소규모 기업에서는 자비로 부담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실제로 면접조사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테마공원에서 공원 투어 가이드 일을 하면서 가이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조경 일을 하던 중 다쳤음에도 자비로 치료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응답자 A씨는 “심하게 다친 사람은 갈비뼈가 부러진 경우에도 회사에서 치료비를 주지 않아 알아서 치료했다”면서 “동물원에서 일할 때는 동물들한테 물리거나 다쳐도 알아서 치료했었다”고 전했다.

특히 A씨는 숙소를 같이 쓰는 동료가 독감에 걸려 직원들이 다 독감에 걸렸을 때도 대표가 나오라고 해서 일한 뒤에 집에 돌아가서 독감이 폐렴으로 악화돼 입원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업무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넘어선 폭행이나 성희롱, 성추행을 경험한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거의 없거나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이에 대해 장 소장은 “감정 노동자 보호가 특히 관광 부문에서 가장 절실한 지점인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서영표 제주대 교수도 “관광 부문 종사자를 포함해 서비스 직종 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감정노동”이라면서 “소비자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권이라는 점에서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민구 제주도의회 의원은 관광산업의 일자리 정책 방향과 관련,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인력 활용의 개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광산업의 경우 기업이 정부로부터 인력부족 확인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관광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관광산업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관광산업 종사자 실태조사를 정례화해 고용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명호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은 이번 실태조사에 대해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긴 시간 동안 설문조사 참여를 유도했지만 많은 양의 표본을 얻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제주지역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설문과 면접조사를 통해 관광산업의 노동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관심과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제주 지역은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조례가 아주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관광산업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노동자 보호를 위한 기본 조례 제정과 함께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간접고용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관광산업 분야의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언론과 현수막, 전단지 등으로 설문에 응할 수 있는 QR코드와 url을 배포해 설문을 받은 결과 288명이 응답했고 응답이 부실하거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된 경우를 제외, 모두 256명의 응답 결과가 분석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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