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남방큰돌고래 포획 잔혹사 32년, 방류 돌고래의 현재는?
제주남방큰돌고래 포획 잔혹사 32년, 방류 돌고래의 현재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5.23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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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남방큰돌고래 첫 포획 ... 1995년엔 서울로 이송
서울 이송만 7마리 ... 지난해 수족관 마지막 돌고래 방류
해양환경공단, 방류 돌고래 종합연구 돌입 ... 보전대책도
2005년 포획돼 제주도내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해 8월4일 오전 야생방류에 앞서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가두리 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005년 포획돼 제주도내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해 8월4일 오전 야생방류에 앞서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의 가두리 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1986년 제주에서 돌고래를 동원한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로얄마린파크가 문을 열었다. 로얄마린파크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곳에서 공연을 펼치던 돌고래들은 모두 일본에서 수입된 큰돌고래였다. 로얄마린파크보다 먼저 개장했던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공연에서도 일본에서 수입된 큰돌고래가 동원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년 지나지 않아 로얄마린파크 측에서는 굳이 큰돌고래를 수입하지 않아도 공연에 동원할 돌고래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주의 앞바다에서 종종 돌고래들이 어선의 그물에 혼획된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제주앞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들이었다.

로얄마린파크 측에서는 어선에 접촉해 혼획된 돌고래를 구입했다. 이렇게 그물에 걸려 처음으로 돌고래 공연업체의 수족관에 갇히게 된 돌고래가 1990년 잡힌 ‘해돌이’였다. 불법포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돌이는 그 후 5년을 로얄마린파크의 수족관에서 살았다.

나름 안정적인 돌고래 공급처를 확보한 로얄마린파크는 그 후 다른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선에서의 혼획을 통해 확보한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서울대공원에까지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의 수족관에서 5년을 살았던 해돌이가 시작이었다. 해돌이는 1995년 10월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됐고, 그 후 고향 바다로 돌아오지 못했다. 로얄마린파크는 그 대가로 서울대공원으로부터 물개를 받았다.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의 시작이었고, 남방큰돌고래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족관에 갇혀 공연에 동원돼야만 했던 잔혹사의 시작이었다.

해돌이처럼 제주의 바다에서 어선에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까지 이송됐던 돌고래는 모두 7마리다. 먼저 1997년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대포’와 1998년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 앞바다에서 포획된 ‘금등이', 2001년과 2002년 중문 앞바다와 성산읍 앞바다에서 잡힌 ‘돌비’와 ‘쾌돌이’, 2009년 한경면 앞바다에서 잡힌 ‘제돌이’ 등이 있다.

이외에도 2009년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 등이 있지만, 이 두 마리는 야생 방류가 결정되자 방류 전까지 서울대공원에서의 임시 보호를 위해 이송된 것으로 앞선 돌고래들의 반출과는 성격이 달랐다.

이렇게 서울로 이송됐던 제주남방큰돌고래들 말고도 제주도내 수족관에 갇혀 지내야했던 돌고래들 역시 상당하다. 이들 중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돌고래는 8마리에 불과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남방큰돌고래. /사진=미디어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야생방류에 시동을 걸었던 것은 2009년 불법포획된 제돌이다. 제돌이는 2007년 제주 연안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곧 자취를 감췄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9년 과천의 서울대공원 수족관에서 다시 발견됐다. 제주바다에서 살아가던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의 수족관에 갇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어 법원의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제돌이는 2013년 다른 남방큰돌고래인 ‘춘삼이’ 및 ‘삼팔이’와 함께 바다로 돌아갔다.

이들 3마리는 그 해 성산읍 앞바다에 마련된 가두리 시설에서 야생적응 훈련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삼팔이가 가두리시설의 찢어진 틈을 통해 탈출, 먼저 바다로 돌아갔다. 제돌이와 춘삼이는 삼팔이 탈출로부터 한 달 정도가 더 지난 시점에 김녕 앞바다에서 최종 방류됐다.

뒤를 이어 2009년 불법포획됐던 ‘태산이’와 ‘복순이’가 제주바다로 돌아갔다. ‘복순이’는 입이 뒤틀린 장애를 갖고 있던 돌고래였으며, 태산이는 이 복순이 곁을 지키며 돌고래 공연 동원을 위한 훈련을 거부해 대부분의 시간을 공연장의 안쪽 수족관에서 보냈다. 이 둘은 2015년 제주바다에 방류됐으나, 이 중 태산이가 지난해 성산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다.

2017년에는 역시 서울대공원에 있던 '금등이'와 '대포'가 고향인 제주바다에 방류됐다. 하지만 이 두 마리의 생존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5년 한림읍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비봉이’가 17년의 수족관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바다에 방류됐지만, 비봉이 역시 금등이와 대포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생존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봉이가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제주남방큰돌고래였다. 수족관에 갇혀 공연에 동원되고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던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잔혹사 한 페이지가 이렇게 끝났다.

해양환경공단에서는 최근 이와 같은 삶을 살았던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23일자로 ‘제주 해양포유류 자연방류 현황과 효과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야생으로 방류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검토 작업을 거칠 방침이다.

해양환경공단은 아울러 제주남방큰돌고래 전반에 대한 서식 특성 조사 등에도 나서면서 방류된 돌고래의 무리 합류 여부 등도 집중 모니터링 한다. 이를 통해 야생 방류현황과 효과를 분석하고, 나아가 해양포유류 보전대책 수립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방류백서도 발간한다.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조사는 육상 조사와 해상 조사로 나뉘어 이뤄질 방침이다. 육상에서는 육안 또는 망원경 등을 통한 관찰이 이뤄지고, 정밀 조사가 필요할 시 드론 등을 활용하게 된다. 해상 조사는 근접 관찰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진행된다.

해양환경공단은 앞서 지난 3월8일자로 이 용역과 관련된 공고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이 용역을 맡을 기관이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고, 4월에도 다시 한 번 공고를 냈지만 역시 유찰됐다. 이와 같은 거듭된 유찰에 해양환경공단은 기존 과업의 범위를 마지막 방류 개체였던 ‘비봉이’ 중심에서 지금까지 방류됐던 모든 남방큰돌고래로 확대하고 이번에 다시 한 번 공고를 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와 관련해서는 해양환경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생태법인 지정 및 서식지 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선박관광이 돌고래에 미치는 악영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련 법이 개정되는 등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연구용역이 진행되면서, 앞으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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