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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 속의 섬' 우도 생명 책임진 담수화 시설, 그 미래는?
제주 '섬 속의 섬' 우도 생명 책임진 담수화 시설, 그 미래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11.1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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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때문에 주민 다툼도 벌어졌던 우도, 담수화시설로 물 문제 해결
담수화시설, 상수도 연결에 2012년부터 유휴시설로 방치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생시설로 탈바꿈 추진
우도 담수화시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우도 담수화시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물은 생명이다. 특히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섬에서의 생존은 어떻게 물을 구하는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을 구할 수 없다면, 섬에서의 생명은 이어지지 못한다.

제주에서 많은 마을들이 용천수와 해안가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도는 내륙보다 강수량이 많지만 지질구조가 현무암 등으로 구성된 화산섬이었기 때문에, 빗물이 대부분 지하로 흘러들어가 물 확보가 어려웠다. 제주에서 살아가던 주민들은 이 때문에 지하로 흘러들어간 물이 지표로 솟구쳐 나오는 용천수 인근과 해안가에 집중적으로 마을을 형성해 살아갔다.

그렇지만, 제주 ‘섬 속의 섬’ 우도에서는 이렇게 마을을 형성해 살아가는 것도 어려웠다. 우도의 물 사정은 오래 전부터 열악했다. 제주본섬 곳곳에서 솟아나는 용천수가 우도에도 한 곳이 있었지만, 염수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식수로 이용할 수 없었다. 우도 사람들에게 물을 구하는 것은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우도 사람들의 물 문제를 해결해 준 ‘우도 담수화시설’은 우도 사람들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었던 필수불가결한 시설이었다.

우도 담수화시설이 우도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12월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마을 공동으로 만든 ‘물통’과 개인이 만든 ‘물통’ 등을 활용했다.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개념이었다. 우도에서는 마을마다 이 ‘물통’이 있었다. 모두 23개에서 25개의 물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가뭄이 들 때면 이 물통이 바닥을 보이면서 ‘물도둑’이 나타나고, 이웃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물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물을 구하기 위해 바다 건너 성산포나 종달리까지 노를 저어가서 물을 공수해왔다고도 한다.

1950년대 들어서는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58년 3월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 깊이 11m에 달하는 저수지를 만들고, 이곳에 빗물을 담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10년 뒤인 1968년에는 저수용량 10만8000톤 규모의 우도 저수지가 만들어졌지만 수질 문제로 식수로 이용되지 못했다. 1993년에 들어 5만톤 규모의 저수지가 조성되고 이 물이 식수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우도의 물문제 해결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우도 담수화시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우도 담수화시설과 우도저수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이어 1998년 12월 1차 해수담수화 시설이 만들어지고, 2001년에 2차 해수담수화시설이 완성되면서 하루 1000톤의 식수 및 생활용수를 생산하기 시작, 마침내 우도의 물문제가 해결됐다. 당시 우도의 식수 및 생활용수 평균 소비량은 1일 315톤 규모로 해수담수화시설만으로 우도에 물 공급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담수화 시설은 12년 동안 우도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책임졌다. 우도에 생명을 공급해주던 시설이었다. 이 시설은 2010년 12월 우도와 제주본섬을 잇는 총연장 16km의 상수도관이 완성되고 그 우도 전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될 때까지 제역할을 해왔다. 2012년에 들어서는 모든 기능이 멈춰섰고, 그 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도에 생명수를 공급했었던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우도봉 기슭에 남아 있다.

우도 사람들의 안심하고 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으나, 10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유휴시설’로 남아 있었던 이 ‘담수화 시설’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올해 중순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지난 8월31일에는 우도주민들을 대상으로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우도 담수화시설을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시키고 이를 통해 주민과 우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만들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용역은 올해 12월 마무리 될 예정이다.

아울러 우도 담수화시설에 대한 아카이브 조사연구 용역도 이뤄졌다. 우도에서의 담수화 시설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우도 물의 역사를 정리한 용역이다. 이 용역은 최근 마무리됐으며 제주문예재단의 검토 과정을 거쳐 이달 중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최근에는 우도 담수화시설에 대한 문화재생사업을 살펴보는 자리인 ‘우도 물때’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우도 담수화시설을 문화재생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포럼인 '우도 물때' 행사.
우도 담수화시설을 문화재생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포럼인 '우도 물때' 행사.

이 자리에서는 우도 담수화시설의 미래에 대해 ‘제주 물의 역사를 담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킬 것을 제안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우도만이 아니라 제주섬 전체의 물 문제 전반을 다루는 ‘제주 물 역사 아카이빙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외에 ‘우도 물 역사관’이나 ‘물 박물관’ 등이 제안됐다. 아울러 각종 전시관과 예술인들을 위한 레지던스 및 공유오피스 등을 함께 구성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와 함께 우도 물 역사를 담고 있는 담수화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우도 물때’ 행사는 전문가들이 모여 우도 담수화시설의 미래를 논하는 단순한 포럼을 넘어, 마을 주민들까지 모두 참여해 10여년간 우도에 생명과도 같았던 물을 공급해 준 우도 담수화시설에 고마움을 전하는 ‘마을 잔치’ 처럼 구성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모여 담수화시설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마을 주민들까지 함께하는 식사를 통해 전문가 및 주민 등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며, 이후 다양한 문화공연이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문화공연에서는 제주 본섬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우도출신 시인과 우도주민들로 구성된 벤드의 공연 등이 펼쳐졌다. 그 외 전시회도 병행됐다.

이외에도 제주본섬에서 활동하는 런닝크루인 ‘제주런닝크루(JEJU RC)’와 백패킹팀, 제주 해양쓰레기 수거 단체인 '혼디(hondi)' 등이 우도에서 플로깅 행사 등을 병행하면서 우도담수화 시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문화재생사업을 다양하게 알렸다.

단순히 전문가들만의 논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마을 주민은 물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차원에서 문화재생이 이뤄지는 셈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마무리되면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나설 예정이다.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공간 운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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