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41 (목)
멸종위기종 '뿔쇠오리' 위협하는 마라도 고양이, 해결책은 과연?
멸종위기종 '뿔쇠오리' 위협하는 마라도 고양이, 해결책은 과연?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1.3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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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마라도 고양이 문제 해결 위한 회의 가져
마라도 고양이 포획 관련, 갑론을박 이어지는 중
"마라도 고양이 80마리 이상시, 직접적 위협 예상"
"통제 벗어난 고양이라도 포획해서 섬에서 내보내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마라도 고양이가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문화재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머리를 맞댔다.

31일 문화재청과 제주세계유산본부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이날 오후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앞에 있는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회의를 갖고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내 생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의 논의 대상은 마라도 고양이다. 마라도 고양이는 오래 전 마라도 내 쥐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들여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마라도에 없던 포식자의 등장은 마라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쥐뿐만 아니라 마라도에서 살아가던 새나 마라도를 중간 휴식처로 삼는 철새 등이 고양이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들의 공격을 받은 새들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뿔쇠오리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몸길이 24cm 정도의 해양성 조류로 일본과 사할린, 타이완, 중국 등 동북아시아 연안에 분포한다. 특히 일본 동쪽과 남부, 우리나라 남단, 사할린 등을 오가며 살아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봄에서 초여름에 마라도 등지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는 모두 300~400쌍의 뿔쇠오리가 살아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중 대다수가 마라도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최창용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조사 당시 마라도에서 225쌍의 뿔쇠오리가 확인됐다. 최 교수는 이를 토대로 최대 400쌍 정도의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번식을 할 것으로 파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조사 당시 제주에는 모두 20마리 정도 성체 고양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 교수는 그 당시 이 고양이들에 의해 모두 25마리 정도의 뿔쇠오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그 당시 확인된 전체 개체수의 5% 정도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 "뿔쇠오리는 수명이 20~25년 정도로, 한 번 번식을 할 때 알을 하나에서 두 개 정도를 낳아 키우기 때문에 개체군의 성장속도가 느리다. 이 때문에 뿔쇠오리 성체가 공격을 받게 되면 전체 개체군에 피해가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마라도에서의 고양이 개체 수가 80마리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뿔쇠오리가 직접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마라도의 고양이 개체수가 이미 최 교수가 언급한 위험선인 80마리가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부터 3차례에 걸쳐 마라도에서 고양이 중성화 수술이 진행된 바 있는데 이 때 모두 100마리 가량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라도내 고양이가 이처럼 문제가 되자 문화재청은 고양이들을 모두 잡아 입양을 보내거나, 동물보호소에 보호를 맡긴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동물단체와 마라도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왔다.

김춘구 마라도 이장은 “고양이들이 없어질 경우 마라도에 쥐들이 늘어나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섬에 있는 모든 고양이를 잡는 것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 이장은 “섬이라는 특성상 발생하는 쓰레기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가 없는데, 그러다보면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쥐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 쥐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 전에 고양이가 섬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개체수를 조절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모든 고양이를 잡는 것은 반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고양이가 쥐를 성공적으로 퇴치한 사례는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고양이가 쥐를 잘 잡을 것이라고 보는데, 실제로는 고양이를 통한 쥐 개체수 조절이 비효율적인데다, 고양이가 쥐와 함께 다른 동물들도 공격을 하기 때문에 지역 생태계에 대한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마라도의 경우는 우리나라 최남단이다보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철새들이 지친상태로 도착을 해서 쉬어가는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게 된다”며 “그런데 마라도에 도착한 지친 새들이 고양이 등 포식자의 공격에 노출 되게 된다.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쥐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쥐만을 대상으로 한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한 쥐덧이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쥐약을 설치하고 쥐를 퇴치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라도의 고양이들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면 고양이를 포함해 쥐까지 모두 포획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역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분들도 계시고, 동물권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리와 통제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고양이들은 남겨두고, 통제를 벗어난 고양이들만 모두 포획해 섬에서 빼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화제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마라도 내 고양이 개체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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