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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욕설의 제주 제2공항 경청회, 제주도 입장은 '성공적'?
고성·욕설의 제주 제2공항 경청회, 제주도 입장은 '성공적'?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11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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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서 오영훈 "성공적" 평가
비하성 발언도 나왔지만 "그 정도 주장 나올 수 있어"
제주도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 마련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가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제2공항 찬성측과 반대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가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 마련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가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제2공항 찬성측과 반대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성 및 비하 등까지 나오면서 결국 파행된 제주 제2공항 경청회에 대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일부 파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주장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제2공항 반대 측에서 파행 등 진행상의 문제로 경청회 ‘보이콧’까지 고려했지만, 제주도정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이 나온 형국이다.

제주도의회는 11일 오전 제41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갖고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은 오영훈 지사에게 최근 고성과 욕설 속에 2차례 진행이 이뤄진 도민경청회에 대해 질의했다.

강 의원은 먼저 “제주 제2공항 도민경청회가 열리고 있는데, 어떤 취지로 시작이 됐나”라고 물었다. 오 지사는 이에 “의견수렴의 방식으로 예전에는 한 두번 정도로 해서 끝내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도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새로운 정책방식으로 봐주시면 된다. 지금까지 두 번 진행이 됐고, 앞으로도 좀더 확대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강 의원이 이에 “도민경청회가 파행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물었다. 오 지사는 이 ‘도민경청회 파행’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 지사는 “첫번째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큰 갈등이 예상됐지만 그 정도면 큰 파행없이 진행됐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두 번째에서는 일부 파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의 주장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오 지사의 말처럼 1차 경청회는 파행까지 가진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라는 말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 밖에 없다.

제1차 경청회는 지난달 29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렸다. 경청회에 앞서 제2공항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경청회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이 덕분인지 기본계획안 내용과 찬반 의견 발표 등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이전에는 제2공항과 관련된 설명회 등이 충돌과 반발에 시작도 해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던 것과는 대비됐다.

다만 경청회가 진행이 될수록 고성과 비난 등의 빈도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반대 측이 발표할 때에는 찬성측 인원이 발표자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플로어 발표 과정에서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모두 감정이 격화돼 서로 욕설을 하며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도 갔다. 말그대로 주먹다짐이 벌어질 뻔 했다.

두 번째 경청회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지난 6일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2차 경청회에서는 주먹다짐 등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도를 넘은 비난과 비하 등이 나왔다.

특히 서귀포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이어지는 고성과 욕설에 대해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토론회와 의견을 듣는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며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데, 이게 의견인가?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까지 흘리며 성토했지만, 이에 대해 돌아온 답변은 “학생이 맞느냐”, “학생증을 까라”, “학생은 집에 가서 공부나 해라” 등 찬성측의 비난과 비하성 발언이었다. 찬성 측에서는 이외에도 “반대 측이 학생까지 동원한다”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제2공항 반대 측에서 찬성 측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발언을 신청해서 (사과를) 요구하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격화된 분위기를 중재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를 키웠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자 제2공항 반대 측에서는 경청회 ‘보이콧’까지 고려했다. 지금까지의 진행을 봤을 때 앞으로의 경청회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10일 집행부 회의를 갖기도 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향후 제2공항 사업과 관련한 지속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보이콧’보다는 제주도에 보다 나은 진행을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이번 경청회와 관련해 성숙하지 못한 모습들이 다수 노출되고, 심지어 학생에게까지 비하성 발언이 나왔음에도 제주도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제2공항 반대 측 역시 이에 대해 회의까지 가질 정도로 문제를 무게있게 다뤘지만, 정작 오영훈 지사는 “성공적” 혹은 “그 정도는 나올 수 있는 발언” 등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와 같은 발언까지 나오면서 경청회와 관련해 나온 문제점들에 대해 제주도정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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