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발달장애 아이들이 드디어 숲에서 오감을 찾았어요”
“발달장애 아이들이 드디어 숲에서 오감을 찾았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3.26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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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 매주 토요일 숲활동
실내 활동만 주로 한 이들에게 바깥나들이 제공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이들이 있다. 내가 낳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자유롭게 숲도 거닐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가정의 흔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그랬다면, 이젠 과감하게 바꿔보자. 그런 일상에 도전을 내건 단체가 있다. 바로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대표 정동락, 이하 와랑와랑숲)이다.

와랑와랑숲은 매주 토요일이면 발달장애 아이들과 숲 놀이를 즐긴다. 프로그램화된 놀이도 있고, 프로그램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에 빠지곤 한다. 지난 25일은 발달장애 아이들과 부모들이 제주양떼목장에 모였다. 그동안 밖을 나오기 쉽지 않았는데, 이날은 마음껏 즐겼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들과 올챙이를 구경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발달장애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들과 올챙이를 구경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람은 감각을 즐긴다. 특히 어릴 때 느낀 감각은 커서도 삶의 토양이 된다. 이날 발달장애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 감각을 익혔다. 꼬물꼬물 헤엄치는 올챙이를 난생처음 본 아이들, 토끼와 양 등의 동물도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나뭇잎도 실컷 만졌다. 자연의 공기도 마음껏 마셨다. 아이들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 자연과 함께했다. 특별한 아이들에겐 정말 특별한 날이었다.

와랑와랑숲이 발달장애 아이를 위해 이같은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있다. 정동락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숲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무척 적습니다. 그런 숲 환경도 별로 없고요. 사실 장애인들이 숲을 이용하기가 어렵고, 특히 발달장애 아이들은 외부 환경에 민감하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꺼리죠.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나타낼지 모르니까요.”

발달장애 아이들이 그동안 숲을 즐길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발달장애 아이 특성 때문에 부모들이나 아이들은 실내 활동이 주된 영역이었다.

“오늘처럼 외부에 나가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것만 해도 아이들에게나 그 가족들에게는 큰 힐링이 되죠.”

그렇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힐링이 매주 토요일 진행되고 있다. 와랑와랑숲은 올해 산림청의 녹색자금 공모사업을 따냈다. ‘특별한 얘들아 더불어 숲을 이루자’를 제목을 단 이 사업은 제주양떼목장과 삼다수숲길 등지에서 열린다. 9월까지 이어지는 이 사업은 발달장애 아이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 정동락 대표는 차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날을 꿈꾼다.

“제주양떼목장에서 시작해 삼다수숲길도 가보고, 나중엔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는 곳에서도 활동해보려 해요. 점진적으로 숲과 친숙해지고 사람들과도 친숙하도록 관계를 넓혀가고 싶어요.”

와랑와랑숲의 이같은 활동에 공감해서일까. 제주양떼목장을 운영하는 박명천씨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발달장애 아이들이 활동할 공간의 문을 열어줬다.

이날 활동은 와랑와랑숲 임원진과 자원봉사, 특수교사 등도 함께했다. 제주영송학교의 양미선 특수교사도 이날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봤다.

서로 교감을 나누고 있는 발달장애 가족들. 미디어제주
서로 교감을 나누고 있는 발달장애 가족들. ⓒ미디어제주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오감을 충족시키는 그런 활동을 하면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되죠. 일반적으로 발달장애 아이들은 부족한 부분을 교육시키려고 어렸을 때부터 치료실과 학교만 오갑니다.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건 부모들에겐 굉장히 큰일이에요. 오늘은 그와 달리 발달장애 아이 가족들이 모여있어서 굉장히 의미 있네요.”

와랑와랑숲이 제시한 활동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만 특별하지 않다. 자원봉사자들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박광수씨는 ‘보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오늘 전혀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더 가지게 됐어요. 아마도 그게 가장 큰 보람이죠. 발달장애 부모끼리도 오늘 처음 만나는 걸 봤는데, 같은 마음을 나누고 친하게 되는 걸 보니 좋아요. 자원봉사자로서 제가 옆에서 도와주니 더 좋고요.”

한편 이 사업은 복권위원회,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복권기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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