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37 (금)
문창우 주교 “주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 부활의 길”
문창우 주교 “주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 부활의 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4.08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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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목서한 통해 “제2공항, 도민의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하는 시간” 강조
“부활이 가르쳐주는 진리, ‘부활의 힘으로 지금 여기서부터 새롭게 사는 것”
문창우 주교가 지난 7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모습. ⓒ미디어제주
문창우 주교가 지난 7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모습.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문창우 주교가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부활의 길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뜻을 선택함으로써 지금 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는 세력에 눈을 감아선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창우 주교는 8일 부활 성야미사를 앞두고 배포한 부활 사목서한에서 부활이 있기까지 어둠과 죽음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다는 데 주목, “부활의 신비는 주님의 뜻 안에서 침묵 속에서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금요일 골고타 언덕의 십자가 침묵, 성 토요일 무덤을 덮는 죽음의 침묵, 부활 아침 제자들이 놀라서 바라보던 빈 무덤의 침묵 속에서 비로소 부활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성 금요일은 주님 수난의 날, 성 토요일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들과 연대를 맺으신 날”이라며 “이 시간들은 모두 예수님께서 죄악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죽음과 고통의 의문에 휩싸인 이 세계를 당신 사랑으로 품어 안으신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드러난 날이며, ‘죽음보다 더한 사랑’이 승리한 날이라는 것이다.

이에 그는 “우리를 압박해오는 이 나라의 현실이 주고 있는 침묵 속에 깊이 잠겨야 주님의 부활의 길을 이해할 수 있고, 오늘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년이 넘는 코로나 상황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그리고 미얀마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내전, 튀르키예와 시리아플 덮친 지진, 기후위기 등으로 곤통받는 이웃들의 아픔을 목도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10년 전 교황으로 즉위한 후 이같은 고통과 아픔이 결코 서로 무관하지 않으며, 그 이면에는 인간들의 개발 탐욕이 있고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지적했던 얘기를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가 여러 가지 개발과 광풍으로 한반도를 넘어 아름다운 제주의 보물 역시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시간이 됐다”고 우려를 전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발표와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에 대해 “국가가 추진하는 미래를 향한 진지한 고뇌의 문제이기보다 제주가 가진 가장 소중한 보물인 청정 제주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지켜낼 수 없는 위기 촉발의 순간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지향성에 대해 도민들이 가진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이제야말로 주님의 뜻을 찾아가기 위해 보다 더 제주도민의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올해 제주4.3 75주년과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계엄령과 유언비어가 불러온 조선인 학살사건 100주년, 한국전쟁 이후 맺은 정전협정 역시 70주년을 맞는 해라는 데 주목, “오늘 우리는 역사 앞에서, 그리고 닥쳐온 위기들 앞에서 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힘이 다시금 필요함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주님께서 당신 부활로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감수성을 온전히 전해주셨고, 우리는 세상에 대한 창조적 의지를 깊이 신뢰할 수 있게 된 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문 주교는 “오늘 우리는 역사 앞에서, 그리고 닥쳐온 위기들 앞에서 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힘이 다시 필요하다”면서 축복이 되어야 할 이 세상의 삶이 죄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깨어나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주교는 “부활이 가르쳐주는 위대한 진리는 ‘죽음 후에 새롭게 산다는 것’이 아니라 ‘부활의 힘으로 지금 여기서부터 새롭게 산다’는 뜻”이라며 이것이 ‘부활의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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