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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록물의 가치, 전국화·세계화하는 매개자
4·3기록물의 가치, 전국화·세계화하는 매개자
  •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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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④등재추진위 활동과 향후 과제는

평화롭던 제주 섬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을 휩쓴 지 7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진상 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여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사건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과 역사왜곡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75년 통한의 세월을 관통하는 4.3기록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기록과 함께 진상규명과 화해, 국가의 보상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공동으로 75년 간의 기록과 역사에서 제주4.3이 세계에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제주사회가 4·3을 세계인의 역사로 기록하기 위한 목표 아래 하나로 뭉쳤다. 

지난달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이하 등재추진위) 출범식이 열렸다. 

지난달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달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동위원장은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현기영 작가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 △문혜형 유족 △박주영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고 진아영 할머니(명예공동위원장) 등 8명이다. 

4·3 당시 폭력을 체험한 당사자와 희생자의 유족, 4·3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청년 세대, 국제 평화와 화해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는 연구자, 침묵이 강요됐던 4·3을 세상에 알린 작가, 제주를 대표하는 기관장 등 공동위원장 구성을 살펴보면 등재추진위가 지향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공동집행위원장은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맡았다. 위원은 4·3 단체, 정치인, 문화예술인, 학자, 언론인, 종교인, 인권단체, 청년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 8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해외 인사까지 포함됐다. 

등재추진위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 신청을 하려면 우선 국내 기록물끼리 경쟁을 거쳐야 한다. 유네스코 등재 신청은 한 국가 당 2건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심사는 문화재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결과는 다음달 중에 나올 예정이다. 

현재 충남도의 태안 기름유출 피해 극복 기록물, 경북 안동시의 만인소, 산림청의 산림녹화기록물, 한국천문연구원의 성변측후단자, 육군기록정보관리단의 한국전쟁 관련 기록물, 경남 거제시의 포로수용기록물, 3·1운동 기록물, 세월호 관련 기록물 등이 4·3 기록물과 겨루고 있다. 

문화재청 심사라는 첫 문턱을 넘기 위해 등재추진위는 4·3 기록물의 등재 당위성과 세계의 역사로 남기기 위한 제주사회의 열망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결심>에 출연하며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박해일 배우의 동참을 이끌었다. 

지난 20일 박해일 배우가 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응원하는 캠페인 영상이 공개되며 전국적으로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20일 박해일 배우가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응원하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사진=유튜브 채널 빛나는제주TV 영상 갈무리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20일 박해일 배우가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응원하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사진=유튜브 채널 빛나는제주TV 영상 갈무리

또 외신기자단과 중앙기자단을 상대로 팸투어를 계획하고 관련 전국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도내 학교에 공문을 발송, 현수막 게시 등 등재 온라인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김경학 의장이 직접 4·3기록물 등재 추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오는 4월1일 도내 4개 대학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관덕정에서 시청까지 이어지는 평화대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또 4월3일부터 7일까지 제주대 내 학생회관에 분향소와 부스를 마련해 등재 응원 캠페인을 진행한다. 온라인에선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응원 챌린지를 벌일 예정이다. 

제주농협은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한 홍보와 함께 전국 농협지점에 응원 스티커를 배부하고 각 지점마다 응원 현수막을 설치했다. 농협 직원 밴드를 통한 온라인 응원 동참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언론 매체와 공동기획 등을 통해 4·3기록물 등재를 위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4월3일 추념식이 마무리되면 등재추진위의 활동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제주사회가 등재추진위에 거는 기대도 크다. 

특히 최근 보수 진영 정치인의 망언과 보수 정당의 현수막 설치 등 4·3의 역사를 폄훼하고 왜곡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분위기에서 등재추진위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도 내 곳곳에 설치된 4·3폄훼 현수막과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사진=김한규 국회의원실
제주도 내 곳곳에 설치된 4·3폄훼 현수막과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사진=김한규 국회의원실

김창범 유족회장은 4·3기록물의 등재 추진 과정이 희생자와 유족에겐 ‘위로’가, 한반도엔 국가폭력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김 유족회장은 “4·3 기록물은 국가폭력에 의해서 집단 희생된 공동체가 이를 자발적인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평화적으로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이 자체가 유네스코 기록 유산에 당연히 등재되어야 할 당위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네스코 기록 등재를 위한 노력은 현재 남아있는 생존희생자 116명과 고령의 유족분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고 제주 공동체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학 도의회 의장은 “앞으로 4·3과 같은 아픔이 있어선 안 된다”며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4·3을 평화의 상징처럼 만들고 대한민국 역사를 넘어 세계평화를 만들어가는 역사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태양 제주대학교 총학생회 4·3연대사업국장은 “등재 추진 과정을 통해 4·3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시에 4·3 기록물의 가치를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등재추진위는 그 매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4·3 기록물은 단순히 비극적인 요소, 학살, 희생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와 상생까지 담고 있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며 “등재추진위가 4·3 기록물만이 가진 특수한 가치를 전국화하고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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