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도-도의회 예산전쟁, 결국 사상초유 추경안 '심사보류'
제주도-도의회 예산전쟁, 결국 사상초유 추경안 '심사보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5.19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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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예결위, 마라톤 간담회 끝에 추경안 '심사보류'
"송악산 절차 미이행 불구하고 제주도, 예산 편성 요구"
"의원들 '절차 준수' 반발 ... 민생예산 동의 안되는 부분도"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사진=제주도의회.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사진=제주도의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예산안을 둘러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갈등이 골의 깊어진 가운데, 결국 제주도의 올해 첫 추경안이 제주도의회 예결위에서 심사보류됐다.

이번 추경안을 둘러싸고 제주도와 도의회의 협의가 지속되고, 제주도의회 내부에서도 의원들끼리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예산안이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9일 오후 9시30분 제416회 임시회 제4차 회의를 속개하고 제주도의회가 제출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예결위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예산안의 심사가 보류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제주도의회 양경호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이번 추경안의 심사보류 이유로 제주도이 편성한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 예산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양 위원장은 “송악산 예산과 관련해서 절차가 미이행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점이 제주도의회 의원간담회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됐었다”며 “더군다나 송악산에 대한 예산이 편성될 수 없는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송악산 관련 예산안을 이번 추경안에 반영시켜줄 것을 요구하면서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이 말한 송악산 예산과 관련된 ‘절차 미이행’은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송악산과 관련된 2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심사보류된 것을 말한다.

제주도는 당초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을 위해 모두 161억원의 예산을 이번 추경안에 반영했다. 송악산 유원지 부지 내 사유지 매입에 151억원, 마라해양도립공원 육상부 사유지 매입에 10억원 등이다.

제주도는 이와 함께 이 예산안의 편성을 위해 이와 관련된 2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등의 공유재산을 구입하거나 처분하기 전에 마련하는 계획안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10조의2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에서 예산을 의결하기 전에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수립해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 확정해야 한다.

즉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제주도의회에서 의결돼야 이와 관련된 예산안이 의결될 수 있다. 하지만 행자위에서는 송악산과 관련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모두 심사보류됐다. 이에 따라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을 위한 예산 역시 추경안에 포함돼 처리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에도 제주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송악산 관련 예산을 추경안에 반영시키고자 했지만, 결국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의원들의 반발에 막히고 말았다.

양 위원장은 이외에도 “제주도는 이번 추경안에 대해 ‘민생예산’이라고 했지만, 그 부분에서 동의할 수 없는 항목들이 많았다”며 “특히 제주시와 서귀포시 관련 예산 및 읍·면·동과 관련된 예산안에서 민생예산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적었다”고 이번 추경안 심사보류 사유를 언급했다.

양 위원장이 이렇게 이유를 언급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제주도와 도의회의 신경전이 심화된 것이 이번 심사보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올해 본예산 의결 과정에서 제주도의회가 증액한 일부 예산에 대해 ‘조건부 동의’ 입장을 밝혔는데, 그 이후 제주도의회가 증액한 후 심의 의결한 예산을 제주도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사에서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갈등은 행자위가 송악산과 관련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 대해 심의보류한 뒤, 제주도가 이에 대해 반발하는 브리핑을 열면서 더욱 심화됐다. 제주도의 반발 브리핑을 두고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도의회의 예산 심의 및 의결권을 무력화하려고 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주도의회 각 상임위는 제주도가 제출한 추경안에서 모두 430억9100만원이 삭감했고, 이렇게 삭감된 예산안이 예결위로 넘어왔다.

제주도는 삭감된 예산안을 일부라도 살리기 위해 예결위와의 물밑협상에 들어갔고, 19일 이른 오후까지만 해도 삭감 규모가 축소된 예산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협의가 틀어지면서 최종적으로 예산안이 심사보류됐다.

이번에 심사보류된 예산안은 다음달에 열릴 예정인 제417회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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