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3:21 (화)
제주의 겨울을 나는 방법
제주의 겨울을 나는 방법
  • 정경임
  • 승인 2022.12.30 09: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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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Happy Song] 제15화

제주에 살면서 올해 12월만큼 매서운 추위로 덜덜 떨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육지의 겨울 추위에 비하면 제주의 겨울은 견딜 만한 기온일 터이다. 그동안 제주의 12월은 따뜻하다며 1월~2월에 제주 방문을 계획한 지인들에게 일정을 앞당겨 12월에 오라고 부추겨 왔다. 그 꾐에 넘어간(?) 선배가 12월 초에 방문해 그나마 폭설 때문에 항공기 취소가 속출하던 시기와 맞물리지는 않았다. 12월 초만 해도 5·16도로를 타고 한라생태숲을 산책하듯 거닐고, 한라수목원을 찬찬히 둘러봤으니 한겨울 추위는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세찬 바람에 눈발이 지그재그로 날리고 창문이 덜커덩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특히 제주에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형이 많아 눈얼음이 된 도로에 운전할 도리가 없었다. 폭설 덕분에 하루 휴무를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한라수목원 온실에서 만난 '죽절초'. 초록초록한 잎사귀에 귤 빛깔을 띤 열매가 꽃처럼 달려 있다. 화사함 그 자체이다.
한라수목원 온실에서 만난 '죽절초'. 초록초록한 잎사귀에 귤 빛깔을 띤 열매가 꽃처럼 달려 있다. 화사함 그 자체이다.

#손발 시린 겨울을 견뎌내는 큰 힘
전남 장성이었던가.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우사 천장이 무너져 누런 소 등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을 TV 뉴스에서 보았다. 우사 주인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겠지만 하얀 눈을 뒤집어쓴 소가 멀뚱멀뚱 바라보는 눈길이 한없이 애처로워 보였다. 필자가 달래와 더덕, 고사리 등을 채취하면서 만났던 고라니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꽁꽁 얼어붙은 땅속에 뿌리를 내린 것들은 무탈한지…. 사실 12월이 되면서부터 맘속으로 날짜를 세고 있다. 12월 초에는 2개월 반만 기다리면 달래를 캘 수 있는데, 12월 말인 지금은 2개월 반만 기다리면 고사리를 딸 수 있는데, 또 2023년 1월이 되면 4개월 반만 기다리면 더덕을 채취할 수 있을 텐데 하며 날짜를 손꼽는다. 이러한 기다림이 손발 시린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큰 힘이다.

한라수목원 내 죽림원. 굵은 가지의 대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이다.
한라수목원 내 죽림원. 굵은 가지의 대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이다.

#제주는 겨울 추위보다 난방비가 무섭다
제주에는 LNG(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곳이 많지 않다. 특히 서귀포에는 최근 신시가지에 지어진 가구 수 많은 아파트에만 LNG가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가구에서는 등유 기름보일러나 LPG로 난방을 한다. LPG 가격은 원래 비쌌고, 등유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리터당 1,600원이 넘는다. 이쯤 해서 제주 난방에 대한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제주에 이주한 첫해 겨울, 거주지로 중문에 있는 원룸을 구했다. 지역난방에서도 가장 저렴하다는 열병합발전소가 있는 곳에서 오랜 기간 살다 보니 난방비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고 물가 차이가 얼마나 클까 싶었다. 평소 때처럼 실내온도 25도를 유지하고 살았더니, 10평짜리 원룸에 한 달 난방비가 40만 원 정도 청구되었다. 30평짜리 아파트 한 달 난방비가 10만 원이 채 안 되었는데 말이다. 

한겨울에 빨간 열매가 눈부신 나무. 열매가 백량이나 될 만큼 많이 달린다고 해서 '백량금'이라고 한단다.
한겨울에 빨간 열매가 눈부신 나무. 열매가 백량이나 될 만큼 많이 달린다고 해서 '백량금'이라고 한단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서귀포 신시가지가 개발되던 초기에 3층짜리 아파트가 꽤 많이 지어졌다고 한다. 10년 전 집도 알아볼 겸 해서 몇몇 아파트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통 현관에 들어서면 집안의 따뜻한 훈기가 얼굴을 간지럽히는데, 방문한 집들마다 서늘한 기운이 다가온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발을 디디면 냉기가 바로 전달된다. 함께 방문했던 중개업자에게 물어보니, 난방비가 비싸서 보일러를 돌리지 않는 가구가 많다고 했다. 그때부터 아는 사람들한테 묻고 다녔다. 난방을 어떻게 하시냐고, 대부분 보일러 난방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전기장판과 온풍기 등을 사용한단다. 제주에서는 전기료가 가장 저렴한가 보다. 내년에는 전기료도 오른다는데, 제주 사람들은 겨울을 어떻게 따뜻하게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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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주민 2022-12-30 11:57:52
제주로 이주해온지 15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꼭 찍어서 말씀 해주시는 분 없었어요. 진짜 말도 안되는 일 이죠
난방비가 비싸서 보일러 가동을 못하는 이유를~
전기장판으로 겨울 나시는 어르신분들 생각보다 많아요. 비율로 따지면 육지보다 심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