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100개 넘는 오름에 파놓은 동굴, 제주에 남은 일제의 흔적
100개 넘는 오름에 파놓은 동굴, 제주에 남은 일제의 흔적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11.2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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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도내 식민잔재 청산 위한 용역 마무리 단계
용역, 안내문 설치 및 연구기반 조성 필요성 등 제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해안가에 일제가 만든 진지동굴.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해안가에 일제가 만든 진지동굴.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 전역에 125개. 일제가 만들어놓은 도내 군사시설의 수다. 이 중에서 제주도내 오름 곳곳에 동굴진지만 110곳이 분포해 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5월부터 이른바 ‘결7호 작전’으로 불리는 제주도 방어 작전의 일환으로 일본군이 도내 곳곳에 군사시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1945년 4월에는 제주의 방비 강화를 위해 제58군 사령부가 신설됐고, 이후 종전이 이뤄진 8월까지 4개월 동안 제주도 전역에 일본군 7만명이 주둔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모든 지역이 요새화됐고, 제주도내 전체 오름의 3분의 1에 동굴진지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제주도에 남겨진 일제 군사시설에 더해 각종 산업시설과 교통시설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아울러 이를 토대로 한 일제잔재 청산 과제가 제시됐다. ‘제주역사문화진흥원’에서 수행한 ‘제주특별자치도 식민잔재 청산활동 추진계획 수립연구용역’을 통해서다.

이 용역에 따르면 제주도 곳곳에 있는 100개가 넘는 오름에 더해 황우지 해안 및 송악산 해안과 영락리 해안 등 제주 남부 주요 해안 일대에 조성됐다.

오름 중에는 사라봉과 별도봉, 도두봉, 원당봉, 광이오름 등 도심지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오름은 물론 널리 알려진 유명 오름 대부분이 포함됐다. 지점별로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20개가 넘는 동굴이 조성됐다. 동굴 수만 보면 수백개에 달한다.

일제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만들어놓은 군사시설은 이외에도 4개의 비행장과 2개의 격납고, 2곳의 훈련소, 2개의 통신대, 2개의 탄약고, 도로 1곳, 고사포 진지 1곳, 점호장 1곳 등 125곳에 달한다. 이 중 10곳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도내에서 볼 수 있는 일재의 흔적은 다른 곳에도 남아 있다. 먼저 마을 곳곳에 일재의 연호가 쓰인 비석들이 남아 있다. 근대 일본에서는 ‘명치(明治)’와 ‘대정(大正)’, ‘소화(昭和)’ 등 모두 3개의 연호를 사용했다. 이 중 제주도내 비석에서 찾아볼 수 잇는 연호는 ‘대정’과 ‘소화’다. 제주 곳곳에 176개의 비석이 있다.

그외에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제주도내에서 농수산물을 가공하는 목적으로 운영한 공장 등 많은 공장 및 회사법인 중 아직까지도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시설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용역에서는 이와 같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일제 당시의 흔적을 보여주는 시설물 등에 대해 “안내판이나 표석 등을 설치해 식민잔재임을 알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시설만 놓고 보면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시설을 포함해 모두 60건에만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군사시설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외에 멸실된 각종 시설물 등에 대해서도 옛 소재지를 파악한 후 안내판을 설치해 안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이번 용역을 통해 강조됐다. 도내에서 멸실된 식민잔재는 112개로 조사됐다.

일본의 연호가 사용된 비석에 대해서는 안내문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용역진은 그러면서도 “일본 연호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친일 잔재의 성격을 띤 시설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일제강점기 제주민의 단합과 교육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청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계속 보전하면서 안내문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용역진은 이외에도 도내에서의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연구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내에서 일재잔재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편이기 때문에, 지역의 연구 단체와 지자체의 유관기관 등이 상호 협조체계를 구축, 일제잔재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한 상설 연구센터와 행정지원 기구의 설립 필요성도 언급됐다.

아울러 일제잔재와 관련된 아카이브의 구축과 자료집 발간, 위원회 구성을 통한 청산활동 대상 심의‧선정 및 청산 등이 일제잔재 관련 개선 방안으로 제시됐다.

한편, 제주도는 이번 용역에 대한 공청회를 21일 오후 3시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가졌다. 도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오는 12월 추진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오는 28일까지 서면 또는 이메일 등으로 이번 용역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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