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2-23 11:15 (금)
“부모님 얼굴도 모릅니다···” 제38차 4.3직권재심 유족 발언
“부모님 얼굴도 모릅니다···” 제38차 4.3직권재심 유족 발언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3.09.12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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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차 4.3직권재심··· 피고인 전원 무죄
명예 회복한 4.3사건 희생자, 총 1091명
4.3직권재심.
4.3직권재심.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제38차 4.3사건 희생자 직권재심이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가슴 아픈 이야기와 억울함을 토로하며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과거의 한을 풀었다.

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8차 직권재심은 1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직권재심에는 4.3사건으로 희생된 30명의 무고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참여했다.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권재심이 진행되는 동안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최종의견은 동일했다.

검사 측은 “일반적으로 100명이 재판을 받으면 사형도 있고 무기징역도 있고 징역 15년도 있고 어떤 사람은 무죄도 받는다”라며 “그 당시에는 3일에 걸쳐 총 345명이 재판을 받았지만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진행된 재판은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심판하는 절차가 아니라 군인들이 잡아 온 사람들을 반드시 처벌하기 위해 열린 재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희생자들 대부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행됐고 이들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나 공소장, 판결문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며 “피고인들의 가족이나 당시 사람들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체포되는 경위를 직접 목격한 사례도 많다”라고 호소했다.

양측의 최종의견 진술이 끝난 후 4.3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은 재판부의 배려로 법정에서 억울함을 풀고 각자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故) 부은진의 외손자 강영택 씨는 “저희 아버지가 4.3사건으로 돌아가신 것을 어머님의 얘기로만 들었었다”라며 “너무나 많은 제주인이 아픔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버지는 죄가 있으셔서 형무소에 끌려간 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죄가 오늘부로 인해 무죄라는 판결을 늦게나마 받게 돼 너무 기쁘고 후련하다”라고 감사했다.

고(故) 강두인의 손녀 안미정 씨는 “75년을 넘도록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나 뵙지도 못했고 시신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진 한 장도 없다”라며 “어느 산골 어느 길가에서 돌아가셨는지도 아직 모르지만 무죄 판결을 내려주심으로써 조금이라도 제 한이 풀린 것 같아 후련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고(故) 김복림의 아들 김권익 씨는 “그 당시 저는 3살이었고 저희 아버지는 25살이셨다”라며 “저는 외할머님 곁에서 자랐으며 항상 저희 아버지는 죄가 없는데 젊다는 이유로 끌려가셨다는 외할머니의 말만 들어왔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사실 부모님 얼굴도 모른다”라며 “정말 힘들게 살아왔지만 할머니가 키워줘도 이만큼 잘 자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에야 진상규명이 돼서 너무 후련하고 이제는 얼마 안 남은 인생이지만 덕분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라고 감사했다.

4.3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한을 푸는 시간이 끝난 후 강건 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검토해 봤을 때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 해산 판결의 소송 비용 등의 어떠한 증거들도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 측 또한 이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범죄사실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이 낭독된 후 재판에 참석한 4.3사건 희생자 유족들과 변호인, 검사, 판사 모두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제38차 4.3사건 희생자 직권재심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이로써 제주 4.3 합동수행단의 직권 재심 청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 희생자는 총 1091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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