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46 (금)
전세계 이어진 바다, 밀려오는 쓰레기 ... "중요한 건 일상의 변화"
전세계 이어진 바다, 밀려오는 쓰레기 ... "중요한 건 일상의 변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1.19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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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안에 일본 양식장 자재 추정 쓰레기 상당수 발견
여름철엔 중국 어선 그물 부표 추정 쓰레기도 밀려와
"우리나라 쓰레기도 다른 나라에 많을 것 ... 일상서 줄여야"
제주도내에서 지속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는 환경단체 '디프다제주'가 최근 애월읍 하귀1리 해안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파이프. 일본의 굴 양식장에서 사용된 자재로 추정된다. /사진=디프다 제주.
제주도내에서 지속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는 환경단체 '디프다제주'가 최근 애월읍 하귀1리 해안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파이프. 일본의 굴 양식장에서 사용된 자재로 추정된다. /사진=디프다 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바다는 모두 이어져 있다. 바다의 위를 스치는 바람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해수의 밀도와 같은 내부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바다에선 물의길을 만들어지고, 이 물의 길인 해류를 따라 대륙과 대륙이, 섬과 섬이 만나게 된다. 바다를 통해 대륙과 대륙, 섬과 섬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해류는 일반적으로 중국의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쿠로시오 해류가 있다. 쿠로시오 해류는 제주를 지나며 쓰시마난류와 황해 난류 등으로 나뉜다. 이외에 북쪽에서는 리만해류가 남하하며 한반도로 물의 길을 만든다. 이외에 시베리아 고기압이 팽창함에 따라 북서풍이 주로 불어오는 겨울철에는 바다의 흐름 역시 바람 방향을 따라가는 경우들이 있다.

이와 같은 바다의 흐름은 제주에도 많은 것을 가져온다. 해류의 흐름이 바다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며 해양자원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해류를 따라 밀려오는 쓰레기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도내에서 지속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에 나서고 있는 환경단체 ‘디프다 제주’는 최근 애월읍 하귀1리 해안가에서 진행한 쓰레기 수거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재질의 파이프를 다수 수거했다. 이들이 수거한 파이프만 어림잡아도 약 100여개는 돼 보였다.

한편에서는 이 파이프의 정체가 대해 일본의 히로시마 일대에서 굴 양식에 사용되는 자제로 추측됐다. 일본 히로시마 일대에서는 비교적 앏은 굵기의 플라스틱 파이프에 굴의 종묘를 붙인 가리비의 껍질 등을 끼워넣고 뗏목에 매달아 바다에서 키우는 방식으로 굴 양식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가리비 껍질을 붙여 놓았던 플라스틱 파이프가 바다로 유실되는 일이 빈번하게 생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에는 히로시마 일대에서 플라스틱 파이프의 대규모 유실이 일어나면서 일본 국내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이와 같은 플라스틱 파이브 유실이 문제가 돼 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이와 관련해 “해류가 보통은 중국쪽에서 흘러오는데, 이 정도로 많은 양의 파이프가 제주 해안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봐서는 유실되고 있는 파이프의 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플라스틱 파이프들이 히로시마 일대에서 굴양식에 사용되는 파이프와는 다른 용도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양식에서 사용되는 자재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월읍 하귀1리 해안가로 밀려온 해양쓰레기들. /사진=디프다 제주.
애월읍 하귀1리 해안가로 밀려온 해양쓰레기들. /사진=디프다 제주.

바다를 통해 외국에서 밀려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는 제주 남쪽 해안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란색의 그물부표 수천개가 밀려오기도 했다. 당시 디프다 제주는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수욕장에서 하루에만 1300개가 넘는 부표를 수거하기도 했다.

이 부표는 그물 하나에 일반적으로 수십 개에서 수백 개가 사용되는데, 이와 같은 그물 하나가 버려질 경우 바다에서 부식되며 부표들이 그물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 수백개의 작은 쓰레기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쓰레기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다 해류를 따라 제주의 해안으로 떠밀려오게 된다.

그 외에도 제주의 해안에서는 한자어와 일본어가 적힌 패트병 등이 수시로 발견된다. 대륙과 대륙, 섬과 섬을 이어주는 바다를 통해 상당히 많은 양의 외국 쓰레기들이 제주로 떠밀려오고 있다. 

이처럼 제주로 떠밀려오는 쓰레기들은 사전에 차단하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제주의 바다에는 남서풍이 불어오는 여름철에는 남쪽 해안가로, 북서풍이 불어오는 겨울철에는 북쪽 해안가로 상당히 많은 양의 해양쓰레기가 떠밀려 온다.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로 쓰레기가 떠밀려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역시 특정시기에 상당히 많은 양이 제주 해안으로 밀려오는 괭생이 모자반의 경우 사전에 해상에서 수거되는 양이 상당한 반면, 쓰레기는 해상에서의 사전 수거가 전무하다시피하다.

괭생이 모자반의 경우 큰 덩어리로 떠밀려오기 때문에 감시 및 수거가 어렵지 않은 반면, 해양쓰레기의 경우 양이 많더라도 흩어져 있는 상태로 밀려오기 때문에 사전 감시나 수거가 쉽지 않다. 결국 해안으로 밀려온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방법 이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배출되는 쓰레기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교육 등의 방법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제주에 다른 나라의 쓰레기가 떠밀려오고 있는 것처럼 국내에서 버려진 수많은 쓰레기들 역시 다른 국가로 떠밀려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일상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것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이에 대해 “해외에서 밀려온 쓰레기들이 많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 또한 다른 나라의 바다를 더럽히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 속상하기도 하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소비가 전세계 1위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다른 국가의 바다에 우리나라 쓰레기가 밀려간 장면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다는 하나로 연결돼 있기에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돌아 온다는 점을 인지하고, 일상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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