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재심이 아버지 한 번 더 죽이는 건 아닌가 모르켜”
“재심이 아버지 한 번 더 죽이는 건 아닌가 모르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5.30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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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형무소 1년 수감 후 출소하자마마 군 입대한 해병대 1기 아버지

사형, 무기징역‧징역 15년 수감 중 행방불명된 사연들
1년 수감 후 풀려나자마자 예비검속 후 총살당하기도
1948년 12월과 1949년 6월 28일, 7월 1일 군사재판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 중에 행방불명됐거나 1년 수감생활 후 풀려나 예비검속을 통해 다시 붙잡혀 총살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은 희생자 11명의 유족들이 청구한 4.3 재심사건에서 재판부가 11명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1948년 12월과 1949년 6월 28일, 7월 1일 군사재판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 중에 행방불명됐거나 1년 수감생활 후 풀려나 예비검속을 통해 다시 붙잡혀 총살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은 희생자 11명의 유족들이 청구한 4.3 재심사건에서 재판부가 11명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30일 오전 10시30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가 아닌 희생자 유족들이 직접 재심을 청구한 11명의 4.3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이 이뤄졌다.

대부분이 1949년 6월 28일과 7월 1일, 그리고 1948년 12월 27일 군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돼 대구와 인천, 마포형무소 등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거나 사형이 선고돼 총살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들도 있었다.

실제로 사형 선고를 받은 故 김태언씨(당시 27세, 제주읍 오라리)의 경우 1948년 겨울 신변에 위협을 느껴 산으로 피신했다가 귀순 권유를 받고 하산했으나 주정공장에 수감됐다가 사형을 선고받고 정뜨르 비행장에서 총살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천 북촌리 출신인 故 이유환씨(1927년생)는 1949년 1월 17일 북촌초등학교 대학살 때 부모와 형제 등 가족들이 모두 총살을 당했고, 혼자 산으로 피신했다가 토벌대에 붙잡혀 군법회의에서 사형이 선고돼 1949년 8월경 총살됐다고 한다.

재심을 청구한 조카 이두현씨는 이날 재심에서도 “그저 75년 동안 맺힌 한을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짤막하게 소회를 피력했다.

도두리에서 농사를 짓다가 영문도 모른 채 제주경찰서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故 임태혁씨(1929년생)의 기구한 사연도 소개됐다.

임씨의 아들 임창석씨는 부친이 살아계셨을 때 ‘4.3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살지 않았을 텐데’하고 넋두리를 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고인이 된 아버지가 인천형무소에서 나오자마자 해병대 1기로 군에 입대한 데 대해 “제주도 오면 또 죽을 것 같아서 바로 입대하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군 입대 후 7개월만에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쳐 집으로 돌아왔고, 그 후 모든 가정사는 어머니 몫이 됐다고 한다.

어머니가 재심을 준비하고 있었던 아들 임씨에게 “재심이 아버지를 한 번 더 죽이는 거 아니냐”면서 노심초사했던 이유도 아버지의 기구한 삶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또 당시 26세였던 故 문성주씨(제주읍 영평리 하동)의 아들 문원길씨는 “제가 두 살 때 4.3사건이 발발했고, 세 살 때 아버지가 마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되셨다”며 “제 모친이 지금 104세이신데, 어머니께서 저를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보호하고 키워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온전히 있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저희들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시기 바란다”고 간절한 호소를 전했다.

재판부는 이날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한 11명의 재심 사건에 대해 “수형인명부에는 간첩죄, 내란죄 등 죄명만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에 대해 기재된 내용이 없고 현재까지 공소장이나 증거 등 소송기록이 발견된 바 없다”면서 “유죄로 인정할만한 어떤 증거도 없으므로 이들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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