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06 (금)
연이은 제주 오름 정상 레이더 설치, 반발도 지속 "보전이 우선"
연이은 제주 오름 정상 레이더 설치, 반발도 지속 "보전이 우선"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3.29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상청, 애월읍 수산봉 기상레이더 공사 시작
인근 마을에서 반발 ... "레이더 반대" 현수막 등
환경운동연합 "앞으로 수많은 오름 훼손될 수도"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갈무리.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갈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한라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오름에 항공레이더가 설치된 것에 이어, 애월읍 수산봉의 정상부에 항공레이더 설치가 추진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기상청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기상청이 추진하고 있는 수산봉 기상레이더 사업이 수산봉 정상부에서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6월 사업추진을 위한 관련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으며 이달부터는 본격적인 설치공사가 시작됐다.

이 기상레이더는 제주국제공항의 기상 상황을 감시하기 위한 시설로 시설물의 높이는 31.2m다. 제주공항의 경우 급변풍이 자주 불지만 정작 공항 상공의 바람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 비교적 높은 곳에서 공항 상공의 기상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설치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 기상레이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수산봉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다. 2020년 제주시 봉개동에서 추진된 바 있다. 당시 봉개동 명도암 마을 입구에서 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도로변의 국유지에 관측소를 짓고, 그 위에 레이더. 돔을 설치하는 등의 사업 계획이 나왔었다. 하지만 인근 주민의 강한 반발에 사업이 결국 무산됐고, 그 이후 제주시 해안동에서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역시 주민 반발에 막히고 말았다.

기상청이 봉개동과 해안동에서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공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레이더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개동과 해안동에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눈길을 돌린 곳이 해안가에 있는 오름의 정상부였다.

이 사업에 대해 수산봉이 자리잡은 수산리에서는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산리 인근 마을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산봉에서 가까운 하귀2리 등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역시 수산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마을인 구엄리에서도 수산봉 레이더 설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보이는 현수막들이 다수 걸려 있는 상황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역시 이 사업에 대해 비판의 입장을 내놨다. 특히 국토부가 한라산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이며 절대보전지역인 삼형제오름에 항공레이더를 설치하는 사례로 논란이 일었던 것을 지적하며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가 제도정비에 주춤한 사이 보전 가치가 높은 오름 정상부가 또 훼손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름 정상부에 이러한 시설물의 설치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제주의 오름은 대부분 절·상대보지역이나 경관 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그만큼 보전이 우선된다는 의미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산봉 역시 도시지역에 해당하는 부분은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관리보전지역 대상 지역은 경관보전지구 1등급으로 지정해 시설물 설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하지만 제주시는 도조례로 정하는 시설로서 부득이하게 관리보전지역에 있어야 하는 공공시설에 통신시설 즉 레이더시설이 포함돼 있다며 허가를 내줬다”며 “경관심의를 통해 시설물의 설치를 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외에도 해당 시설은 2020년 명도암에서 추진됐었던 점을 언급하며 “당시 시설물은 오름 정상부에 설치될 계획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설물이 굳이 보전이 필요한 오름 정상부에 설치될 이유가 없다.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오름 정상부를 선택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렇게 오름 정상부에 시설물 설치가 용인되면 앞으로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의 훼손은 불가피하다”며 “오름에 대한 절대적 보전은 이미 도민사회가 합의한 사항이다. 따라서 기상청은 사업을 중단하고 오름이 아닌 곳에 환경적 부하를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서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제주시 역시 이번 허가로 발생할 문제를 즉각 기상청과 협의해 대체 부지확보 등의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부디 오름이 반복적으로 훼손되는 문제를 이제는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