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문화재 반대, 도립공원 확대방안에 무게 실려
질타 이어진 '스카이워크' 빠져 ... 야간 조명 설치 등 제시
'송악산일출축제' 개최 방안도 제시 ... 일출·일몰 명소 구축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송악산의 보전방안을 찾기 위한 용역의 확정안 나왔다. 최종보고회 자리에서 제시되면서 논란이 됐던 송악산 내 스카이워크 설치 방안은 결국 확정안에서 제외됐다. 송악산 정상부에 전망대를 만든다는 내용 역시 지워지고, 일출·일몰 조망 지점에 전망데크를 만든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일부 개발을 통해 송악산 보전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제주서부의 관광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개발방안들 역시 일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연구원이 수행한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방안 연구용역’에 대한 최종 마무리 검토 작업을 모두 마치고 용역 확정안을 공개했다.
이번 용역의 시작은 2020년 11월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송악산 앞에서 가졌던 ‘청정제주 송악선언’이었다. 당시 원 지사는 송악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내 난개발 우려에 대해 마침표를 찍겠다”며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을 금지, 경관 사유화에 대한 우려를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 전 지사는 이어 같은해 11월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송악산 일대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악산 일대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경관 사유화와 환경 훼손, 문화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송악산을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원 전 지사의 이와 같은 발표를 토대로 송악산 일대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이번 용역이 시작됐다. 용역은 제주연구원에서 수행했다. 지난해 말 최종보고회 이후 용역의 최종안이 제주도에 제출됐으며, 제주도의 검토를 거처 최근 확정안이 나왔다.
용역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송악산 일대의 보전 및 관리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송악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상생 방안 마련이다.
용역진은 송악산의 보전 및 관리방안과 지역상생 방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송악산과 관련된 기본구상을 내났다. 송악산 일대를 보전하되, 기존의 단순한 탐방 형태의 송악산 관광이 아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공간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반시설 등을 정비하고 나아가 제주 서부의 관광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제안이다.
특히 송악산만이 아니라 주변의 마라해양도립공원과 올레길 등의 관광자원, 알뜨르비행장, 일제 군사시설, 4.3 관련 유적지 등을 연계시키는 가칭 ‘송악산평화대공원’ 구축이 제시됐다.
♢송악산 보전, 도립공원 확대와 문화재 지정 중 최종 선택은?
용역진은 이어 송악산의 보전 및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는 도립공원 확대 방안과 문화재 지정 방안에 대해 논의됐으며, 그 내용은 지난해 말 열린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도립공원 확대 방안은 모두 3가지 안이 제시됐다. 1안은 현재 마라해양도립공원에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과 동알 및 섯알오름을 포함하는 안이다. 이 안은 섯알오름과 오름 안에 있는 일제고사포 진지, 그 외 동알오름들 주변 자연경관과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전하고 이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안은 마라해양도립공원에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만 도립공원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 효율적으로 올레길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산방산 및 형제섬과 송악산의 전망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점이 장점으로 언급됐다.
세 번째 안은 현재의 마라해양도립공원 최남단해안로 일부를 편입시키는 것으로, 현재의 도립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용역진이 이어 제시한 송악산 보전 및 관리 방안은 문화재 지정이다. 용역진은 이와 관련해 “송악산은 국토 최남단을 상징하는 지정학적 가치와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군사 시설로 쓰인 동굴진지가 조성돼 있어 역사·문화적 자원의 보존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외에 해식애와 오름군, 일몰·일출 조망 등의 뛰어난 경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용역진은 이와 같은 점을 들어 송악산을 문화재 중에서도 ‘명승’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문화재보호법에서 ‘명승’은 “경치 좋은 곳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정의되고 있다.
송악산은 ‘명승’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관자원의 대표성이 매우 우수하고 경관을 살펴볼 수 있는 조망점 형성도 매우 뛰어난 수준을 보였다. 경관자원의 구성도 다양하며 지형적 특이성도 뛰어난 수준이었다. 아울러 접근성도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학술적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이중 분화구의 화산지형을 지니고 있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용역진은 이를 토대로 “송악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서 지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도립공원 확대 방안과 문화재 지정 방안을 비교해봤을 때는 도립공원 확대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지역주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도립공원 찬성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지역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도립공원 찬상 비율이 높게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용역진은 주민의견을 토대로 문화재 지정보다는 도립공원확대을 확대하는 것 방안을 최종 제안했다.
♢ 스카이워크 등은 제외된 지역상생방안 … 일부 개발은 남아
용역진은 다음으로 지역상생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역상생방안은 지난해 최종보고회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었다. 송악산 보전을 위해 진행된 용역에서 송악산에서 바다 위까지 뻗어나가는 ‘스카이워크’ 등이 제시되는 등 각종 개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아울러 송악산 정상부에 전망대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었다.
특히 스카이워크와 관련해서는 “송악산 위에서 하늘길과 송악산 앞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과 마라해양도립공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담고, 짜릿한 재미와 스릴 만점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 명소 건설”이라는 미사여구까지 담겼었다.
이와 같은 방안이 제시되자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도내 환경단체 등에서도 “사실상 송악산을 훼손할 우려가 큰 계획을 내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송악산을 또 한 번 망치겠다는 계획”이라며 반발했다.
이와 같은 반발에 결국 용역 확정안에서는 ‘스카이워크’가 제외됐다. 전망대 역시 정상부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제외되고, 다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전망데크를 설치해 일출·일몰 명소를 만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아울러 이번 확정안에서는 이 일출·일몰 명소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가칭 ‘송악산 일출 축제’를 개최하는 내용도 제시됐다.
송악산 일대 야간관광 활성화 방안도 제시됐다. 송악산 주변에 야간 특수조명 등을 설치하고 산책로 주변에도 조명을 설치하는 이른바 ‘빛의 송악산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과 관련된 사례로는 수원화성의 야간 조명 시설 등이 제시됐다.
다만 이 계획도 어떤 조명시설을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경관 안에 조명을 설치할 경우 식물의 생장이나 바다 생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인공적인 빛의 영향으로 해양생물의 경우 이동에 방해를 받거나, 심할 경우 번식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용역진이 사례로 제시한 수원화성의 야간 조명의 경우, 화성이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송악산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있다. 도심지에 있는 수원화성의 조명과 도심지에서 떨어진 송악산에 조명을 설치하는 것의 차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이보다 앞서 성산일출봉에서도 암벽에 주기적으로 강한 빛을 쏘아 영상미디어를 구축하는 방안이 추진되다 비판에 직면한 적도 있다. 이번에 송악산에서 제시된 조명 설치 방안 역시 조명의 강도나 방향, 설치 장소 등에 따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생방안에서는 이외에도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됐던 송악산 세계지질공원 센터 건립과 문화체육복합센터 건립, 송악산 인근 산이수동항 기반시설 확충 방안 등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