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8:08 (화)
“1555년 제주 공동체 ‘대첩’ 역사를 연극 무대에”
“1555년 제주 공동체 ‘대첩’ 역사를 연극 무대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6.02 11:4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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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민국연극제 이우천 예술감독

제주 역사 담은 개막작 ‘치마돌격대’ 연출

“일회성 작품이 아니라 확장되어 생명력을”

제주 배우들 참가…새로운 문화콘텐트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대첩(大捷)이 온다. 대규모 전쟁에서 승리를 한 대첩이 온다. 그것도 연극 무대에서 펼쳐진다. 작품명 <치마돌격대>. 러닝타임 50분.

“왜적이 침범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섬에 병력이 미약하고 원군도 때맞춰 이르지 못했다. 어떻게 방어할지 알 수 없기에 심히 염려되고, 잠자리조차 편치 못한 지가 여러 날이다. 그런데 경(김수문 목사)이 올린 내용을 보니 근심이 줄었다. 경의 충의와 목숨을 바쳐서 죽으려는 정신이 아니었다면 적은 숫자로 많은 수를 공격해서 이 같은 대첩(大捷)을 거둘 수 있었겠는가.”  (명종실록 19권, 명종 10년 7월 7일 기해 1번째 기사)

명종이 김수문 제주목사에게 내려보낸 글에 ‘대첩’이 눈에 띈다. 을묘년이던 명종 10년(1555), 동아시아 일대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는 전라도를 침공해서 한양까지 오를 기세였다. 영암에서 한차례 꺾인 왜구는 제주까지 들어왔으나, 김수문 목사를 비롯한 제주 도민들이 1000명에 달하는 왜구를 물리쳤다. 근심 걱정으로 잠도 이루지 못하던 명종은 ‘대첩’에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을묘왜변 당시 제주에서 왜구를 물리친 ‘대첩’의 역사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역사책도 외면하고 있다.

제주에서 열리는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이우천 예술감독. 미디어제주
제주에서 열리는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이우천 예술감독. ⓒ미디어제주

역사책은 1555년 제주에서 일어난 일을 외면하지만 을묘년 ‘대첩’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걸 연극으로 꺼내든 이는 바로 제주에서 열리는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를 진두지휘하는 이우천 집행위원회 예술감독(현 극단 대학로극장 대표)이다.

“지난해 제주에서 공연 작업을 한번 했어요. 제주에 머물면서 우연히 ‘치마돌격대’ 얘기를 듣게 되었죠. 아주 좋은 콘텐츠더라고요. 말을 달리던 기마부대와 관련된 승리의 역사를 들었는데, 너무 연극적이었어요.”

그가 우연히 들었다는 ‘치마돌격대’는 을묘왜변의 극적인 승리 요소중 하나이다. 치마(馳馬)는 말을 타고 달린다는 뜻인데, ‘치마돌격대’는 이른바 특공돌격대였다. 이우천 예술감독의 귀에 ‘치마돌격대’가 바로 꽂힐 수밖에 없었다.

이우천 감독의 귀에 ‘치마돌격대’가 들어왔으나, 곧바로 작품으로 만들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제주에서 대한민국연극제가 열리게 되고, 그는 집행위원회 예술감독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지난해는 농반진반으로 작업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올해 제가 대한민국연극제 예술감독으로 오면서 개막공연을 고민하게 됐어요. 처음엔 초청공연을 하자, 4·3을 해보자는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이번 기회에 치마돌격대를 해보자고 했죠. 시간은 촉박했지만 개막공연으로 올리면 계속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작품이 발전하고, 제주도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으리라 봤어요.”

그는 배우로 연극계에 데뷔했다. 그러다 희곡에 손을 대고 연출까지 맡게 됐다.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개막공연이 될 <치마돌격대>도 그가 직접 대본을 다듬고, 연출까지 맡았다. 이우천 감독은 그런 과정을 ‘연출노트’라고 불렀다. 무대에 올릴 장면을 상상하며 쓰는 희곡은 생명력을 얻게 되는데, <치마돌격대>도 그렇게 생명을 얻어 무대에 오른다. 그런 점에서 468년 만에 역사적 사실이 연극무대로 환생하는 셈이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우천 예술감독이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개막작으로 '치마돌격대'를 선보인다. 미디어제주
이우천 예술감독이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개막작으로 '치마돌격대'를 선보인다. ⓒ미디어제주

“자료는 생각보다 없었어요. 을묘왜변과 관련해서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책과 다큐멘터리 등을 여러 차례 봤어요. 자료는 부족하지만 작가적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상력을 늘릴 수 있어서 더 좋더군요.”

이우천 감독이 <치마돌격대>를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제주의 문화 콘텐츠 개발이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있기 마련인데, 제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제주는 생각보다 문화콘텐츠가 없어요. <치마돌격대> 공연 성과가 좋게 나온다면 제주의 문화예술 발전은 물론, 교육적 측면에서도 좋죠. 특히 <치마돌격대>는 모두 제주 배우들입니다. 제주에서 펼쳐지는 연극제에 제주 배우들이 전부 참여하고, 제주의 역사를 다룬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겁니다. 공연에 참가하는 이들은 극단이 다르고, 활동하는 부분도 다르지만 ‘원팀’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모두 하나가 되어 외부에서 온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죠.”

분명히 ‘대첩’으로 기록된 역사적 사실임에도, 왜 역사책에 실리지 않는지 그는 의문을 표한다. 그러나 그는 <치마돌격대> 공연이 새로운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제주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강조하고 있는 이우천 예술감독. ⓒ미디어제주
제주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강조하고 있는 이우천 예술감독. ⓒ미디어제주

“이번 연극제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연극제를 통해 형성된 예술적 기운이랄까, 그런 것들이 제주 연극 활성화의 교두보가 되고 제주 도민들도 연극제라는 큰 행사를 통해서 연극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제주 도민들이 연극제에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해요.”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개막작인 <치마돌격대>는 개막 당일인 오는 6월 15일 오후 6시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첫선을 보인다. 제주시 공연을 놓친 이들은 6월 21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마주할 수 있다. 이우천 예술감독은 그가 직접 연출한 <치마돌격대>에 더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

“이 작품이 일회성이 아닌, 확장되어 생명력을 얻었으면 합니다. 전국을 돌며 순회공연도 하고, 원대한 희망이간 한데 해외공연까지 했으면 해요.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거든요. 그러려면 작품이 잘 돼야 하고, 도민들의 성원도 중요해요. 대한민국 연극제에 많이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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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06-27 08:35:22
연극 치마돌격대 감동적으로 관람했습니다.

도민 2023-06-08 11:06:23
무지 기대가 됩니다. 꼭 보러 가겠습니다.

김선연 2023-06-03 21:20:53
존경하는 감독님의 작품이 드디어 제주에서 공연하네요
보러갈수있으면 좋겠어요~~^^
암튼 축하드리고 대박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