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2공항은 동부지역 난개발을 불러올 것
제2공항은 동부지역 난개발을 불러올 것
  • 양수남
  • 승인 2023.03.23 11: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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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5>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환경부가 최소한이나마 기본적 역할을 하며 제2공항에 문제가 있음을 제시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지만 부처다운 부처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윤석열정권의 환경부는 달랐다. 환경부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조건을 붙여 제2공항 개발 사업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온갖 독단의 배후에 토건 기득권 세력이 달라붙어 제2공항뿐만 아니라 설악산 케이블카 등 온갖 대형 개발 사업을 강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특히 가슴 아픈 대목은 제2공항 개발로 촉발되는 제주 동부지역의 난개발이다. 특히, 제주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훼손이 덜한 상태로 남아있는 동부지역 중산간의 난개발이 우려된다.

▲ 제주도 산북지역 서부 중산간 지대. 골프장과 리조트로 초원지대가 심하게 훼손되었다.(사진:네이버지도 캡처)
▲ 제주도 산북지역 서부 중산간 지대. 골프장과 리조트로 초원지대가 심하게 훼손되었다.(사진:네이버지도 캡처)

제주가 국내에서 최고의 관광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의 자연풍경과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국적인 풍경은 제주만의 자연자원인 오름(독립화산체)과 곶자왈(화산숲)도 있겠지만 육지부에서는 볼 수 없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관광객들은 탁 트인 초원지대에서 드라이브나 트레킹을 하며 육지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 동부지역 중산간 지대 풍경.
▲ 동부지역 중산간 지대 풍경.

한반도는 산지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평지는 논이나 마을, 도시가 자리 잡고 있어 초원이 자리 잡을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제주도는 초지가 전국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드넓은 초원지대가 자리 잡고 있고 있다. 제주도의 면적이 국내 2%도 채 안되지만 초지 면적이 전국 초지 면적의 약 46%에 달하는 것은 제주도 중산간의 오름과 벵듸 지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 초원지대는 대부분 중산간 지대의 오름과 벵듸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한라산 북쪽, 즉 산북 지역의 동부와 서부 중산간 지대이다.

하지만 샛별오름으로 대표되는 서부 중산간 지대는 이미 수많은 골프장과 리조트로 잠식되는 난개발이 이뤄져 옛 모습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남아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동부 지역 중산간 지대이다. 그 중에서도 성산읍-구좌읍 중산간 지대가 특히 그렇다.

▲ 수산평(수산벵듸) 전경.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이 시작된 초원지대이다.
▲ 수산평(수산벵듸) 전경.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이 시작된 초원지대이다.

제2공항 예정부지와 얼마 안 떨어진 성산읍-구좌읍 중산간 지대는 도내에서도 가장 많은 오름이 밀집해 있고 오름의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는 곳으로서 화산섬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또한 광활한 초원(수산벵듸)과 곶자왈(수산곶자왈)을 품어 안고 있는 제주도의 보물과 같은 곳이다.

제2공항 계획 부지와 직선거리로 5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수산평(수산벵듸)은 70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이 건설된 역사적인 장소이며 초원이 매우 잘 보전된 곳이다.

성산읍 수산리에 있는 수산평은 몽골(원나라)이 일본과 남송 정벌을 위해 1276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인 탐라목장이 있던 곳이다. 광활한 초원과 함께 가축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습지가 풍부하여 말을 기르기에는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원나라가 패망한 이후에도 이때의 목축 전통은 계속 이어져,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으로 그리고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있는 목축문화인 마을공동목장으로 형태가 변화해 왔다. 즉, 수산평은 우리나라 목축문화가 시작된 역사적인 초원지대라고 할 수 있다.

▲ 동부 중산간지대의 수산곶자왈(사진:곶자왈사람들)
▲ 동부 중산간지대의 수산곶자왈(사진:곶자왈사람들)

그러나 제2공항이 건설되면 자연스럽게 이곳은 부동산 투기 세력의 장으로 변화되어 난개발이 불가피하다. 목축문화의 원형과 역사가 사라지고 서부지역 중산간 난개발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다.

또한 이곳은 수많은 용암동굴 지대이기도 하다. 5km에 달하는 수산굴과 더불어 여러 동굴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동굴은 제2공항 예정부지로까지 뻗어 있다. 제2공항 예정부지의 수많은 숨굴(숨골)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숨굴은 동굴의 천장이 무너진 것으로서 동굴 분포의 가능성을 예측케 한다. 동굴의 존재는 제2공항의 안전성 문제로 연결된다. 활주로 밑에 동굴 지대는 비행기 이착륙 시에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 수산평 땅 밑에 자리 잡고 있는 벌라릿굴
▲ 수산평 땅 밑에 자리 잡고 있는 벌라릿굴

암울한 시대이다.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생물 다양성의 위기 등 온갖 위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건만 윤석열정권은 이 위기에 대응하기는커녕 철 지난 원전사업과 대형 개발사업 등 토건시대로 급속히 회귀하고 있다.

제2공항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가 제주도다운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화산섬의 특징이 아직까지는 그나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산섬의 특징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동부지역 중산간지대마저 개발된다면 제주도의 독특함은 심각한 훼손을 맞게 될 것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드는 제2공항으로 인해 관광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와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또 하나의 공항이 아닌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광활한 초원지대를 원한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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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 2023-04-08 08:00:02
제주국제공항이 포화 상태라서 추가로 신공항을 건설한다면서요? 안 그러면 신공항 만드는 어마무지한 돈으로 현재의 제주공항 인근 땅을 매입하여 공항을 확장하면 되었을 것을....

난개발 2023-03-24 01:26:21
난개발?

난이 그리 많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