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 충돌 위험 왜곡‧조작 의혹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 충돌 위험 왜곡‧조작 의혹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3.27 14: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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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보완 용역 때와 다른 평가기준” 지적
가마우지, 갈매기류 등 충돌 고위험종 겨울철새 고의 배제 의혹 제기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이 왜곡‧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27일 오전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기자회견 모습.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이 왜곡‧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27일 오전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기자회견 모습.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왜곡‧조작됐다는 문제가 제기돼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7일 오전 제주참여연대 교육문화카페 ‘자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류충돌 위험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나섰다.

우선 비상도민회의 검증 TF팀은 지난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후 2022년 4~6월 이뤄진 조사는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치유할 수 없는 조사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할 당시 조류 이동성 조사 결과의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보완 조사는 2022년 4~6월 3회에 그쳐 철새 이동이 가장 많은 겨울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보완서에서는 GPS를 부착해 고도 등 이동성을 조사했다고 했지만 조사 대상이 4종 10개체에 불과, 계획부지 주변 조류의 이동성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충돌 심각성이 높은 겨울 철새들의 충돌 가능성이 낮게 평가됨으로써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성산 지역의 경우 대표적인 겨울 철새도래지임에도 2017년에는 9월에만 조사가 이뤄졌고, 2022년 4~6월에만 조사한 것은 철새 조사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점종을 겨울철새인 홍머리오리, 휜뺨검둥오리, 괭이갈매기 등 오리과가 아닌 제비와 직박구리로 바꾸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10년간 겨울철 조류 센서스를 근거로 ‘제2공항 계획지구 주변이 제주공항 주변에 비해 종 및 개체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술된 부분도 공항 경계로부터의 거리가 감안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조류 충돌 위험과 관련해서는 공항부지 경계로부터 13㎞ 이내 조류 분포를 비교해야 하는데, 극히 일부가 13㎞ 이내 범위에 포함된 대정~용담 해안과 화북~성산 해안(함덕~하도 해안)까지 모두 제주공항 주변으로 포함시켜 상대적으로 제2공항 예정지 인근의 종과 개체 수가 적다는 판단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조류충돌 위험을 평가하는 두 가지 요소 중 종별 충돌 심각성(피해 정도) 판정 기준을 종전 보완 용역과 다른 기준을 적용, 충돌 위험이 높은 종들이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로 보완가능성 용역에서는 ‘개체의 신체적 크기나 집단으로 무리를 이뤄 이동하는 피해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개체 크기와 무리 등 심각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닌 국내 15개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종별 충돌건수 중 피해가 발생한 비율을 적용해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가마우지의 경우 제2공항 활주로 남단에서 2㎞ 이내에 있는 신산해안과 하도~성산 해안에서 대규모로 발견되고 있어 충돌 가능성과 심각성(피해 정도)도 높아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는 고위험종으로 분류됐다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제외된 것이 확인됐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 중 조류 충돌 위험성을 평가한 부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 중 조류 충돌 위험성을 평가한 부분.
2023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 중 조류 충돌 위험성을 평가한 부분.
2023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 중 조류 충돌 위험성을 평가한 부분.

이에 대해 검증 TF팀은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돌 심각성이 높은 종을 평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충돌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조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흑산공항과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충돌 심각성(피해 정도)이 ‘매우 심각’ 또는 ‘매우 높음’이라고 평가된 종들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매우 낮음’, ‘낮음’으로 평가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 피해 가능성이 ‘극히 높음’으로 판단했던 갈매기류와 매, 새호리기, 황조롱이 등이 본안에서 ‘매우 낮음’으로 분류된 것도 다른 판정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충돌 가능성이 높은 종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충돌 심각성(피해 정도)는 종별로 보편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흑산도 공항이나 새만금 신공항, 제2공항 보완 가능성 용역에서도 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다가 다른 공항에서 얼마나 충돌이 발생했느냐의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충돌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새들이 다 빠졌다”고 평가 기준을 고의로 왜곡,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충돌 위험성의 경우 새의 크기와 무게, 무리를 지어다니는 습성 등을 감안해야 하는데 종전 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제2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국토부가 제2공항 계획지구 내 법정보호종을 20종 내외인 것으로 분석한 것과 달리 실제로 현지에서 촬영된 법정보호종만 40종이 넘는 데다, 최근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관심대상종까지 포함하면 66종에 달한다는 점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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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2023-03-27 15:25:05
원장관이 의회에서 반대하면 끝이라고 했어요. 그만들 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