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공공주도 풍력발전 벗어나려는 제주도, 시대에 역행?
공공주도 풍력발전 벗어나려는 제주도, 시대에 역행?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1.11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공공주도 풍력개발 2.0 계획 토론회 개최
토론회서 "기존 계획 분석 없어" 비판 이어져
"과거 민간 주도시 각종 문제점 발생 ... 과거로의 회귀"
사진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사진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제주에너지공사가 갖고 있는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민간에 넘기고, 에너지공사에는 풍력자원을 공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만 부여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토론회에서 고시 개정에 대한 비판의 말이 쏟아졌다.

풍력발전과 관련, 다른 국가 혹은 국내 다른 지역이 공공주도의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가운데 제주도는 공공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역행을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지금까지 진행됐던 에너지공사 주도의 사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고시를 개정하려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11일 오후 2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 계획’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풍력개발정책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제주도가 내놓은 공공주도 2.0 풍력개발 계획의 핵심은 풍력발전 사업과 관련해 제주에너지공사가 갖고 있는 사업시행예정자의 지위를 민간에 넘겨주고, 에너지공사는 공공적 관리에 힘쓴다는 점이다.

제주에서의 풍력발전 사업은 2015년 제주도가 발표한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 활성화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예정자의 지위를 받은 에너지공사만이 주도할 수 있다.

제주도는 에너지공사가 풍력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과정을 통해 풍력발전사업의 난립을 방지하고 최적의 입지를 발굴해 환경훼손을 차단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업추진의 신속성이 떨어지고, 기존에 사업자가 수행해야 하는 마을협의를 에너지공사가 하면서 교셥력에 한계가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에너지공사의 부담이 증가했다는 문제점을 제시했다. 아울러 에너지공사 주도의 풍력발전 개발에 따른 완공 사례가 미비하다는 점도 에너지공사 주도의 풍력발전 사업 추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고시 개정을 통해 민간이 풍력발전사업의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가졌던 에너지공사는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을 관리하는 기관의 성격을 띄게 된다.

아울러 민간기업이 풍력발전사업을 위한 승인 절차를 밟을 때 이 과정을 검토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사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민 갈등을 관리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이번 ‘공공주도 2.0 풍력개발 계획’에서는 아울러 사업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절차를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사진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미디어제주.
사진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미디어제주.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비판의 말이 이어졌다. 풍력발전과 관련된 보도를 이어온 KBS제주방송총국의 김가람 기자는 해외 다른 국가나 국내 다른 지역의 경우 풍력발전과 관련해 공공주도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제주도는 거꾸로 공공주도에서 민간주도로 가려고 한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놨다.

김 기자는 “일본의 경우 공공에서 입지를 발굴하고, 입찰 제도를 통해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한다. 또 타이완의 경우도 국가 주도로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공에서 입지를 정하고 이후 입찰을 하는 제도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도 기존에 민간 주도로 입지가 결정되다 보니 사업자 난립에 주민 수용성 확보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들이 작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회에서 풍력발전 특별법 마련이 이뤄지고있는데, 이 역시 일본이나 타이완 처럼 공공이 계획적으로 입지를 선정하고 그 후 입찰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그러면서 “그런데 제주의 경우는 민간 주도로 부작용을 경험한 육지부나 일본이 지향하고 있는 제도를 이미 갖고 있다”며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지금의 제도를 보완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방향을 바꿀 것인지인데, 저는 기존 제도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이어 “이번 2.0 계획을 추진하면서 제주도가 기존 제도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평가했는지가 의문”이라며 “기존 제도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완을 한 뒤,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때 가서 큰 틀에서 변화를 줘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또 “제주에서 민간 주도로 이뤄졌던 탐라해상풍력의 경우도 사업추진부터 완료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는데, 고작 7년만에 이런 방향성의 큰 전환을 가져오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국장은 “풍력발전사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졌을 때 각종 비리가 팽배했었다”며 “제주도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김 국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 주도 당시 경관관리 지침에 따라 오름 하부 경계선에서 1.2km를 이격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라는 경관심의 조건이 있었지만, 아예 지켜지지 않았다”며 “허위서류를 제출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겼다. 그 외 다른 발전사업에서도 허위 서류 제출이 이어졌으며, 어음 풍력발전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인근 목장주에게 돈을 주면서 사업을 잘 봐달라고 했다. 이는 재판까지 가서 벌금형이 떨어졌다”고 질타했다.

김 국장은 “제주도는 지금 다시 그런 시절로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이후 이런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공사가 주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할에 대한 평가도 없이 단순히 사업속도가 너무 느리고 풍력발전을 더 많이 보급해야 한다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안 된다. 그럼 공기업이 왜 필요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외에 이번 토론회에서는 제주도의 이번 고시 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보민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위원은 “고시 개정에 대한 행정 예고 이전에 토론회 등의 절차가 마련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공공주도 개발 이후 새롭게 건설된 단지라던지 명확하게 진행이 된 단지는 없다. 그 7년 동아 다른에너지원의 사업규모는 5배 정도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되는 제도의 개선은 방향성이 맞다고 본다”며 “관련 내용들이 빠르고 명확하게 만들어져서, 향후 사업이 실제로 추진될 때에는 보다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 역시 “제주에서 지난 5년 사이 풍력발전이 30mw 증가하는 동안 강원도는 224mw, 경북은 200mw가 늘었다”며 “기존 과거 5년간 제주의 풍력발전 사업은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지연되고 있었다. 이번에 절차가 개선되면서 이 부분이 속도를 내고, 관련 이익들이 도민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