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고양이 몰살 중단하라는 동물단체 ... 문화재청 대책, 정말 몰살?
고양이 몰살 중단하라는 동물단체 ... 문화재청 대책, 정말 몰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2.2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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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뿔쇠오리 위협 마라도고양이, 대책 두고 논란
문화재청, 마라도 고양이 포획 후 섬 밖에서 보호 계획
국내 일부 동물단체 "고양이 포획은 몰살로 이어질 수 있어"
"고양이가 새들에게 최대 위협된다는 근거도 부족해"

국내 일부 전문가들 "고양이가 최대 위협, 분명한 사실"
"고양이 1종이 마라도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라도 고양이 문제와 관련해 문화재청 등이 고양이들을 포획해 이후 마라도 밖으로 내보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동물단체에서 이를 두고 “문화재청의 계획은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마라도 고양이 대책 논의 회의 장소에서 ‘고양이 살처분’ 등의 언급이 나왔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 참석한 이들을 “회의 과정에서 고양이를 살처분하자던가 몰살시키자는 취지의 발언은 나오질 않았다”며 동물단체에서 팩트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계획은 고양이를 포획한 후 마라도 밖에서 보호하는 것”이라며 “마라도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고양이를 섬 밖으로 빼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21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라도 고양이 반출에 따른 보호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등은 앞서 지난달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생물피해 저감을 위한 대처방안 마련 전문가 회의’를 갖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외래종 고양이와 쥐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나온 해결 방안은 마라도내 고양이를 포획한 후 섬 밖으로 빼내자는 것이다. 아울러 마라도에서 빼낸 고양이들에 대해서는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울러 쥐에 대해서도 이를 박멸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마라도내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제공해온 마라도 주민들 역시 뿔쇠오리 등 마라도내의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라도내 고양이들을 포획한 후 섬 밖의 보호시설에서 보호하도록 하는데 의견일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동물단체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재청이 진행 중인 마라도 고양이 반출 과정을 살펴보면 깊은 우려를 거둘 수 없다”며 “문화재정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 식의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한 후 가정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약속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고양이 반출이 곧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고양이보다는 다른 동물들이 뿔쇠오리에게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꺼냈다. 이들은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 등에 살며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까치나 쥐 등의 공격에 더 취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고양이 반출은 고양이 몰살이라는 비극을 되풀이하게 만들 것”이라며 “뿔쇠오리 서식에 고양이가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다는 내용의 명확한 연구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양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몰살’이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단체 중 한 곳인 ‘제주비건’의 김란영 대표 역시 최근 언론 칼럼을 통해 "마라도 고양이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 '고양이를 살처분하고 박멸할 대상'이라는 말이 공식회의 발언에서 나왔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 참석한 이들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살처분 및 박멸 발언’이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된 채 전달되고 있으며, ‘몰살’ 강조 역시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 역시 마라도내에 뿔쇠오리를 비롯한 200여종 철새의 최대 위협이 고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 A씨는 “‘고양이를 살처분하고 박멸할 대상’이라는 발언은 외국에서는 그런 사례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외국처럼 고양이를 살처분하거나 박멸할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외국에서는 고양이를 살처분 하는 사례가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충분히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마라도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마라도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이 회의에 참석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최창용 교수 역시 “문화재청 등의 기관에서는 고양이의 반출이 고양이를 죽이거나 고양이 혐오로 비춰지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면서 접근하고 있다”며 “문화재청 등의 기관에서도 고양이 보호를 위해 상당부분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울러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최대 위협이라는 점은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A씨는 “일부 동물단체에서는 까치가 뿔쇠오리 등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까치는 절벽 등에 자리잡고 있는 뿔쇠오리의 둥지에 접근을 하지 못한다. 까치는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전반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창용 교수 역시 “둥지가 절벽에 있기 때문에 까치는 뿔쇠오리의 둥지를 공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양이들이 뿔쇠오리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은 분명하게 확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뿔쇠오리들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비행을 하다 바로 둥지로 들어가지 않고 마라도의 평평한 땅 위에 내려앉아 쉬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개채가 고양이들의 공격에 취약하고, 공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양이에 대한 GPS 추적을 해봤을 때에도 낮에 마을 등지에 머물러 있던 개체들이 밤이되면 마라도 전체를 돌아다닌다. 야간에 뿔쇠오리 등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사례가 더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아울러 다른 새들 역시 고양이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마라도에는 섬개개비라는 멸종위기 2급의 새가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는데, 최근 들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섬개개비는 뿔쇠오리와는 달리 까치에 의한 피해도 있지만, 고양이가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마라도에는 200여종의 새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고양이라는 1종의 동물에 의해 이 생태계 전반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아울러 ‘쥐’에 의한 철새 피해도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라도에서 쥐를 잡을 수 있는 프로젝트도 병행해야 마라도의 철새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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