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49 (목)
“아버지의 건축 철학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해요”
“아버지의 건축 철학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12.06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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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룡미술관, 한림읍 월림리 현지에 개관
내년 11월 1일까지 ‘바람의 건축가’ 전시
6일 문을 연 유동룡미술관. 미디어제주
6일 문을 연 유동룡미술관.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아름다운 제주를 작품에 녹여냈던 작가 이타미 준. 그에게 제주도는 영원한 안식처였다. 제주를 너무 사랑했던 그는 “이타미 준 건축자료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지녔다. 그것도 제주에 만들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전에 그는 먼저 세상과 고별했으나 딸인 유이화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이사장이 이타미 준의 꿈을 이뤄냈다.

그 꿈은 이타미준뮤지엄(유동룡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바로 곁인 한림읍 월림리에 들어섰다. 6일 모습을 드러낸 미술관은 이타미 준이 생전에 작품활동을 하며 펼치던 사상을 그대로 녹여냈다.

유이화 이사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18년 재단을 설립한 뒤, 2020년 현 부지를 매입했다. 공사를 진행하며 커다란 암반이 드러나는 등 난관을 겪기도 했으나 자연을 거스르지는 않았다. 이타미 준의 건축에 대한 생각이 그랬기 때문이다.

유동룡미술관은 드러남을 최소화했다. 주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이타미 준의 생각을 거스르며 자연을 파괴하고 싶지는 않았다. 풍경을 해치지 않는, 혹은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 유동룡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다. 이타미 준의 대표적 작품인 포도호텔이 그렇듯.

유동룡미술관의 외관은 타원형 제주를 의식한 모양새다. 타원형의 모습을 담긴 했는데, 그런 느낌은 생전 이타미 준의 작품에서 따왔다. 자연과 순응을 즐겼던 이타미 준. 그렇다고 유동룡미술관이 순전히 ‘자연 그대로’만 담으려고 하진 않았다. 현대적인 재료를 자연과 녹여냈다. 송판 느낌을 담은 노출콘크리트와 담을 두른 스테인리스도 현대적인 재료인데, 자연과 너무 잘 어울린다. 유이화 이사장은 “금속과의 대비를 통해 조응을 이루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유동룡미술관 1층 라이브러리. 미디어제주
유동룡미술관 1층 라이브러리. ⓒ미디어제주
유동룡미술관에 이타미 준 방을 재연했다. 미디어제주
유동룡미술관에 이타미 준 방을 재연했다. ⓒ미디어제주

유동룡미술관 내부는 이타미 준의 사상이 담긴 공간이다. 상징은 ‘먹’이다. 화선지를 물들이는 묵(墨)의 검은 색채는 이타미 준이 어떤 작품활동을 해왔는지를 알게 한다. 검으면서도 은은한 먹색은 제주의 현무암도 닮았다.

유동룡미술관 1층은 ‘라이브러리’다. 라이브러리엔 이타미 준의 첫 작품인 ‘어머니의 집’ 모형이 자리를 틀고 있으며, 이타미 준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볼 수 있다.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연도 할 수 있다.

미술관 내부엔 양방언의 음악이 흐르는데, 이타미 준과 잘 어울린다. 양방언은 생전의 이타미 준을 만나보지 않았음에도 그의 건축언어를 음악으로 잘 승화시켰다. 관람 내내 양방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쩌면 이타미 준이나 양방언이나 ‘재일동포’라는 끈이 만나지 못한 두 거장을 연결하는 느낌이랄까.

먹의 향은 은은하다. 먹의 느낌이 은은한 것과 다름없다. 유동룡미술관은 ‘시그니처 음악’을 양방언의 작품으로 했듯이, ‘시그너처 향’으로 먹을 등장시켰다. 오랜 종이의 향과 묵의 향을 관람객에게 전해준다. 그러고 보면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미술관으로만 그치지 않고, 귀로 듣고 코로도 느끼는 ‘기억의 공간’이다.

2층 상설전시실은 이타미 준이 제주에 남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제주
2층 상설전시실은 이타미 준이 제주에 남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제주

1층은 이타미 준이 국내와 일본에서 해온 작품을, 2층 상설전시관은 제주에 뿌려놓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이 되기 전 단계인 스케치가 가득해 ‘손으로만 그리는’ 이타미 준의 정수도 만나게 된다.

매년 여름이면 제주 바닷가에서 아빠랑 멱을 감던 유이화 이사장. 그는 이젠 미술관을 운영하며 또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유동룡미술관을 오픈한 소감에 대해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젠 시작입니다. 유언 때문이었으면 미술관이 안 되었겠지요.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있어서 가능했죠. 아버지가 가진 사상과 철학이 많이 알려지기를 원해요. 아버지의 사상을 저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을 통해 아버지의 생각을 이뤄가려 해요. 잘 해야겠죠.”

유동룡미술관은 개관전으로 내년 11월 1일까지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 전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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