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구상나무판 '코로나19'? 제주 한라산에 새로운 감염병 만연
구상나무판 '코로나19'? 제주 한라산에 새로운 감염병 만연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05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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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미기록 '잎녹병' 지난해 한라산 구상나무서 확인
해발 1600m 이상 서쪽 사면에 감염병 만연돼 있어
"확인하지 못한 감염 더욱 많을 것, 심각하게 봐야"
한라산 해발 1700m 일대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장의 모습.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라산 해발 1700m 일대 구상나무 집단 고사 현장의 모습.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한 쇠퇴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 사이에서 지금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던 새로운 감염병인 ‘잎녹병’이 확인됐다. 지난해 처음 발견됐지만 이미 만연해 있는 상태로, 한라산 구상나무의 쇠퇴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5일 발간한 ‘제22호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라산 영실 병풍바위 일대 구상나무에서 ‘잎녹병’이 최초로 확인됐다.

‘잎녹병’은 이전까지 제주는 물론 국내에서도 기록된 적이 없던 병으로, 병원균을 가진 포자가 새로 자라나는 잎에 달라붙으면서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전염이 이뤄지는 병이다.

구상나무가 이 병에 감염이 되면 잎이 말라 죽으면서 가지에서 떨어지게 되고, 이 때문에 결국 잎을 통해 영양분을 얻지 못해 쇠약해져 바로 죽거나, 혹은 상처를 입어 다른 병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상태에 되고 결국에는 고사하게 된다.

이 잎녹병은 지난해 8월 영실 병풍바위 일대에서 최초로 확인이 됐지만, 이어진 조사에서 이미 병풍바위에서 영실탐방로 해발 1600m 일대 고산지대 평원인 선작지왓 일대에도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이어진 조사에서도는 윗세오름에서 장구목에 걸친 해발 1700~1800m 주변의 어린 구상나무 사이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발병 정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이 잎녹병이 확인된 것보다 더욱 만연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병의 흔적이 일반적으로 햇빛을 받지 않는 잎의 뒷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근접 관찰이 아니면 병의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병이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균을 가진 줄기마름병과 가지마름병이 구상나무 사이에서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윗세오름 주변에서 관찰되는 대부분의 고사 및 쇠퇴 중인 구상나무 가지에서 가지마름병의 흔적이 확인됐다. 한라산연구부는 이를 토대로 “가지마름병이 현재 인식되는 것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수준”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전까지는 구상나무의 쇠퇴 주요 원인이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이나 점차 강해지는 태풍 및 늘어나는 가뭄 등에 의한 물리적 피해 등으로 지적 받아왔다. 이로 인해 4년 동안 제주에서 모두 1만3000그루의 구상나무가 고사하는 등 쇠퇴가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병해충에 의한 쇠퇴는 주목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따라 구상나무 사이에서 감염병이 만연해 있는데다,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새로운 감염병도 확인되는 등 전염병에 의한 구상나무 쇠퇴의 중요성도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가지마름병 발병 상황이 수집됐고, 만연한 발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또 구상나무 잎녹병이 최초로 확인됐다. 앞으로 이와 같은 병들이 구상나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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