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제주바다 지키기 위해 뭉친 이들, 그들의 고충과 향후 미래는?
제주바다 지키기 위해 뭉친 이들, 그들의 고충과 향후 미래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12.18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예술의 섬' 행사 개최
제주도내 해양쓰레기 수거단체 모여 의견 교환
한 목소리로 "지자체인 제주도 관심 너무 없다" 질타
쓰레기 다크투어 및 연합 활동 등도 제안돼
사진은 지난 9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가에 떠밀려왔던 해양쓰레기들. /사진=미디어제주.
사진은 지난 9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가에 떠밀려왔던 해양쓰레기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만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이 있다. 한라산과 함께 수많은 오름들이 만들어낸 섬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가진 땅이 됐고, 숲에서부터 바다까지 제주만의 매력을 품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매력을 느끼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주의 자연 속에서 안타까움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다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떠밀려 오는 해양쓰레기를 마주한 이들은 제주의 바다에서 아름다움이 아니라 안타까움과 실망만 안고 돌아간다.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는 해안가만 보고,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갖고 돌아가기도 한다. 한 유명 방송인은 가족들과 함께 한 제주여행에서 해양쓰레기를 보고, 한숨만 쉬고 돌아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바꿔보려는 이들이 있다.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자, 눈 앞에 해양쓰레기에 안타까움만 표하는 것이 아닌 실천과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이 모여 제주 바다의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고, 더 나은 제주를 위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있다. 개인적 활동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민간 해양쓰레기 수거 단체를 만들고,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꾸려나가기도 한다.

이런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마련한 ‘제주문화예술의 섬: 네트워킹 데이’에 모여 더 나은 제주를 위한 활동방향을 서로 공유한 것이다.

지난 16일 제주시소톡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문화예술의 섬: 네트워킹 데이’ 행사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된 라운드테이블에는 제주도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에 앞장서고 있는 7개의 단체가 모였다.

‘디프다 제주’와 ‘봉그젠’, ‘세이브제주바다’, ‘제주미니’, ‘제주알씨’, ‘플로빙 코리아’, ‘혼디’ 등이다.

제주도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지난 16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마련한 '제주문화예술의 섬: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지난 16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마련한 '제주문화예술의 섬: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이 중 디프다 제주와 봉그젠, 세이브제주바다 등은 제주 해안가로 떠밀려온 수많은 해양쓰레기의 수거에 앞장서고 있고, 혼디와 플로빙 코리아 등은 해안가의 쓰레기는 물론 다이빙을 통해 수중의 쓰레기 수거에도 앞장서고 있다. 달리기 모임에서 시작된 제주알씨는 해안가를 뛰던 중 마주한 제주해안의 수많은 쓰레기를 그냥 둘 수 없어 달리기와 함께 해안쓰레기 수거에도 나선 단체다. 제주미니 역시 해양쓰레기 수거에 더해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해안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활동을 공유했고, 해양쓰레기 수거와 관련한 고충을 나눴다. 또한 더 깨끗한 제주바다를 위한 활동 방향은 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제주의 바다와 산을 좋아해 역시 제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캠퍼 ‘제주산희’의 진행으로 공유됐다.

◇제주바다를 지키는 민간단체들, 한 목소리로 "해양쓰레기에 대한 제주도의 관심, 지나치게 부족"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이들은 먼저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개선돼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됐다. 중점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지자체인 제주도의 무관심과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는 캠페인의 부재 등이었다.

디프다 제주 측은 “제주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단체가 정말 많이 생기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이런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 단체를 서로 연결시켜 네트워크를 구성해주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세이브제주바다는 “제주에 여행을 오신 분들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특히 안타까운 부분은, 요즘은 제주의 작은 마을에도 재활용도움센터가 생기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이와 관련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내에서의 쓰레기 처리 방법 등을 제주로 오는 비행기 등에서 알려주는 캠페인이 진행된다면 너무 좋을 듯 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7월 김녕항 테트라포드 사이에 쌓여 있던 해양쓰레기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사진은 지난 7월 김녕항 테트라포드 사이에 쌓여 있던 해양쓰레기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플로빙 코리아 측은 “사실 도내 해양쓰레기 수거 단체 등이 모이는 자리는 종종 마련되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나온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지자체의 관련부서 등에서는 인사 등으로 인해 부서이동 등이 이뤄지면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허탈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플로빙 코리아는 “더군다나 내년에는 환경 및 문화예술 예산이 줄어든다고 한다. 지원 방안도 작년부도 축소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지자체 등에서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알씨 측은 지자체의 무관심이 더욱 부각되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예전에 제주의 산간도로인 5.16도로의 숲 속에서 쓰레기를 주었었는데, 지자체에서 ‘왜 보이지도 않는 곳의 쓰레기를 빼내는 것이냐’는 질책성의 말도 들었었다. 최근에는 인식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그런 인식들이 남아 있어 이런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제주에서의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이외에 이 자리에서는 더 나은 정화 활동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디프다 제주 측은 “단체가 많아지면 의견도 많아지고, 그런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오래걸린다. 하지만 각각의 정체성을 녹여 각각의 분야에서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어 “특히 제주도내 부속도서에 쓰레기가 상당히 많은데, 이와 같은 부속도서는 주민도 적고 들어가는 것도 쉽지가 않아 처리가 힘들다”며 “이와 같은 제주 부속도서의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미니는 ‘줍젠’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제주도내 플로깅단체를 모아 가파도에서의 해양쓰레기 정화활동을 이끌어낸 바 있다. 제주미니는 이와 같은 활동을 향후 비양도와 추자도 등으로 넓힐 뜻이 있음을 밝혔다.

제주미니 측은 “제주미니 측은 아직 해양쓰레기 수거와 관련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그 때문에 다른 단체와 함께 가파도에 함께 들어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년에도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파도를 가봤으니 앞으로 비양도와 추자도 등에 들어가 저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대중들에게 더욱 많은 영향력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지난 16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마련한 '제주문화예술의 섬: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지난 16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마련한 '제주문화예술의 섬: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쓰레기와 관련된 다크투어를 만들어보는 방안도 제시됐다.

디프다 제주 측은 “사실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베출한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볼 기회가 없다”며 “하지만 재활용 선별장 등에 한 번이라도 가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는 4.3유적지 등을 중심으로 한 다크투어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처럼 재활용 선별장을 투어하다던지, 제로웨이스트샵 등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면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브제주바다는 “이와 같은 다크투어를 특히 교육과 연결시킨다면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인식 변화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로빙 코리아는 또다른 제안을 하기도 했다. 플로빙 코리아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줍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방송국 등과 함께 6개월에서 1년짜리 장기 프로잭트를 진행, 제주도의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해양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놀아보듯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알씨는 기업들에서 업사이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경우 보다 좋은 영향력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알씨는 “해양쓰레기를 통해 옷을 만들어보고자 했지만 해수로 오염된 쓰레기는 재활용이 되지 않았다. 결국 중국에서 원단을 들여와야 했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 같은 곳에서 버려지는 삼다수병을 지원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면 제주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프다 제주는 아울러 지자체 등을 향해 “무엇보다 제주도내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모아주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단체를 모아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것 만으로도 해양쓰레기 수거와 관련된 시행착오를 줄이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