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고통받는 제주 천연기념물 토끼섬, 겨울철 쓰레기섬으로 변해
고통받는 제주 천연기념물 토끼섬, 겨울철 쓰레기섬으로 변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2.09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일 오후 토끼섬 해안에 수많은 쓰레기 떠밀려와
스티로폼과 부표, 상자, 그물 등 폐어구가 대부분
수거되는 양보다 떠밀려오는 양이 더욱 많아 골치
여름철엔 차귀도 쓰레기섬으로 ... 천연기념물 고통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사진=미디어제주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이자 천연기념물인 ‘토끼섬’이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다.

<미디어제주>가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 인근을 방문해 살펴 본 결과 토끼섬에 많은 쓰레기가 몰려와 있는 것이 확인됐다.

토끼섬은 하도리 해안에서 동쪽으로 약 50m 정도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160㎡의 매우 작은 면적을 가진 무인도다. 해안 주변은 검은 현무암과 작은 규모의 백사장으로 구성됐으며 내륙으로도 모래가 쌓여 있는 섬이다.

매우 작은 섬이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주란이 자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섬의 중심부에 넓게 문주란이 분포해 있으며, 6월에서 8월에 걸쳐 개화기가 되면 이 문주란이 피어난다. 문주란이 피어나면 섬의 가운데 부분이 모두 하얗게 변하면서 멀리서 보면 흰 토끼처럼 보인다고 해 ‘토끼섬’으로 불린다.

이 토끼섬은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라는 특성으로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토끼섬 인근 해안도로에 ‘문주란로’라는 이름이 붙고 주변에 토끼섬과 토끼 등이 들어간 상호명도 있는 등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인 이 토끼섬이 최근 쓰레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겨울철에 제주 북부 해안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밀려오게 되는데, 토끼섬 역시 이렇게 밀려오는 쓰레기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현장에는 스티로폼과 부표, 플라스틱 박스, 그물 등 대부분 폐어구가 떠밀려와 있었다. 폐목재도 상당했다. 그 외에 비닐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쓰레기는 토끼섬의 해안만이 아니라 문주란이 자라나 있는 안쪽까지 흩어져 있었다.

토끼섬이 내려보이는 하도리 해안의 포구에는 섬이 잘 보이는 곳에 ‘포토존’까지 설치돼 있었지만, 포토존이 무색할 정도로 쓰레기의 양이 많아 보이기도 했다.

토끼섬에 이처럼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해안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해상에 떠있는 섬이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토끼섬을 관리하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자연문화재과’에서도 수시로 토끼섬에서의 쓰레기 수거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밀려오는 쓰레기의 양이 워낙 많아 관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외에 민간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토끼섬의 쓰레기를 수거하려 하고 있지만 역시 접근성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내 쓰레기 수거단체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토끼섬은 겨울철에 항상 쓰레기 직격탄을 맞는 곳”이라며 “여러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토끼섬에 들어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데, 걸어서 가기에도 힘들고, 물을 건너야 하는 조건이라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쓰레기를 수거한다고 해도 모아둔 쓰레기를 가지고 나오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해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인도서가 이처럼 쓰레기에 고통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는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이자 높은 생물학적 가치를 갖고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차귀도에 상당히 많은 쓰레기가 밀려와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차귀도 북서쪽에 있는 해안으로 절벽이 U자 형태로 굽어있는 지형 안쪽으로 수많은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었다. 여름에는 일반적으로 제주남쪽으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밀려오는데, 이와 같은 쓰레기가 차귀도까지 덮친 것이다. 당시에는 차귀도 인근의 와도 해안에서도 상당히 많은 양의 쓰레기가 확인되기도 했다.

제주의 천연기념물 무인도서가 여름과 겨울에 걸쳐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데, 이와 같은 무인도서는 접근이 쉽지 않아 제주본섬처럼 지속적인 수거활동이 이뤄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의 북서쪽 해안가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 /사진=사진작가 최진성(@runningphotograph)
지난해 8월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의 북서쪽 해안가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다. /사진=사진작가 최진성(@runningphotograph)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