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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를 성공시킬 상설 조직위원회 필요”
“제주비엔날레를 성공시킬 상설 조직위원회 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1.27 13: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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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남희 예술감독에게 듣다

준비 8개월만에 비엔날레 가동하는 ‘성과’

삼성혈 등 제주 6곳만의 장소성을 살려내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공간 오가게 실험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도는 과연 ‘문화예술의 섬’인가? 우선 이런 질문부터 던진다. 행정은 그걸 자랑삼아 떠벌릴 뿐,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공무원의 사고부터, 도민들의 반응까지 종합하면 ‘문화예술의 섬’은 아직도 먼 얘기이다.

그걸 잘 설명해주는 건 바로 ‘제주비엔날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문화예술 축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으나 도민들에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첫 제주비엔날레는 탈만 내고 끝났으며, 2회 제주비엔날레는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도 못하고 프로젝트 형식으로 끝나버렸다.

제주비엔날레를 해야 하나? 이런 의문을 잠재운 건 지난 2021년 진행된 도민 설문조사였다. 제주비엔날레를 모르는 도민들이 더 많은 설문조사였음에도 재추진 찬성이 압도적이라는 이유로 제주비엔날레는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행정은 다소 엉뚱한 설문조사를 등에 업고 제주비엔날레를 재추진하는 이상한 동력을 얻은 셈이다.

탈은 많았으나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라는 주제를 제시한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제주 곳곳에서 순항중이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를 두고 긍정과 부정이 오간다. 부정적이라면 홍보에 있다. 제주 도민들은 여전히 제주비엔날레를 잘 모른다. 긍정적 이미지는 ‘전시’에 있다. 제주 곳곳의 장소성을 잘 드러낸 전시라는 점에서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한 박남희 예술감독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제3회 제주비엔날레 박남희 예술감독. 미디어제주
제3회 제주비엔날레 박남희 예술감독. ⓒ미디어제주

“우선 상설 조직위원회 구성이 필요하겠죠.”

맞는 말이다. 제주비엔날레는 상설 조직위원회 구성과는 멀다.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아주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전시 기획도 한 해 전에 하곤 하는데, 국제적 행사인 비엔날레는 주제 설정부터 작가 섭외까지 적잖은 공력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제주비엔날레를 떠받힐 상설 조직위원회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비엔날레는 그게 없다. 때문에 행정은 의심을 받는다. 조직위원회도 없이 제주비엔날레를 꾸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에 그렇다.

“지난해 3월부터 준비를 했어요. 11월에 오픈을 했으니, 8개월만에 전시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비엔날레를 성공시키려면 시간과 인력, 예산이라는 삼박자가 있어야 하거든요.”

박남희 감독에게 제주비엔날레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주변에서 “할 수 있겠어?”라는 눈초리도 있었지만 해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을 거치며 쌓아둔 탄탄함 때문이었을까. 그는 주변의 눈초리를 보란 듯 없애고, 제주비엔날레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상설 조직위원회없이, 마치 별동부대처럼 활동한 나날이었다.

“제주비엔날레는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제게 숙제였어요. 제주라는 곳에서 국제적인 비엔날레라는 예술성을 꽃피워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죠. 제주비엔날레를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에 이은 소위 동시대 예술의 3대 비엔날레로 집어넣고 싶었던 게 제 욕심이었어요.”

그의 욕심은 과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보여준 전시는 그런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 다만 상설 조직위원회가 없었다는 점은 제주비엔날레를 영속하게 만들지, 그러지 않을지를 판단하게 만든다.

예술감독이라는 이름이 주어졌을 땐, 결과에 대한 평가도 받게 돼 있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 전시에 대한 평가는 좋다. 그랬더니 그의 반응은 이랬다.

“예상보다 더 많이 좋아해 주시니 고맙죠. 그건 감독의 기획력보다는 작가들이 열심히 참여해 주고, 스태프들도 잘 해주었어요. 그들이 고맙죠. 저도 전시에 만족을 하는데, 한가지 실험을 했어요.”

비엔날레라는 큰 행사에 실험이 가능할까? 대부분의 국제행사는 ‘잘 짜인 틀’에서 움직인다. 더 많은 관객이 모이게 셔틀버스를 가동하고, 동선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곤 한다. 박남희 감독은 그걸 파괴했다. 그에겐 커다란 실험이었다.

박남희 예술감독은 제주의 장소성에 주목을 하며 전시를 구상했다. 미디어제주
박남희 예술감독은 제주의 장소성에 주목을 하며 전시를 구상했다. ⓒ미디어제주

“제주의 장소성을 충분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활용해보려 했어요. 장소성을 지닌 6개의 전시공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갈 수 있을 것이라 봤어요. 장소 나름 각각의 정체성이 있기에 실험을 했어요.”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그건 제주도라는 곳에서 나름의 특징을 지닌 장소를 잘 고른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혈은 제주 탄생의 이야기가 있는 장소이고, 가파도는 ‘섬 속의 섬’이라는 특징을 지녔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 예술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을, 제주현대미술관은 저지예술인마을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곳 아니던가. 아울러 ‘미술관옆집’은 농가주택이라는 특이성이 눈길을 사로잡을 충분한 여건이 됐다. 제주국제평화센터는 제주와 연결되는 평화의 이미지를 얹힐 수 있는 장소였다.

박남희 감독이 찜한 6곳의 장소를 상기해보면 지리학자 이-푸 투안의 말이 떠오른다. 투안은 장소를 향해 ‘이동 중 정지(pause in movement)’라고 했다. 투안의 말은 어떤 공간에서 멈춰서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장소라는 뜻이다. 곧 장소는 ‘가치의 중심지’인데, 제주도는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장소가 너무 많다. 박남희 감독은 그걸 잘 찾아냈고, 제주비엔날레와 접목시킴으로써 제주 전체를 비엔날레의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효과를 얻었다. 다만 도민 사회는 덜 홍보된 점이 내내 아쉽다.

아쉬움은 남지만 제3회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우리만의 담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라는 주제는 제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제주의 가치 있는 장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담론이다. 제주는 ‘자연풍광의 섬’으로만 한정해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제3회 제주비엔날레 주제에 담겨 있다.

“제주의 생명성은 결국 자연의 생태에서 나왔어요. 그로부터 제주의 역사와 신화, 문화를 만들어냈어요. 결국 제주 자연은 모든 것을 연결하고 있어요. 이번 제주비엔날레는 자연으로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게 아름다움으로 빛난다는 얘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 안에 있는 아픔과 역사,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생명을 갉아먹는 모든 행위를 다시 보자는 그런 얘기를 담았어요.”

박남희 예술감독이 갈라 포라스 킴의 작품 앞에 서 있다. 그의 작품을 제주에 가져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작품을 다시 제주에서 만나려면 제주의 준비 자세가 필요하다. 미디어제주
박남희 예술감독이 갈라 포라스 킴의 작품 앞에 서 있다. 그의 작품을 제주에 가져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작품을 다시 제주에서 만나려면 제주의 준비 자세가 필요하다. ⓒ미디어제주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라는 곳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렇다면 제주비엔날레는 다시 열릴까? 그러려면 필요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박남희 감독은 광주와 부산에 이은, 3대 비엔날레로 제주를 지목했는데, 그건 가능성이다. 다시 물어본다. 제주비엔날레는 열릴 수 있을까? 그런 물음을 던지기에 앞서 필요한 건 문화예술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다. 도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게 해줄 공무원들의 자세가 되어 있는지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다고 한들, 공무원의 사고가 굳어있다면 불가능하다. 우선은 문화예술을 즐길 여건이 필요하다. 제3회 제주비엔날레를 보지 못했다면 마감일인 2월 12일이 되기 전에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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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 2023-01-30 19:12:26
네, 중요한 지적이예요.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