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대참사에 희생된 이들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할로윈, 대참사에 희생된 이들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2.10.30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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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대참사 소식에 각종 축제 줄줄이 취소 분위기
“상업적으로 변질된 할로윈 축제를 ‘추모 기간’으로” 제안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10월의 마지막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참사 소식에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 등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자체마다 할로윈 데이에 맞춰 개최하려던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지난 23일 개막돼 다음달 2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던 ‘달과 별이 내려앉은 신산 빛의 거리’ 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축제를 마련한 제주관광공사는 당초 할로윈 기간(29~31일) 동안 분장을 하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에게 기념품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태원발 대형 참사 소식에 할로윈 기간 기념품 제공을 취소하기로 하고, 11월말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행사도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주최로 지난 28일 개막된 ‘중문 할로윈 페스티발’도 당초 30일까지 중문관광단지 색달해수욕장에서 진행되고 있었으나 30일 마지막날 일정이 취소됐다.

행사를 주관한 디스커버 제주는 이날 오전 SNS를 통해 ‘어제 이태원 할로윈 파티에 일어난 큰 사고를 접하며 국민적 추모와 애도를 해야 하는 시기에 마지막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통해 마지막날 행사 취소 소식을 알렸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10월 31일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10월 마지막 주말을 맞아 이태원 일대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이 일대를 찾았고, 좁은 골목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이동하던 중에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2의 세월호 참사,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뉴스 중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기사의 한 줄 문장이 눈에 띈다. 행정과 경찰당국의 안이한 판단이 예견된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물론 사상자의 신원을 파악해 가족들에게 알리는 일이 최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 책임 소재를 따져물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할로윈 데이가 10월 31일이라는 것도 이번 사고 때문에 처음 알게 됐다.

최근 상업화된 할로윈 축제를 두고 ‘외국 문화를 단순히 모방하기만 하는 행위’라는 ‘꼰대스러운’ 지적도 있지만, 이미 십수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카페나 레스토랑, 관광지 주변에 할로윈 분위기를 꾸며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기성세대의 ‘꼰대스러움’을 굳이 드러내면서까지 할로윈의 기원이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등의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 확산되고 있는 할로윈 축제 문화를 어떻게 즐기는 것이 현명한지 한 번쯤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1년의 끝을 10월 31일로 인식했던 켈트족은 이날 유령이나 마귀가 저승에서 온다고 믿었고, 이들에게 해를 입지 않기 위해 귀신으로 변장하고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면서 악령을 달래기 위한 축제를 지낸 것이 할로윈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 축제는 기독교 전파와 함께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의 전야 행사로 열리게 됐고, 가톨릭 교회에서도 할로윈을 무작정 금지하는 것보다 ‘모든 성인 대축일’의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11월 한 달을 ‘위령성월’로, 11월 2일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기억하기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악령을 달래고 쫓기 위해 음식을 나누는 데서 시작된 고대 축제의 취지를 살려 올해부터는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할로윈 기간’을 차분하게 지내는 건 어떨까. 적어도 2022년 10월 29일 밤, 그들의 희생이 헛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오늘 밤, 조용히 방 안에 촛불 하나 켜놓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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