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9:18 (목)
“세상 모든 게 기적인데 그걸 책으로 만나다”
“세상 모든 게 기적인데 그걸 책으로 만나다”
  • 김형훈
  • 승인 2022.11.21 11: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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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맛있는 책읽기 2] <3> 김담희네 가족

작년부터 ‘특별한 노트’에 책 이야기 담아

엄마와 딸이 ‘인문학’으로 이야기를 나눠

‘책의 마력’은 박물관 답사 등으로 이어져

공연을 본 뒤 관련 책을 찾아보는 활동도

담희와 엄마 강인순씨. 인문학으로 세상을 만난다. 미디어제주
담희와 엄마 강인순씨. 인문학으로 세상을 만난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읽어본 사람이 잘 안다. 책을 읽는 이들은 이상하리만큼 책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어릴 때 가지고 싶었던 책, 읽고 싶었으나 자신의 손에 쥐어지지 않던 책. 가슴 한쪽에 그런 책에 대한 감정이 있는 이들은 언젠가는 책을 손에 쥐고 읽거나, 읽지 않더라도 책장에 책을 꽂는 습관을 지니곤 한다. 그럴 때 마주하는 책은 명품과 다르지 않다.

어릴 때 무척 책을 읽고 싶었던 아이는 훌쩍 커서 결혼하고, 책에 대한 욕망도 이뤄냈다. 그것도 딸과 함께. 소녀 때 책을 좋아했던 강인순씨는 초등생 딸과 책 이야기에 푹 빠지곤 한다. 보물처럼 그에게 온 딸 담희는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반자나 다름없다. 계기는 바로 ‘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였다.

담희 가족은 지난해부터 ‘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에 참여했다. 올해로 2년째인 담희네는 ‘특별한 노트’가 있다. 엄마 강인순씨는 지난해 7월부터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쓰거나 한 노트는 아니에요. 눈으로 읽는 책은 마음에 울림도 주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엔 그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어요.”

‘특별한 노트’는 책을 읽는 날짜와 내용이 들어 있다. ‘특별한 노트’는 책 읽기로 출발했으나, 이젠 가족의 이야기도 담는다고 한다.

“담희 오빠가 있어요. 중학생인데, 아이들을 픽업해주면서 그때그때 일상도 기록해요. 오늘 아침은 어땠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고 기분은 어땠는지, 이제는 사소한 기록까지 적는 노트가 되어 좋아요.”

‘특별한 노트’는 가족의 생활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가족일기’로 거듭났다. 책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태어나지 않았을 ‘특별한 노트’는 정말이지 담희 가족의 모든 걸 담아낸다. ‘특별한 노트’엔 이런 글귀도 새겨 있다.

“온 세상이 기적의 연속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적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기적을 평범한 일로 치부해 버린다.”

안데르센이 남긴 명언이다. 이런 글귀는 ‘특별한 노트’의 한쪽을 차지한다. 그러고 보니 ‘특별한 노트’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듯하다. 누군가를 세상에 보내준 자체가 기적이고, 책을 읽고 좋은 생각을 하는 일도 기적이다. 아주 작아 보이지만 세상의 모든 일상은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담희네 가족은 그런 기적을 책으로 만난다.

‘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는 담희 가족의 기적에 작은 보탬이 됐음은 물론이다. ‘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는 담희 가족을 도서관으로 이끌었고,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도 마주하게 했다. 그렇게 만난 인문학은 담희 가족에 ‘쏙~’ 하고 들어왔다.

“아이 뿐아니라 애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인문학을 추천해 주고 싶어요. 인문학은 ‘공부를 떠난 공부’ 같아요. 정말 제게 많은 도움을 줘요. 책을 읽다 보면 책 뒷날개에 소개하는 책이 있잖아요. 그걸 한 번씩 찾아보려고 노력해요. 그러면서 물고 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됐어요.”

거실 한쪽 벽에 있는 책장은 담희가 잘 오르내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미디어제주
거실 한쪽 벽에 있는 책장은 담희가 잘 오르내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미디어제주
책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는 엄마와 담희. 미디어제주
책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는 엄마와 담희. ⓒ미디어제주

엄마와 담희, 둘의 이야기엔 책이 끼어든다. 엄마의 이야기를 담희는 들어주고, 담희도 책으로 엄마랑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맛있는 책읽기’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인문학은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담희 가족에겐 좋은 얘깃거리가 된다. 어떻게 담희에게 인문학을 접근시켰는지 궁금해진다.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잖아요. 인간에 대한 신뢰와 배려, 이런 걸 이야기하면서 시작을 해요.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왜 훈민정음을 창제했을까, 어떤 마음에서 시작했을까, 그런 공감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담희 때문에 서울에 자주 갈 일이 생기곤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와 담희는 박물관을 찾고, 공연도 즐긴다. 알게 모르게 책읽기의 연장선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를 뮤지컬로 만든 공연을 본 뒤 관련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담희 가족은 책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공연만 보면 될 일을, 책으로 연관시킬 정도로 담희 가족은 ‘책의 마력’에 빠졌다. 그렇다면 책은 왜 중요할까. 엄마 강인순씨가 먼저 입을 뗐다.

“책은 간접 경험이죠.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작가들이 얘기를 해주거든요.”

담희는 어떨까.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고 와서 <장발장>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엄마에게도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엄마랑 책 읽기를 하고, 토론도 하고, 책을 추천도 한다.

“소설이 재밌어요. (장발장을 읽고 난 뒤) 왜 계급이 생겼는지 엄마에게 물어봤어요. 불공평해요. 그때 안 태어나서 다행이었어요.”

기자가 “장발장을 끝까지 추적한 경찰이 누구야?” 물었더니 담희는 “자베르”라고 답한다. 그러다 담희와 엄마가 세종대왕을 두고 이야기를 벌인다. 위인전 이야기를 하다가 세종대왕이 등장했다.

“한글은 왜 만들었는데?”

“백성들은 농사를 하느라 배우지를 못해서 양반들한테 사기당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 억울함을 풀어버리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는 담희 가족엔 일상이다. 엄마와 초등 3학년 담희는 옛이야기도 나누고, 책으로도 세상을 만나고, 박물관이나 공연 등을 관람하며 눈으로도 세상을 본다. 그러면서 담희 가족의 ‘특별한 노트’에 새로운 이야기가 하나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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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숲 2022-11-21 14:29:33
담의 가족의 맛있는 책 읽기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특별한 노트에 쌓여가는 가족의 책 이야기가 우리 집에도 따뜻한 자극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